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첩첩산중'
삼성전자, '첩첩산중'
  • 하준규
  • 승인 2006.08.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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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순환출자 금지+α'복안, 거세게 반발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으로 '순환출자 금지+α'를 복안으로 삼으면서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은 '국민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위험과 경영권 방어 논쟁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파장이 엄청나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4일 열리는 시장경제선진화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공정위가 자체 검토해온 출총제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핵심적인 대안으로 하되 다른 대안을 결합하는 방안을 복안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을 순환출자 해소로 판단하고 모든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 일정단계 이상의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방안, 환상형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계열사간 환상형 출자 등 불합리한 수단을 통한 지배력 확장의 문제는 사후규제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를 선택했음을 시사했다. 공정위는 또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식에 대해 직접 해소하도록 하는 방식, 의결권만 제한하는 방식, 순환출자가 없는 기업집단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 등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직접 해소하도록 하는 방안은 재벌 총수나 계열사가 엄청난 자금으로 문제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만큼 채택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 순환출자가 없는 기업집단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이어서 공정위가 의결권만 제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핵심고리인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방어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된다. 삼성생명(보통주 기준 지분율 7.26%), 삼성물산(4.02%), 삼성화재(1.26%) 등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모두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에 포함돼 있는 지분이다. 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 일가 지분은 3.51%에 불과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12.80%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을 살리려면 이를 계열사 또는 우호 세력에 넘겨야 하는데 이를 받아줄 만한 자금여력이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현대차그룹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대모비스(15.03%)와 현대제철(5.87%)의 현대자동차에 대한 지분 역시 환상형 순환출자로 엮인 지분이어서 이를 제외하면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10%로 낮아진다. 출총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벌 경영권 방어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점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태스크포스 내, 정부 내, 그리고 당정간 협의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현재로선 논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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