KT&G 직원이 면세담배 불법유통에 일조?
명품 열기 속 상표도용 줄이어…국제 망신
다 털린 개인정보…국민적 우려 갈수록 커져
불법유통이 판치고 있다. 이미 개인정보가 유출돼 고금리 대출회사나 전문 텔레마케팅 회사로 넘어가는 것은 일반화돼 국민들도 불감증에 빠질 정도다.
여기에 먹거리 원산지를 속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무단으로 복제해 원작 판권에 경제적인 타격을 입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용 담배가 버젓이 국내에서 유통돼 막대한 이익을 낸 편취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내수 경제를 좀 먹고 있는 불법유통 현장을 들여다본다.

지난 25일 인천지검 외사부(이진동 부장검사)는 면세담배 2933만여 갑, 시가 664억 원 상당을 국내에 유통시킨 일당을 35명을 적발하고, 이 중 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유통시킨 면세담배는 KT&G가 생산한 것으로, KT&G는 올해 초에도 면세담배가 국내 유통되면서 수출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버젓이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면세담배
버젓이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면세담배
지난 25일 인천지검 외사부는 면세담배 2933만 갑(시가 664억 원)을 국내에 유통시킨 일당 6명을 구속하고, 2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면세담배를 수출하는 것처럼 꾸민 뒤 다시 국내에 유통시키는 수법으로 150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용품업자와 무역업자, 국내유통 총책(조직폭력배)으로 구성된 이들 일당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 면세담배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처럼 한 뒤 도소매상을 통해 국내로 불법 유통시켰다.
이들은 출고가격이 990원인 선용품(면세점 판매용 제품)을 전국적인 유통망을 통해 일반담배(2500원)로 위조하거나, 면세담배 상태로 할인된 가격(2000원)에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일반담배로 위조된 면세담배는 면세제품이 음성적으로 판매되는 이른바 ‘양키시장’뿐만 아니라 동네마트에서도 판매가 됐다.
이들은 면세담배 측면에 ‘DUTY FREE’로 표시된 부분에 위조한 KT&G 바코드를 붙여 일반제품인 것처럼 속였다.
검찰은 이들이 이처럼 면세담배를 빼돌려 국내 시장에서 유통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KT&G 간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면세담배 업무를 총괄하는 KT&G 중부지점장 A씨는 담배사업법상 수출용 담배는 면세(특수용 담배)로 규정돼 있지 않음에도 면세담배를 선용품업자 B씨에게 수출용으로 공급했다.
이 대가로 A씨는 자동차 구입대금 6100만 원을 비롯해 총 10회에 걸쳐 총 1억4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외교사절과, 국군, 경찰, 교도대원, 해외함상훈련 참가 장병, 해외취업 중인 근로자, 재외공관 직원, 외항선 또는 원양어선 선원, 국제항로를 취항하는 항공기, 여객선의 승객, 주한외국군, 북한지역을 왕래하는 관광객, 외국 주류(駐留) 장병 등에 한정해서 면세담배를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일당의 부동산 7건(공시가액 7억5000만 원)과 예금 등 채권 8건(6억7200만 원) 등 총 14억2200만 원에 대한 추징보전을 집행했으며, 차명예산 등을 계속 추적, 불법 수익을 철저히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 KT&G 관계자는 “당사가 직접 관여한 바가 없음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졌지만, 경위야 어쨌든 향후 특수용 담배 유통과 임직원 준법의식 고양에 보다 철저한 관리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발표와 같이 KT&G는 특수용 담배의 보다 엄격하고 철저한 관리를 위해 지난해 7월 특수용 담배의 수출용 담배로의 공급을 전면 중단한 바 있으며, 향후 관세청과 연계한 ‘내국물품 정보교류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외항선원용 담배 유통에 대한 추적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또한 특수용 담배 유통업체 선정에 대한 심사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제품의 판매 및 재고 현황에 대한 불시 점검 횟수를 확대하는 한편, 불법 유통정보 입수 시 즉시 관계당국에 제보 또는 고발 조치하는 등 특수용 담배의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제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KT&G가 이번 사고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애연가들은 이미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원 문성준(43) 씨는 “불법으로 유통된 담배가 동네 마트에서보다 더 싸게 팔렸다면 제값 주고 담배를 사서 피는 나 같은 흡연자는 뭐가 되는 것이냐. 담뱃값 오른다고 할 때마다 괜히 억울하고, 피흡연자에 피해주지 않기 위해 공공장소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노력들을 하는 흡연자들이 있는데도 KT&G는 오히려 불법에 대해 눈감아 주고 있는 듯하다. 이럴 거면 담뱃값 올리겠다는 소리를 하지 말던가 해야 한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문 씨는 “수출업자에게 담배를 팔고 나서 ‘제대로 수출되겠지’라고 믿지만 말고 쉽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불법행위를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누구는 제값 내고 담배 사 피우고, 누구는 싸게 산다면 그 책임은 KT&G가 지던가 아니면 외산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 애국심으로 호소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끊이지 않는 ‘짝퉁 명품’
검찰이 면세담배를 국내에 유통시킨 일당을 적발한 날, 부산 중부경찰서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이른바 ‘짝퉁’ 명품을 판매한 D씨 등 15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D씨 등은 지난 1~8월까지 부산 중구 깡통시장과 국제시장에 지하 창고를 마련, 해외 명품 브랜드 상표가 표시된 의류, 가방, 액세서리 등 짝퉁 제품 694점(시가 1억2900만 원 상당)을 판매할 목적으로 보관·전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인천에서는 짝퉁 명품구두를 제조, 판매한 일당 5명이 상표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지하공장에서 샤넬 등 명품 짝퉁구두 정품 시가 167억 원어치 1만7220만 켤레를 제조, 판매했다. 더욱이 이들은 40년의 구두 제조 경력을 보유하고 있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짝퉁은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시계다.
