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2탄 - 세금 이대로는 안 된다
긴급진단 2탄 - 세금 이대로는 안 된다
  • 하준규
  • 승인 2006.09.03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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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효자종목(?)’, 법인세
작년 9월 27일 청와대. 그러니까 정부가 소주 세율과 액화천연가스(LNG)세를 올리려고 발버둥치다가 빗발친 여론의 반대에 힘입어(?) 좌절되고 비틀거리고 있을 무렵. 노무현 대통령은 각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미팅에서 이런 말을 했다. “관념의 차이인지 모르지만 소주 한 병에 96원이 오른다고 하니까 ‘아니, 뭘 그걸 가지고…’ 하는 생각이 들고, 소주 사먹는 사람은 실제로 96원에 인생이 흔들리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까지도 감각은 잘 안 와요. 거기에 민심을 딱 업고 나와버리니까 할 말 없게 된 거죠. 정책적으로는 정부안이 맞는데, 정치적으로 그것을 관철하기가 쉽질 않겠다고 그리 얘기를 했죠.” 현 정부의 세금에 관한 ‘아쉬운’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싶다. 과연 소주값 ‘96원’ 인상이 단순히 현금 ‘96원’ 인상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파생적인 세금에 관한 논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세수 가운데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세수 대란의 해법으로 부가가치세나 법인세의 인상이 거론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과거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춘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법인세 인하로 줄어든 세수가 2조3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 활성화가 됐나? 법인세율과 관련, 이견이 있는 부분은 경기부양 효과의 문제다. 과거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안의 주된 목적은 투자 확대와 경기 활성화라고 밝혔는데, 이러한 주장의 논거는 세율을 인하하면 그만큼 순소득이 증가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주로 전 세계적 경기침체 하에서 인위적인 소비경기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소비 활성화로 대표되는 극약처방의 부작용과 국내,외 불확실한 경기전망에 따른 투자 위축과 소비 위축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는 물론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마저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바람직하며, 감세를 정책수단으로 채택할 경우에도 법인세율보다는 소비세율을 인하하거나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이 훨씬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세율 인하는 단기적으로 조급한 경제상황에는 효과가 없고, 장기적인 경우 재정에만 치명타를 입히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경기부양 효과를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고 단지 있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노리는 심리적 착각효과뿐이다. 다음으로 국가간 조세경쟁력 문제이다. 정부가 밝혔듯이 투자유치와 기업경쟁에서 조세가 고려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이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선호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예외 없이 외국인 투자에 대하여는 거의 10여년간 법인세 등 대부분의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에 투자결정에 있어 국내 법인에 적용되는 일반 법인세율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유치 대상자들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 및 신뢰성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고의 투자기준으로 꼽고있다는 사실은 법인세율 인하에만 집착하는 정책 결정자와 정치인들이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세율만 놓고 봐도 OECD국가는 우리보다도 훨씬 높은 세율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실질적인 경쟁국도 30%의 법인세율이며, 다만 홍콩과 싱가포르 등 대규모 생산기지를 둘 수 없는 도시국가는 중계무역을 장려하기 위해 20%대의 낮은 세율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재정문제다. 전문가들은 1%의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약 7천8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재경부는 국제경쟁력 확보와 투자촉진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감소되는 세수를 법인세 비과세 및 감면혜택을 축소해 보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 경우 기업의 전체 세부담은 줄어들지 않게 돼 그들이 주장하는 감세효과가 상쇄되는 자가당착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형평성의 문제다. 실제로 2001년 법인세율을 1% 인하한 결과 총 7천500억원의 세수감소분 중 5천500억원이 상위 0.3%의 몇몇 대기업에게 돌아가 대기업에게만 이익을 주는 정책임이 분명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억원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기업은 전체 법인의 약 10%미만이고 나머지는 1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누구에게 이득인가? 이마저도 각종 비과세, 감면으로 중소기업의 경우 10% 정도의 최저한세율을 적용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법인세율 인하의 최대 수혜자는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이며, 다른 감면제도보다도 정치인을 통해 법인세율 인하를 고집하고 있는 이들에게 수십억, 수백억원의 국민혈세를 교부금으로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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