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수씨 돌연 진술번복, 참고인 출석 거부 등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전ㆍ현직 검사 등 법조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브로커 김홍수(58.구속)씨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했던 기존 태도를 돌연 거부로 변경, 검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 청탁 및 금품 제공 사실을 속속들이 털어놓았던 김씨는 최근 조금씩 입을 닫는 기색을 보이다가 급기야 17일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한 진술을 모두 번복하고 나섰다. 김씨의 말은 김씨 스스로 제출한 `다이어리'와 더불어 비리 실체를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인데 김씨가 모든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특히 당사자 간 진술이 크게 엇갈리는 사안의 경우 김씨가 기존 진술을 바꾸거나 입을 닫으면 사건 실체가 자칫 미궁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을 듯 했던 사안들도 김씨가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양평 TPC 골프장 업자와 함께 고법 부장판사 A씨를 만나 사건 상담을 받았으며, 업자가 판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김씨의 주장을 놓고 관련자 세 명의 말이 서로 엇갈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씨는 골프장 업자와 함께 한 술집에서 A판사를 만나 소송 관련 상담을 했고, 골프장 업자가 그 대가로 케이크 상자에 현금을 수백만 원 넣어 건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판사는 술자리에서 골프장 업자를 만났고 술값 명목으로 적은 액수의 돈을 받은 적은 있으나 사건 청탁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골프장 업자도 해당 판사와 비슷한 진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와 골프장 업자가 "서로 만나 소액의 돈을 건네고 받았다"는 내용에서는 진술이 일치하는 데 반해 김씨는 처음의 진술마저 뒤엎고 "만난 사실조차 없다"는 식으로 뒤늦게 발뺌을 하고 있다. 김씨가 "지금까지 한 진술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우기는 바람에 이미 혐의를 시인해 사실상 조사가 끝난 김모 전 검사와 민모 총경 등만 궁색한 입장이 돼 버렸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참고인들마저 출석을 꺼리고 있는 점도 검찰을 난감하게 하는 요인이다.
김씨가 돌연 진술을 번복한 데에는 청탁 대상이 된 인사들의 `생살여탈권'을 쥔 김씨에 대해 "초심을 잃지 말라"는 식의 압박이 외부에서 꾸준히 전달되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관련자들이 "당신 지금 뭣하고 있는 것이냐"는 메시지를 암암리에 김씨에게 전하고 있고 김씨가 이 때문에 엄청난 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진술만으로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술 외에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데도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2명이 최근 사임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고법 부장판사를 옭아맬 수 있는 김씨를 변호함으로써 향후 법원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어쩔 수 없이 변호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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