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눈 먼 돈 ‘시간외수당’
공무원들의 눈 먼 돈 ‘시간외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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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사회에서 고용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공무원들이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전국 단위 시험 한 번에 수 십만여 명이 몰리는 것은 예사고 결혼 정보 시장에서도 공무원이 누리는 지위는 상상 이상이다.

공무원이 가진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안정성일 것이다. 민간 기업에 비해 높은 공무원 사회의 안정성은 노후 대책 계획 준비를 앞당겨야 하는 요즘 시대에 공무원이 최고의 직종으로 꼽히게 된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비록 말단 공무원의 봉급이 대기업에 비해 많지 않지만 장기 근속시 누리게 될 사회적 지위와 안정성은 이 같은 단점을 압도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안정성이 보장되다 보면 필연적으로 공직 기강의 나태함과 해이함이 수반된다. 특히 공무원들은 대기업에 비해 낮은 연봉 대신 갖은 수당과 복지로 일정 부분 보상받기 마련인데 공무원들에게 주는 급여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허투루 지급 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공무원들이 편법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됐다.

특히 초과 근무시 지급되는 시간외수당의 수령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태도는 꾸준한 질타를 받아 왔음에도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특허청에서는 공무원들 수 십여 명이 시간외수당을 허위로 올렸던 것이 적발돼 큰 공분을 자아냈다. 1년간 허위로 올려진 시간은 5000여 시간에 육박했고 부당 수령한 금액은 50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일부 부서만 조사하는 표본추출로 적발된 사례가 이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도덕적 해이함이 만연해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감시와 견제가 덜한 지방공무원들의 사례로 범위를 넓히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 어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실리콘으로 만든 가짜 손가락을 사용해 시간외수당을 부당하게 챙기는 일이 드러나 망신을 사는가 하면 다른 광역자치단체 청사에서는 수 십여명이 비슷한 방식으로 시간외근무 수당을 허위로 챙겨 한 번에 적발되기도 했다.

물론 과거에는 공무원들의 급여가 적어 시간외수당이 일종의 사기 진작이나 복지 향상 차원에서 지급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공무원들의 처우도 많이 개선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시간외수당의 철옹성은 흔들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많은 공무원들은 업무시간이 끝난 후 외부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때로는 반주까지 곁들여 유흥을 즐긴 뒤 9~10시가 다 돼 청사로 돌아와 시간외근무로 기록하고 있다. 서울의 모 자치구에서는 1인당 한 달에 시간외수당으로 챙겨가는 규모가 60만원에서 80만원 가량이라고 한다. 정말 그만큼 대민서비스의 질이 향상됐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무사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정보 기술의 발달로 많은 업무들이 전산화되고 있고 도서관 관리나 귀화 주민교육 등 많은 행정업무가 용역 계약으로 해결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줄어드는 업무량 속에 그들의 꼼수는 확대일로를 걷는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정직한 공무원들의 마인드까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수당의 부당한 수령은 그 집단의 관행이 된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의 현실이다.

노동 시장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정부가 초과 근무를 하는 공무원들에게 법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들의 노고가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효과도 없이 그저 ‘눈 먼 수당’만 받아 챙겨가는 공무원들의 행태는 국가적으로도 해악이다.

이미 우리는 IMF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최근의 그리스 디폴트 사태에서 공무원들의 집단적 해이함이 가져오는 폐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바 있다. 그리스가 재정파탄 위기에까지 이르게 된 주요 원인 중에는 공무원들의 과도한 챙기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공무원에 편중된 복지는 국가 재정 낭비를 초래했다. 인구의 25%가 공무원인 그리스는 정부가 공무원들의 월급을 대폭 올려주고 연금도 유럽 최고 수준으로 지급했지만 부정·부패는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오죽했으면 채권 국가들은 구제안을 제시하면서 공무원들의 연금과 임금을 삭감할 것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결국 해답은 정부차원의 급료 체계 개선 또는 지자체를 포함하여 행정부서의 장에 공무원들에 대한 업무 배치의 효율화로 귀결된다. 시간외수당을 없애고 대신 급료에 포함시켜 종합적인 대가로 지불하든지 인력 낭비를 해결해 지급되는 시간외수당이 일정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절실하다. 할 일이 없는 공무원들이 시간외수당을 받기 위하여 길거리를 배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공무원들이 받는 모든 급여는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을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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