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정신' 강조한 노 대통령 발언 비판
민주당과의 통합 필요성 제기, '창당정신' 강조한 노 대통령 발언 비판의 의미도 있어
5.31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신계륜 전 의원이 범(凡)여권의 결집 필요성을 제기하는 한편 '창당정신'을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신계륜 전 의원은 1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창당 초기정신으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그 것보다는 대통령 선거 당시의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러면 당시 우리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또 지금 상황은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민주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표현한 것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창당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한 우회 비판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창당초기 정신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깨고 나올 당시의 각오를 말하는 것으로 '지역주의 극복'과 '개혁'으로 요약되지만 '분열'의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해 신 전 의원이 말한 '창당초기 정신 이전' 또는 '대통령 선거 당시의 초기 정신'은 '갈라섬'이 아닌 '통합'에 무게가 실려 있다.
신 전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며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다. 비록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자신이 모시던 후보까지 걸었던 '통합론자'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5.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난관을 '정계개편' 카드를 통해 돌파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신 전 의원이 말한 '대통령 선거 당시의 초기정신'은 '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을 확산시키는 화두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신 전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다음달 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이 이어온 연속 승리를 저지시킬 수 있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까지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26 재보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연전 연승을 저지하기 위해 광범위한 반(反) 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해야 함을 역설한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과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문제에 대해서는 "고 전 총리가 참여정부 초기 총리를 지냈고 국가를 이끈 분이기 때문에 가치관이 우리와 같다면 연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범여권의 결집은 고 전 총리에게도 필요한 환경이어서 고 전 총리도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특히 (지금과 같은) 혼자만의 지지만으로는 여러가지 정치현실을 돌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전 의원은 고건 전 총리가 민주당적을 유지한 채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무 부시장을 역임해 현 여권에서는 누구보다 고 전 총리를 잘 아는 사람이다. 특히 요새도 고 전 총리를 가끔 만난다고 밝햐 둘 사이에 고 전 총리의 향후 정치 행보를 포함한 정치 전반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추론케 하고 있다.
신 전 의원은 김근태 최고위원이 당 의장직을 승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격과 능력은 충분히 되지만 선거 책임이 정동영 의장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당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기 때문에 김근태 최고위원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금실 전 서울시장 후보의 당내 역할과 관련해서는 "당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 실제로 그런 요구가 있지만 강 전 장관이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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