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답보’ 朴 시장 대선판 이탈…‘非文 연대’ 변화 불가피

지난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결심이 섰습니다’라며 대선 출마 의사를 표한 지 한 달도 안 된데다 불과 이틀 전인 24일만 해도 당 지도부를 향해 야권통합경선을 요구하며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과 함께 야권공동정부를 수립하자는 데 합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비록 민주당 경선룰이 국민통합경선이라는 완전국민경선으로 확정됐지만 이처럼 돌연 박 시장이 대선판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그와 함께 발을 맞춰오던 다른 후보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또 향후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朴 시장 대선 불출마, 전략적 판단 따랐나
박 시장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격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만 얼마 전까지도 적극적으로 대선 행보를 해왔던 게 무색할 만큼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박 시장의 대선 경선 준비를 도왔던 박홍근 의원은 박 시장의 불출마 기자회견 직후 “본인이 그동안 국민을 만나고 현장에서 느끼신 결론 끝에 오늘 (불출마 결정을) 발표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박 의원은 최근 대선 경선 룰 문제로 박 시장이 당 지도부와 신경전을 벌인 점 때문인지 ‘대선 경선 룰 협상이 영향을 미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의당 입당설에 대해서도 “(국민의당) 그분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박 시장은 그간 경선 룰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추미애 대표 등 당 지도부에는 불출마 회견 전까지도 전혀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언질조차 주지 않아 ‘시간 여유가 없었다’는 박 시장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또 박 시장이 이날 불출마 회견에서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데 반해 회견 뒤 박 시장 측 인사인 박홍근 의원은 ‘다른 후보의 지원 요청에 응하겠냐’는 질문에 “지금 박 시장이 그런 것까지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온도차를 보여 내심 불만이 쌓인 끝에 이 시점에 불출마 선언으로 경선 판을 흔들어 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시장 측에선 26일 불출마 배경과 관련해 “야3당 공동정부 출범이란 명분으로 싸워왔는데 지도부의 묵살로 명분도 떨어지게 된 상황”이라고 밝혀 불만이 전혀 없진 않았음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지난 25일 문재인 전 대표가 경선 룰에 불복하고 있는 박 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의 경선 참여 전망에 대해 “다른 후보들도 승복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점 역시 박 시장으로 하여금 적잖은 좌절감을 느끼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출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가장 큰 원인은 일단 추락을 거듭한 끝에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대선 지지율 때문인 것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는 박 시장도 이날 회견에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기대, 그리고 저의 역할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것”이라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을 3월 13일 이전까지 어떻게든 내려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5월 초 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 데 반해 박 시장이 아무리 남은 기간동안 지지율 반등을 위해 노력해도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격차를 좁히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대선 포기한 朴, 첫 3선 서울시장 꿈꾸나
이에 따라 박 시장이 이날 불출마 선언에서 “다시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서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누차 강조한 만큼 승산 없는 대선보다는 멀리 보고 3선 서울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박 시장은 ‘3선 시장에 도전할 뜻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즉각 부인하는 발언을 내놓진 않은 채 “민심도 되돌아보고 성찰도 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겠다”고 덧붙여 이 같은 전망 역시 힘을 얻고 있다.
만일 박 시장이 3선 시장을 목표로 하게 된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승부처로 삼을 텐데 이를 감안하면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당선이 불투명한 자신이 대선 경선까지 참여해 타 후보들과의 공방함으로써 정권교체를 방해한다는 부정적 인상만 주기보다 경선 전부터 일찌감치 대선경쟁에서 이탈해 시정에 집중하는 편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지지율 회복에 주력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박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더 미룰 것 없이 민주당이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 이날 전격 발표한 것으로 관측되는데, 박 시장 측 박홍근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민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박 시장이) 서울을 안정되고 행복한 도시로 거듭나게 시정을 잘 꾸리는 게 결국 대선에 기여하는 것”이라 말해 앞으로 자신이 추진해온 ‘서울역고가 보행길’ 사업 등에 한층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박 시장과 공동정부 수립을 합의하는 등 함께 발을 맞춘 다른 대선주자들인데, 최근 야권 공동정부 수립에 뜻을 모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김부겸 의원은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안타깝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현재 문 전 대표 외에 넘어설 후보가 없는 이 시장의 경우 당 경선 룰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는 등 반전 요소가 있어 박 시장과 같은 선택을 할 이유가 없지만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당내 후보군 중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지난 17일 야3당에 개방형 공동경선을 요구하기로 가장 먼저 합의하는 등 그간 박 시장과 긴밀히 연대해왔던 김 의원으로선 이날 그의 이탈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 의원의 대선 출마는 설 연휴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갑작스런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당 경선 시작 전부터 유력 후보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되는 분위기를 촉발시키는 건 아닌지, 또 이렇게 되면 후보들의 이탈로 민주당 경선 흥행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사태로 비화되는 건 아닌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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