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계속되는 한 바이러스 식중독 대비해야”관리-보고체계 정비, 바이러스 검출기술 개발 절실
학교 급식소를 중심으로 번져나간 노로 바이러 스 식중독 사건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8일 발표됐지만 그 정확한 원인은 미결로 남았다.
이번 역학조사를 진두지휘한 질병관리본부 허영주 역학조사 팀장은 “이번 식중 독 사건의 핵심은 바이러스 식중독이 집단 급식이라는 고속도로를 만났다는 것”이라 고 강조했다.
검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바이러스 식중독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왔으며, 학교 급식을 지속하는 한 이번 사건을 바이러스 식중독에 대한 철저한 대비의 계기로 삼 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의 특징 = 이번 조사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담당한 서울 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고광표 교수는 “전 세계 비세균성 장염의 90% 이상이 노로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전한다.
2000년 이후 역전사 중합효소반응(RT-PCR)을 이용한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해지 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배탈이 대부분 노로 바이러스의 장난이었다는 사 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점, 2~3일 앓 고 나면 별 후유증 없이 호전된다는 점에서 감기와 닮았다.
치명적인 증상을 야기하 지는 않지만 감염을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
먼저, 세균은 음식에서 증식한 후 이것을 먹은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기 때 문에 냉장 보관으로 세균 증식을 억제하면 되지만 ,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 밖에서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냉장보관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소독은 가능할까?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염소, 오존 처리 통해 불활성 화 시킬 수 있지만 환경 저항성이 강한 노로 바이러스는 알코올, 염소 처리 등을 비 교적 잘 견딜 수 있다.
열에도 비교적 강해 60℃에서까지 생존할 수 있다.
이것은 김치, 밑반찬 등 가 열조리를 거치지 않는 메뉴가 많은 우리나라 급식소에서 매우 난처한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로서는 음식 재료에서 신속하게 바이러스를 검사해 음식을 먹기 전까지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몸 안에서 증식한 바이러스가 다량 배출되는 환자의 대변과 달리 음식 재료에 있는 바이러스는 극미량이다.
여기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하려면 시료 농축, RT-PCR 검사 등 3~4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 앞으로의 대책 = 허 팀장은 바이러스에 의한 집단 식중독 발생을 예방하려면 여러 겹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급식 회사 물류센터의 음식재료들을 정기적으로 검사해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확인할 것, 급식 종사자들의 대변을 정기적으로 검사해 감염된 사람을 조리 과정에서 격리시킬 것이 포함된다.
세균성 식중독을 예방할 때처럼 철저한 손씻기, 주방소독, 음식재료 세척 등 기 본적인 조리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신속하게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개발해 내는 것도 중요 한 과제다.
허 팀장은 “신선한 재료를 공급하는 것이 생명인 급식소에서 하루 이상 이 걸리는 검사로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어렵다”며 “식약청 등에서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진단 키트 개발 문제는 그리 요원한 일이 아니어서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 며 세계 각국에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식중독 발생을 대비한 신속한 보고 체계, 역학조사 체계의 필요성 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크게 두드러진 부분이다.
허 팀장은 “식중독이 발생하면 학교 측에서 보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보고가 지연되고, 역학 조사반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현장이 훼손되거나 완벽하게 소독까지 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협조를 당부다.
허 팀장은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은 과거에도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것에 대비하지 않는 한 집단 급식은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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