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태 '일단락'
포스코 사태 '일단락'
  • 이훈
  • 승인 2006.07.2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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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9일만에 '백기 투항'으로 막을 내려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 사태가 9일만에 '백기 투항'으로 막을 내렸다. 노조가 지난 13일 사용자와의 협상 정체를 이유로 제 3자격인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자 여론은 쉽게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특히 국가 기간시설의 점거란 초유의 사태에 경악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노조의 포스코 점거란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셈이고, 민주노총 등 일부 노동단체를 빼곤 동조하는 세력이 많지 않은게 현실이었다. 노조 집행부의 초강경 투쟁은 점거기간에 계속됐고, 점거가 장기화되면서 노조원들의 이탈.동요 흐름이 가시화됐음에도 거치지 않았다. 집행부는 경찰의 진입에 쇠 파이프를 사용해 자체적으로 만든 화염 방사장비로 화공(火攻)을 펴거나 뜨거운 물을 퍼붓는 수공(水功) 작전 등의 강수를 뒀다. 경찰의 진입을 며칠간 막는 작전으로선 성공한 셈이지만 노조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와는 오히려 상반된 결과를 가져온 잘못된 선택이었다. 집행부의 과격한 투쟁방법은 불법 점거와 맞물려 여론에 악영향을 미쳤고, 결국은 자충수를 초래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집행부의 초강경 노선은 점거 8일째인 지난 20일 저녁 극도에 달했다. 경찰과의 물밑 협상에서 일반 노조원의 민.형사 책임 면제에 사실상 합의했지만 1시간30여분만에 이를 번복, 현장기자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협상 철회'를 통보했다. 집행부는 "경찰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모든 노조원들을 형사처벌한다"며 노조원들의 재무장을 지시했다. 집행부 20여명과 강성노조원 100여명이 주도한 초강경 투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원 30여명이 이날 밤 11시30분께 무더기로 탈출하면서 노조 내부의 동요가 큰 물결을 일으키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어 수십명 단위의 노조원들이 엘리베이트내 밧줄 또는 건물벽 배관 등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노조원들의 이탈이 2~3시간 동안 계속되다가 급기야 많은 노조원들이 4-5층 사이 계단을 막은 의자를 걷어치웠다. 집행부와 강성 노조원들의 명령이 더이상 먹히지 않는 순간이었다. 집행부는 결국 '조건없는 항복'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점거→화공.수공 대응→협상 철회 등 강경 일변도의 투쟁은 '무리수'란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점거 농성에 참여한 한 노조원의 "집행부 장난에 놀아났다. 자진해산키로 했다가 경찰이 진압.검거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은 집행부가 조작한 것"이라는 외침에서 대세를 거스르는 편법은 계속될 수 없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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