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 ‘빈 수레가 요란?’
월드컵 특수 ‘빈 수레가 요란?’
  • 김재훈
  • 승인 2006.06.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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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 ‘후끈’, 시장 ‘꽁꽁’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축구의 열기가 전 세계를 휩싸고 있을 무렵, 대한민국의 경제는 활화산처럼 타 올랐다. 분석 결과, 당시 월드컵 경기로 인한 경제적 소득의 추산치만 따져 봐도 대략 수십조원. 그리고 4년이 흐른 현재 그 때의 영광 재현과 더불어 경제효과의 ‘부활’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막상 2006 독일 월드컵의 뚜껑이 열린 현재의 모습은 ‘미지근’. 아직 치러야 할 경기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너무 이른 판단을 한 것인가, 아니면 타 국에서 치러지는 축제의 열기가 아직까지 전달되지 않아서 일까. 혹시 남은 한국팀의 경기 결과에 시장이 요동치지는 않을까? 수많은 추측들이 무성한 가운데 사람들은 TV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 2002 한-일 월드컵으로 ‘GO GO' 2002 한-일 월드컵.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의 개최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는 ‘한줌’ 따뜻한 서광을 맞이했다. 간단히 요약 하자면, 직접 효과로서 △건설투자부문에서 경기장 10개소 및 주변도로 건설로 건설경기활성화 부가가치 증대와 고용창출을 유발 하였는데,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부가가치 창출 3조 6천 23억원, 고용창출 18만 5천명 △조직위 경상 운영비 및 통신, 미디어 관련 비용지출로 국내소비 진작 △국내 산업에 단기적으로 건설, 광고, 마케팅, 방송, 관광 스포츠용품산업 발전유발, 중장기적으로는 가전, 컴퓨터, 인터넷, 통신, 레저, 건강, 문화산업, 금융발전에 기여, 간접 효과로서 △ 외국인직접 투자촉진, 투자인식 개선으로 외국인 국내투자 증가 △지방경제활 성화 경기장 및 주변도로 건설과 대회진행으로 지역산업 생산증대와 고용창출 유발 국제규모 행사진행으로 인한 지역중심 기능축적 및 지역문화 발전, 이 밖에 선전효과로는 △선전 당일 및 다음날 국민1인당 평균 1일소비액 추가지출에 따른 소비 진작효과 발생 100분간 경기가 한국 측 승리로 장식됨에 따른 국가브랜드 전 세계 홍보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평판이 좋아짐에 따라 국내기업 환경이 개선되고 수출경쟁력도 향상되는 기업이미지 제고 효과발생 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과연 이러한 ‘쨍 하고 해뜰 날’ 이 남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 월드컵 성적과 주식지수는 ‘짝꿍’ 2002년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월드컵이었던 특수상황과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경기성적 등의 요인으로 때 아닌 경기호황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올해 월드컵은 시차가 큰 독일에서 열린다는 점과 2002년 4강의 재연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월드컵이 경기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달 세계적인 금융기업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자료 '월드컵과 2006년 경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주식시장 지수가 많이 오른 나라들을 살펴보면 세계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국가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월드컵 특수 ‘너무 조용하다’ 산업계에서는 4년 만에 돌아온 월드컵과 관련해 특수를 기대했으나 아직 효과는 신통치 않다. 건설교통부가 3월 독일과 항공회담을 통해 월드컵 기간 국적 항공사의 독일 운항을 무제한 허용했으나 대한항공은 현재 운항 중인 정기편 외에 전세기 등 특별기를 운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호황을 누린 광고업계도 ‘Again 2002’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 방송광고공사가 월드컵 생중계와 재방송, 하이라이트 방송 등과 관련해 740억 원 규모의 특별 광고를 편성해 판매중이지만 아직 판매율이 50%에 머물고 있다. 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2002년에 비해 광고 단가를 낮췄지만 주요 경기가 새벽에 열리면서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전업계는 TV 쪽에서 월드컵 반짝 효과를 누리고 있으나 에어컨 판매는 오히려 감소세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현재 고유가와 환율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의 파장은 하반기에 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유럽시장 ‘잠잠’ 월드컵을 계기로 HDTV 특수를 기대하던 유럽 방송계가 셋톱박스의 출시지연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시장조사기관 스크린 다이제스트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스크린 다이제스트는 독일 월드컵 대회를 생생한 HDTV로 즐길 수 있는 가구는 전 유럽에서 단지 10만개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널리 보급된 HDTV용 셋톱박스가 유럽시장에는 이제야 풀리기 시작했다”면서 “불과 3개월 남은 월드컵 일정에 맞춰 충분한 셋톱박스를 보급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국 BBC, 독일 프리미어 AG, 프랑스 TPS 등 유럽의 주요 방송사들은 이번 월드컵 게임을 HD포맷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HD레디TV와 전용 셋톱박스를 소유한 가정의 절대숫자가 워낙 적어 월드컵을 전후한 HDTV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유럽 방송사들은 가정에서 HDTV를 시청하기 보다는 스포츠바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많은 대중들이 HDTV로 월드컵 경기를 접하도록 마케팅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아고 있다. ◆ 취업시장은 ‘캄캄’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는 전국 남녀 구직자 15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월드컵 특수로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한 사람이 20.78%정도인 327명에 불과했다고 26일 밝혔다. 또한 이들 중 여성구직자들의 경우는 18.35%(692명중 127명)로 남성구직자 22.68%(882명중 200명)에 비해 4.32%적었다고 전했다. 