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중대한 흠결 확인…후속조치 마련하길”…野 “전 정권 탓만” 지적

더구나 이번 TF발표는 국내 차원을 넘어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외교 현안이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게 될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위안부 합의 ‘비공개 내용’ 살펴보니 문제점 수두룩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TF)’는 지난 5개월 동안 위안부 합의 관련 주요 자료를 검토한 결과, 협의가 교착상태로 머무르고 있다는 이유로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소외된 채 청와대가 사실상 연내 타결을 목표로 적극 주도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이병기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일본과의 고위급 비공개 협의에 임해 논의를 진행했으며 외교부는 여기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이 실질적인 ‘밀실 협상’을 감추기 위한 국장급 협의만 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위안부TF를 통해 검토·확인된 내용 중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오히려 비공개로 하자고 일본 측에 먼저 제안했던 부분이나 미국 측에서 과거사로 인해 한일관계가 장기 냉각 국면이 이어지는 데 대해 ‘역사 피로’감을 내비쳤다는 부분 등은 위안부 합의에 이면합의가 있었다든지, 미국의 압박을 받아 졸속 추진되었다든지 하는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합의 당시에도 핵심 키워드로 꼽혔던 ‘불가역적’이란 표현이 처음엔 앞으로 사죄 의사를 번복하지 말라는 뜻으로 우리 정부 측에서 먼저 일본에 제안했으나 나중엔 도리어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그치는 수식어로 쓰여 결국 일본 측 의도에 말려든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위로금 명목으로 받게 된 10억엔 역시 어떤 사회적 합의나 피해자들의 의견수렴조차 없이 결정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한층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처럼 당시 공식 발표와 달리 숨겨져 있던 여러 문제되는 부분들이 있기에 사실상 ‘이면합의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TF 측은 “이면합의는 어떤 법률 용어로 정의되는 것이 없다”며 “‘비공개 내용’ 이렇게 쓰는 것들이 가장 정확한 용어의 사용”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 문 대통령 “피하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면 직시해야”

반면 정치권은 이미 이번 발표로 크게 요동치는 모양새인데, 먼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발표 직전 당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엉터리고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했으며 민주당 역시 백혜련 대변인의 공식 논평을 통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 이 문제만큼은 여야가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김현 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잘못된 위안부 합의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 “당 대표와 위안부 TF위원장 면담 후 당에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는 일부 보도는 당의 입장을 정하는 데 있어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아예 기존 합의 파기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도 같은 날 오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한 위안부TF 결과와 관련된 입장문을 통해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정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아래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 피하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주문해 사실상 대선 전 공약한 대로 위안부 합의 재협상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교부도 즉각 이날 노규덕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청와대 지시에 화답해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합의를 추진하는 데 착수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제는 굳이 재협상에 임할 이유가 없는 일본 정부 입장에선 당장 TF보고서 발표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의 성명 내용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건데, TF도 밝혔듯 국가 간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조약이 아니라 합의에 불과하다 보니 우리로서도 반드시 준수해야 할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양국관계가 냉각 국면으로 접어든 채 이전처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는 시기로 되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당 “외교현안까지 정치보복에 이용”…국민·바른 “정부, 해결책 내놔라”

한편 야권에선 이 문제를 놓고 저마다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한국당에선 TF발표 당일인 27일 장제원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발표는 위안부 문제해결은커녕 안보 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는 악수”라며 “전임정부 비판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더 숙고하고 더 신중하게 발표했어도 늦지 않았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대변인은 “외교적 합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때에는 전략적인 타이밍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아베 총리를 초대하고 싶어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무척 지혜롭지 못한 선택”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가장 나쁜 타이밍을 선택하는 우를 범했고 문제제기 방식 또한 지극히 정치보복적이다. 외교부 70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민간 TF 방식으로 위안부 합의 내용을 전면 공개했으니, 이제 문재인 정권은 더 이상 국익을 핑계로 그 어떤 외교문제에 대해서도 비공개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장 대변인은 최근 한국당이 계속 제기해온 UAE 원전 의혹부터 중국과의 사드 3불 정책 합의 공개까지 요구하며 역공을 펼쳤는데, “아랍에미리트 원전게이트 의혹과 3불정책 합의에 대해서도 더 이상 국익 운운하지 말고, 그 전모를 낱낱이 공개하라”며 “문재인 정권은 국제무대에서 국치 굴욕외교로도 모자라 모든 외교 현안까지도 정치보복에 이용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빨리 깨닫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즉,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방문에 대한 의혹 제기 등 정치적 난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을 돌연 발표했다는 것이 한국당 주장인데,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6~27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상대로 실시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 전주보다 2.2%포인트 하락한 67.7%로 밝혀졌다.
물론 제천 화재 참사 등 사건사고가 잇따른 탓도 없지 않지만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 특사 의혹과 청와대 탄저균 백신 논란 등의 영향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나 동 조사기관 결과에서 3주째 7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당에선 기본적으로 외교문서는 30년 동안 비밀이 유지되는 게 관행인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국면을 전환하고자 불과 2년전 사안인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을 전격 발표하는 무리수를 둔 거라 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28일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에서 전 정권 시기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개성공단이 중단됐다고 전격 발표해 이 같은 한국당의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들의 경우 위안부 합의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됐던 만큼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 재협상 필요성도 언급했지만 정작 실질적인 해결책은 현 정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날선 기조를 이어갔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위안부 합의 TF의 결과보고서 발표를 보면 굴욕적 합의와 이면합의 존재가 확인됐다. 치밀한 전략도 없이 일본에 말려든 박근혜 정부는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그런데 현 정부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건지 알 수가 없다. TF 보고서는 책임을 모두 다 전 정부에 떠넘기는 내용 뿐”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또한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외교부가 발표한 이 이면합의가 사실이라면 그건 명백한 잘못이고 (박근혜 정부가)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안보와 경제 등 미래를 위해 협력할 건 하고, 주권이나 역사와 같은 문제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 하에 이번 이면합의 사건에 대한 대책을 밝혀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만 파헤치고 본인들의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현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이렇듯 야권에서도 좀처럼 호의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번 위안부 합의 TF 검토 결과 발표가 문재인 정권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궁지로 몰아넣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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