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이명박 서울시장
“청계천에서 벌어놓은 거 남산에서 다 까먹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서울시의 한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권가도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하는 체념섞인 발언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청계천 특수’를 ‘황제 테니스’라는 네트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이 시장 측의 걱정은 서로 치고받는 공방전 때문만은 아니다. 열심히 싸우는데 아군이 하나도 없는, 이 시장에 대해 어느 누구도 두둔하고 나서지 않는 ‘외로움’ 때문이다. 아군인 한나라당에서도 이 시장과 일정거리를 두고 있다. 이 시장의 편에 서서 옹호해주는 사람은 홍준표·정두언 의원 둘뿐이다. 그들은 누구나 아는 친 이명박 계 사람이다. 홍 의원은 “여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흠집 내기에 공식적으로 나섰다”고 반격했고, 정두언 의원도 “과거 ‘이회창 죽이기’가 연상된다”며 이 시장을 ‘엄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철저히 거리를 뒀다. 당 차원에선 이계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이해찬 골프파문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공세”라고 거든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장 측은 미국을 방문 했을 때와 그리고 귀국을 한 후에도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황제 테니스’관련 해명자료와 입장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 대표의 ‘이명박 대세론’ 죽이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친 이명박계 의원들의 비판
도와 줘야 할 의원들이 이 시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공직자들이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항상 ‘선공후사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공후사의 정신’의 반대 의미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말한 ‘특권의식’이다. 정 의장은 “테니스를 친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시장의 특권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한나라당의 높은 당 지지도는 박근혜 대표와 이 시장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 시장이 너무 망가지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누구도 이 시장을 엄호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냉랭한 분위기는 이 시장이 ‘한나라당 밖의 사람’인 양 행동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시장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곳은 한나라당뿐”이라고 전제하면서 “한나라당의 지원을 못 받는 원인은 이 시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시장의 ‘해변가 발언’을 비유하면서 “한나라당의 대권 후보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바로 이 시장이 박 대표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다는 뜻이다.
◆황제 이미지 탈피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이 시장의 당 복귀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6~7월 정도면 서울시청이 아닌 한나라당 내에서 싸워야 한다. 여지껏 이 시장의 이미지는 권투로 말하면 아웃사이더였다. 당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당으로 복귀하면서 당내 입지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당에서의 뿌리가 거의 없는 이 시장이 당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지 의문이다. 7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열리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현재 친(親)이명박계 의원은 형인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빈약하다. 그가 대권을 향해 움직인다면 당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명박 시장은 ‘CEO형 리더’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평생을 현대나 서울시 같은 거대 기업을 이끌면서 생긴 분위기다. 내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3월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서울시장은 ‘추진력·경제통·사업가’라는 긍정적 이미지와 함께 ‘독재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강한 리더십과 함께 독재자라는 별칭도 이명박 시장에게 덧씌워져 있다. 여기에 ‘황제테니스’ 사건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독재자 이명박’이라는 결정타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이 시장에게는 ‘서민’이라는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간간히 있어왔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이 시장에게 서민적 이미지가 보인다’고 답한 이는 0.5%(5명)에 불과했다. 결국 이명박 서울시장이 과거 현대건설 사장 시절 가졌던 ‘불도저’라는 별명이 시장 임기 초중반까지 ‘CEO형 리더’로 또 후반에 들어서는 부정적 이미지의 ‘황제’로 변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 시장은 여전히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SBS 의뢰로 3월에 실시된 TNS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은 고건 전 총리(23.7%)에 이어 21.1%로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뒤쫓고 있다. 물론 다소 전체적인 수치는 떨어졌지만 ‘황제 테니스’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의 지명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 2007년 대선이 사회양극화 해소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은 ‘이 시장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황제’로 얼룩진 자신의 이미지를 ‘서민’으로 바꾸는 작업과 ‘친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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