지난 7월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3일 외국의 고가 명품 브랜드 짝퉁 시계를 국내에 유통한 E씨를 구속했다.
E씨는 중국에서 제작한 짝퉁 시계 7500여 점(정품 시가 1000억 원)을 개당 5만~10만 원에 매입한 후 남대문시장 일대 짝퉁 소매업소 등에 유통시켰다.
E씨가 유통시킨 시계 중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가 차고 있는 브랜드 제품도 포함돼 있었다.
OECD와 해외 조사기관은 우리나라의 짝퉁 시장이 10조 원을 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심지어 정품보다 짝퉁이 더 많이 팔리기도 한다며 국내 시장의 명품 브랜드 상표의 무단사용을 꼬집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상표 도용국’이란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처벌을 강화하고 그동안 솜방방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았던 형량을 강화해 일벌백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1부는 프랑스 루이비통이 F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F 씨에게 5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초 루이비통은 35억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루이비통의 고급이미지를 실추시킨 점을 인정 F 씨에게 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을 무단으로 도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에 일각에서는 명품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명품이 곧 사람’이라는 논리가 적용된다는 것.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한 명에게 몰아줘 명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명품계’도 이제는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국내에 유통되지 않거나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8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심모(31·여) 씨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심 씨는 “입사했을 때는 이런 풍토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직장 내에서도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핸드백에서부터 지갑, 옷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명품으로 갖추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주변에서는 나이도 있고 벌 만큼 벌면서 왜 명품 하나 안 사느냐고 채근하기도 한다. 명품이 마치 필수 품목인 것처럼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씨는 “회사 내에 같은 모델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조만간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명품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겠지만 그걸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너무 싫다”고 덧붙였다.

남의 개인정보가 곧 내 것?
올해 초 이동통신사들이 번갈아가며 영업정지를 맞는 사이 번호이동이나 휴대폰을 바꾸라는 전화도 한동안 뜸했다. 자칫 기존처럼 영업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된서리를 맞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마케팅용 전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직장인 최진철(44) 씨는 “지난 7월부터 휴대폰을 변경하라는 전화가 늘기 시작하더니 요즘에는 하루 네, 다섯 통의 전화가 오고 있다. 거기에 문자도 수시로 와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는 “휴대폰 바꾼 지 불과 4개월밖에 안 됐는데 같은 회사 영업점인지에서 연락이 온다. 그래서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겠느냐. 휴대폰 바꾼 지 얼마 안 됐다’고 얘기도 수차례 했다”며 “그럼 곧바로 다시는 연락 안 하겠다고 하면서도 며칠 지나면 같은 번호로 또 전화를 한다. 따지고 들면 바로 전화를 끊기 일쑤다. 이런 업체들 근절할 방법이 없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전화번호 알았느냐고 하면 그냥 무작위로 거는 거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어디선가 번호를 받아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 휴대폰 바꾸라면서 보조금을 많이 주겠다고 하는 전화를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에서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겠다고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더욱이 휴대폰을 바꾸라고 연락을 하는 업체들은 하나같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고 얘기하지만 시장에서는 불법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들이 이미 다 퍼져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인천 서부 지역의 한 휴대폰 영업점은 관계자는 “별별 루트를 통해 개인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도 몇 년 전에 비해 상당히 싸졌다.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여기저기서 받을 수 있지만 중복되는 게 많아 이제는 새로운 개인정보가 아니면 크게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이미 금융권, IT업계 등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에 퍼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정보가 더 이상 개인정보가 아닌 꼴이 됐다.
날마다 휴대폰을 바꾸라는 전화에 시달리는 최 씨 또한 “이미 내 개인정보는 모두 털린 것 같다. 은행도 바꾸고 신용카드도 바꾸고 했지만 언제 또 털릴지 모르겠다. 이민을 가던가 아니면 죽어야지만 개인정보 불법 유출의 우려감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많은 곳에서 횡행하고 있는 불법으로 인해 국민들은 시간, 금전 등을 손해 보며 공포감에 쌓여 가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강력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