특히 월드컵 특수로 인해 취업을 한 구직자 327명 중에서도 정규직은 36.09%(118명)에 그쳐 월드컵 특수가 당초 예상처럼 실업률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더불어 월드컵 특수로 채용시장의 훈풍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채용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관광분야나 숙박업, 외식업과 이벤트 업종을 중심으로 대규모 고용효과를 기대했지만 대부분이 임시직이나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조사되어 고용불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특수’로 인해 ‘덕’을 보려던 구직자들에게는 또 다른 삶의 무게로 다가온 결과여서 향후 정부의 빠른 대처가 절실한 순간이다. ◆ 개최국 독일 ‘기대이하’ 독일 월드컵이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큰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고 있지만 정작 독일 내에서는 이렇다할 경제적 특수를 창출해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가 시작되면서 각국의 월드컵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나 정작 독일 내 월드컵 특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는 것. 독일 내 전문가들은 월드컵으로 아디다스나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 같은 다국적 기업들만 주요 시장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을 뿐 개최국인 독일의 월드컵 경제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이치방크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비엘마이어는 다국적기업들은 세계 각국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월드컵 특수를 제대로 누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독일 기업들에 월드컵 특수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약국들도 ‘별 볼일 없다’ 2006 독일 월드컵이라는 성대한 축제가 한창인 지금, 약국가는 썰렁하기만 하다. 약국에 입점한 화장품 및 OTC 업체들의 월드컵 마케팅이 2002년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한 것. OTC 품목 중 스킨케어 라인의 경우 약국 화장품의 트리오 격인 비쉬, 유리아쥬, 아벤느 모두 월드컵 마케팅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국에 널리 알려진 화장품 업체 중 월드컵 이벤트를 실시하는 곳은 이지함과 아토팜 정도이지만 그나마 이들 업체의 이벤트 수준도 추첨 인원이 10명 이하로 조촐한 편이다. 이는 업체들이 월드컵 특수로 인한 시장 확대를 그리 크게 전망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 월드컵 이벤트가 실종되기는 드럭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올리브영, 더블유스토어, GS왓슨스 모두 현재까지 월드컵과 관련된 프로모션 및 마케팅을 계획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약국 관련 업체들이 월드컵 특수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불경기도 한가지 이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홈경기로 열리는 것이 아닌 독일에서 열린다는 점과,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축구 대표팀 성적 이상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적인 분석에서 비롯되었다는 예상이다. ◆ 월드컵으로 인해 중요 국가적 사안들 ‘찬밥신세’ 지상파 방송사의 관심이 월드컵에 집중되면서 한미 FTA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들이 조명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토고와의 예선전 경기가 있었던 지난 13일,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다룬 월드컵 관련 꼭지는 전체뉴스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였고, SBS, KBS 역시 월드컵 뉴스로 채웠다. 반면 본 협상이 시작된 한미 FTA 기사는 월드컵 보도와 비교해 초라한 수준이었다. 보도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1일 월드컵 D-100일을 이유로 특집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했던 방송사들은 5월 들어서면서 다큐멘터리와 특집프로그램의 편성을 급격히 늘렸다. 이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공기인 방송사들이 사익을 위해 전파를 낭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는 "월드컵에 열중하는 것 자체가 문제될 수는 없지만 국가나 방송이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한국사회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공영방송이 이를 외면한다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전통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노동자들의 집중력이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축구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서 병가를 내기도 하고 조퇴를 하기도 한다. 특히 남미 국가가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남미 국가들은 지나칠 정도로 축구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단결근도 마다하지 않고 축구 시청에 열을 올린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남미 국가들의 경기는 시차상 근무시간에 집중돼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축구의 열기로 인한 후유증은 비단 ‘남의일’ 만은 아니다. 우리도 이미 우리는 2002년도에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단점보다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좋은 성적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장점을 생각 한다면, 앞으로의 우리나라 시장은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과, 업무 효율에 있어서는 큰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대한민국의 힘이 세계의 경제와 내수시장에 큰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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