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필 도입…이사회의 독립성, 국민연금 감시가 '전제'
황금주 제도…'OECD, 비상장사·국가안보 上'뿐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적대적 M&A에 따른 우려로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한 논의가 각계에서 이뤄지면서,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차등 의결권제도, 포이즌 필, 황금주제도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세가지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경영방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재벌위주의 기업지배구조가 제도도입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 국회, 경영권방어제도 놓고 '공방'…관건은 '재벌'
24일 국회입법조사처의 ‘경영권 방어장치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적대적 M&A 문제에 따라 경영권 방어제도에는 ‘차등 의결권 제도’, ‘포이즌빌’, ‘황금주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과거 2003년 SK그룹, 2006년 KT&G에 이어 최근 삼성합병,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적대적 M&A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정갑윤 의원 등 12인은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만료된 뒤 2016년 11월 15일 재발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생 기업의 성장보다 재벌을 위주로 복잡한 순환출자 등의 OECD국가 대비 고착화된 기업 지배구조가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구조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다시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한 적절성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권 방어장치 검토’ 보고서에서는 적대적 M&A에는 순기능과 역기능, 양면이 있음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외부 세력 M&A는 기업 경영 감시 강화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토록 하고 경영의 투명성 및 주식가치 제고를 꾀할 수 있다. 또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과 경영기법 전수가 가능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
반대로 M&A가 성사된 이후에 근로자들까지 인력구조조정 형태로 타격을 입어 사회불안요인이 되는 경우 적대적 M&A가 불거진다. 이 경우 기업의 새로운 경영수장의 역량부족이나 조직 저항 등으로 인수기업이나 피인수기업 모두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으로 기업 경영진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경영방어제도 도입 상 문제의 골자는 '재벌'이다. 박용진 의원은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재벌총수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현행 상법이나 정관에도 충분한 경영권방어장치가 있는데도 차등의결권제도 등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반개혁적 제도가 국회를 통과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차등 의결권제도…“美, ‘상장이전’·EU, ‘폐지검토’”역행?
차등의결권주식제도란 주식의 종류에 따라 의결권 수를 달리함으로써 1주에 부여된 의결권이 많은 복수의결권주식을 다수 확보해 적대적 M&A를 의결수 부족으로 불가능하게 막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의결권을 추가로 부여한다. 경영권 방어수단이기도 하지만, 승계 시 지배권 강화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미국은 차등의결권관련 주식발행이 가능하지만, 상장회사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AMEX, 나스닥 등 시장에 1주 1의결권원칙에 따라 복수의결권 주식발행은 금지됐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글로벌 회사들은 상장이전에 창업주들이 의결권을 가진다. 페이스북, 구글, 포드사,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가 복수 의결권을 활용했고, 최근 알리바바의 사례도 있다.
사실 미국에서 제조업이나 금융업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을 통해 지배권을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디어산업만 언론의 공공성 차원에서 해당제도가 관행화됐다.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의 경우엔 복수의결권의 특징은 창업자로 한정했거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소멸하도록 했다. 미국 포드사의 경우 창업주가 7%의 지분을 가졌고, 40%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벌 3세까지 경영승계가 이뤄지는 기업지배구조와는 다른 모양새다.
프랑스의 경우 1주 2투표권(복수의결권)은 2년 동안만 부여할 수 있지만, 양도 시 권리는 소멸된다. 유럽 7개국 대상 조사결과 1995년 41.1%가 채택하고 있으나 2001년 21.6% 감소했다. 신규 상장사는 같은 기간 22%에서 4%로 줄었다. 현재 EU국가에서는 차등의결권 폐지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차등의결권부 종류 주식’을 따로 발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충분한 필요성 및 적절성을 설명하도록 하고 기간을 정하도록 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무부 입법예고안에는 주주평등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허용하고 있고, 차등의결권주식제도 도입은 배제하고 있다. 차등 의결권에 대해서는 외국투기자본에 대한 방어와 주식시장의 건전성 제고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외부세력이 없는 환경에서 나올 수 있는 경영권의 비효율성을 지양하고, 경영권 고착화라는 폐해를 지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 포이즌 필 도입…이사회의 독립성, 국민연금 감시가 '전제'
포이즌 필은 적대적 매수자가 이사회 동의 없이 일정 지분 이상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다른 주주가 미리 정한 낮은 가격으로 (신주)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과 달리 회사의 주식을 대상으로 한다. 저가로 취득한 주주의 주식수가 증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적대적 매수자는 지분 비율이 낮아져, 의결권을 확보할 만큼의 추가적인 매수비용이 소요되게 된다.
포이즌 필은 신주발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은 신주 대신 자기주식 발행이 가능하다. 미국은 실무상 발행주식을 20~30%로, 일본은 20% 이상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회사가 발행할 주식 및 권리를 이사회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야후, 모토로라, 퀄컴 등 IT기업과 골드만삭스, 무디스 등 금융그룹 등이 포이즌 필을 채택하고 있고, 일본은 2006년 일본방송과 불독소스 두 기업이 적대적 M&A 상황이 발생해 포이즌 빌을 채택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는 주총을 거쳐 모든 주주에게 동등하게 발행해야 하며, 우리나라는 자기주식으로 대체할 수 없다. 포이즌필은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이사회가 주식과 관련해 철저한 권한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전제다.
우리나라에서 포이즌 필의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이사회 독립성 취약, 기관투자자 감시기능 미흡한 재벌위주의 기업 지배구조 때문이다. 추가적인 경영 방어수단 도입은 주주 간 이해관계 차이가 크고, 경영권 고착과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개방과정에 있는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요인도 지적된다. 전경련은 견제장치가 함께 도입되면 기업 경영진이 이를 남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대체적으로 신주인수선택권 도입에 대해 적대적 M&A 방어라는 순기능을 기대하기에 앞서, 재벌 등 일부경영진의 남용가능성을 막는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황금주 제도…'OECD, 비상장사·국가안보 上'뿐
이 밖에 경영권 방어장치로써 황금주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황금주제도란 주식의 보유수나 보유비율에 관계없이 경영권 방어목적 등으로 M&A 등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가진 주식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비상장회사인 경우에 한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이사회의 선·해임 등 중요사실이 끼어있는 주식을 발행하면 아예 상장 폐지시키도록 했다. 실제 발행한 곳은 2004년 국제석유개발주식회사와 UFJ은행 두 곳이 전부였다. 영국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경우가 아니면 황금주 제도가 사실상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황현형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조사관은 “해외 헤지펀드 등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재벌의 경영권 상속을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는 것이라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라며 “경영권방어제도는 정부가 추진 중인 M&A 활성화 방안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