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으로 양 손가락 모두 절단한 산악인 김홍빈씨, 히말라야 등정 도전
"열 손가락은 없어도 든든한 '산 친구'가 있으니 못할 것도 없죠"
15년전 등반사고로 열 손가락을 잃은 광주지역 산악인 김홍빈(43.광주 서구 풍암동)씨가 히말라야 등정에 도전해 화제다.
그가 이번에 오를 산은 파키스탄 가셔브롬(GⅠ, 8천68m)과 가셔브롬2(GⅡ, 8천35m) 등 2개봉. 높이로 따지면 8천m이상 봉우리 가운데 랭킹 11,13위이다.
김씨는 등산 파트너인 김미곤(35.광주 북구 각화동)씨와 함께 10일 출국, 8월10일까지 63일간 '대장정'을 펼치게 된다.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천194m) 단독 등반 도중 정상 바로 밑에서 고립돼 동상에 걸려 양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꾸준한 운동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1997년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즈(5천642m) 정상에 오르며 제 2의 산악 인생을 시작한 김씨는 2002년 미국 솔트이크시티 장애인 동계올림픽에 스키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손이 없는 그에게 높은 암벽을 오르는 것은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등산화 끈을 매거나 옷의 지퍼를 올리는 단순한 행동도 남들에게는 쉽지만 김씨에게는 녹록지 않는 일. 식사를 하거나 텐트를 치는 일도 혼자서는 무리다.
그래서 김씨에게 김미곤씨는 등산 파트너를 넘어 '삶의 동반자'로 중요한 존재다.
광주학생산악연맹에서 만나 10여년간 우정을 쌓아 온 두 사람은 이번 등정을 통해 서로의 호흡을 맞출 계획이다.
김홍빈씨와 동행하는 김미곤씨는 "(홍빈)형의 얼굴만 봐도 원하는게 뭔지 알정도로 잘 통하는 사이"라며 "많은 경험이 있는 형의 '머리'와 제 '몸'은 하나"라고 말했다.
김씨의 히말라야 등정은 내년 아시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기 위한 전초전.
이미 유럽 엘부르스(5천642m),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천895m), 남미의 아콩구가이(6천962m), 북미 매킨리를 등정한 김씨는 7대륙 최고봉 등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려운 도전이지만 그의 마음은 설렘과 당찬 각오로 가득 차 있다.
"산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는 김홍빈씨는 "살면서 산에 오를 때가 가장 마음이 편했고 삶에도 희망을 심어준다"며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안에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며 "등반을 통해 장애우들에게 조그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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