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아트라스BX ‘자진 상폐’ 왜?
한국타이어, 아트라스BX ‘자진 상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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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유지 실익 적어”…일부 주주들 반발 속 합병 가능성도
▲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인 코아트라스BX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시중 유동주식을 전부 공개매수하겠다고 나서면서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인 코스닥 상장 원년 멤버 아트라스BX가 ‘자체 상장폐지’를 위해 시중 유동주식을 전부 공개매수하겠다고 나서면서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따르면 아트라스BX는 일분 주주 소유의 보통주 630만1315주(68.87%)를 공개매수함으로써 자진 상장폐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코스닥 개장과 함께 상장된 지 17년여 만이다.
 
공개매수가는 5만원이다. 지난 4일 종가인 4만700원에 비해 22.85% 할증된 금액으로 전부를 공개매수할 경우 3151억원이 소요된다. 매수 자금은 보유중인 현금으로 충당되며 지난해 3분기 말 아트라스BX의 이익잉여금은 3919억원이다.
 
아트라스BX는 공개매수 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보유한 31.13%를 포함해 발행주식 기준 지분율 95% 이상을 확보하고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를 포함한 공개매수자의 지분율이 95% 이상이 되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자진 상장폐지 방침이 나온 당일 아트라스BX 주가는 전장에 비해 8900원(21.87%)나 급등한 4만9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순식간에 주가가 공개매수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뛰어오른 셈이다.
 
◆“상장 유지 실익 별로 없다”
일 년에 한 두번 있을까 말까한 ‘자진 상폐’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주가가 저평가돼 박스권에 갇혀 있고 거래량도 많지 않아 상장사로서의 이익이 많지 않아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트라스BX는 차량용 축전지 생산업체로 국내 점유율 19%인 2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16~19% 증가했고 현금성 자산도 2200억원에 달하는 알짜 업체다.
 
지난 1944년 이산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설립됐고 1977년 한국타이어가 인수했다.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선박용, 산업용으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차량용 축전지라는 사업 분야 특성상 투자금 조달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고 보유 현금도 많아 굳이 상장을 유지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향후에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차량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분 구조 통합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해지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도 자진 상폐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됐다. 최근 6개월 간 아트라스BX 주가는 3만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시가총액이 회사의 자본총계보다 적었다. 이에 수익 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기관투자가 등 일부 주요 주주들이 배당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점도 자진 상폐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한국타이어 측은 “아트라스BX의 성장성 정체와 주식 거래량 부진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환금성 제고도 한 요인”이라면서 “이에 시가대비 일정한 프리미엄을 가산했다”고 밝혔다.
 
▲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는 아트라스BX의 최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분 23.5%를 보유하고 있고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오른쪽)이 각각 19.3%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의 합병설도
또한 일각에서는 아트라스BX의 자진 상폐가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승계 구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분 23.5%를 보유하고 있고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각각 19.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별다른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는 순수지주사다. 실적의 대부분은 자회사의 지분법평가이익과 주요 자회사들로부터의 상표권 수입, 용역·임대 수익 등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2179억원의 매출에 1758억원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1678억원(잠정치 기준)을 올렸다. 2014년에 비해 각각 4.9%, 6.6%, 8.7%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6조원대의 매출과 9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그룹 대표 계열사 한국타이어에 비해서도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트라스BX를 합병하게 되면 확고한 사업모델을 확충하면서 스스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지주사로 변신할 수 있게 된다. 삼성그룹의 지주사격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나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두산 등과 같은 경우다.
 
이 경우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기업 가치는 현재보다 더욱 올라가게 되고 5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한 조양래·조현식·조현범 부자의 지분 가치도 크게 뛰어 오를 공산이 크다. 이를 위해 70%에 가까운 일반 주주들에게 합병을 설득하는 것보다 아예 지분 대부분을 공개매수해 자진상장폐지하는 것이 더욱 합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더욱이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현식 사장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맡아 비타이어 부문을 총괄하고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를 맡아 타이어 부문에 집중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최근 활발한 M&A 행보를 걸을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향후 인수합병이나 신규투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조현범 사장의 비타이어부문도 불안한 입지를 강화할 수 있고 결국 그룹 승계 구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일부 기관투자가들 볼 멘 소리
다만 자진 상폐 시도가 성공할지의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볼멘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라스BX는 최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이어 2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이 9.6%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6.7%, 페트라투자자문이 6.3%로 뒤를 잇고 있다.
 
당장 KB자산운용은 공개매수가격에 불만을 드러냈다.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현재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할증을 붙였다고 해도 5만원이라는 공개매수가는 너무 낮다는 것이다.
 
아트라스BX의 주당순자산가치(BPS)는 현재 4만9000원 가량으로 공개매수가와 거의 차이가 없어 장부가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알짜 기업인 아트라스BX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의 주가 제고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놓고 나가라고 하는 금액치고는 너무 적다는 얘기가 나온다.
 
페트라투자자문 역시 최근 배당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페트라투자자문은 최근 GS홈쇼핑, 모토닉, 삼호개발 등 각종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주주제안 후 주가띄우기를 노렸다는 의혹으로 금감원까지 나서게 했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의 한국 측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대체적으로 30%가 넘는 외국인들도 공개매수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분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아트라스BX로서는 KB자산운용은 물론 주요 주주 한 곳이라도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자진 상폐가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도레이케미칼은 두 차례의 공개매수 시도에도 불구하고 95%를 확보하지 못해 자진 상폐에 실패했다. SK브로드밴드는 공개매수 대신 SK텔레콤 주식을 대신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진 상폐에 성공했다. 그만큼 지분 95%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SK브로드밴드는 이후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통해 오는 4월 우회상장될 예정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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