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속의 태풍 시작되나?
찻잔속의 태풍 시작되나?
  • 이준모
  • 승인 2007.02.12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호아시아나 속 대우건설 갈등설 내막

지난해 최대의 기업합병전인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승리, 재계순위가 11위에서 8위로 상승한 금호그룹. 당시 대우건설을 6조 4천255억원에 인수한 박삼구회장. 100원단위까지 신경을 쓸 만큼 세부적인 박회장이 굵직굵직한 사안 위주로 일을 처리하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두 달이 지나갔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금호와 대우건설의 결합은 멀게만 느껴진다. 아직 대우건설 직원들은 사실상 점령군인 금호아시아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다. 대우건설 인수를 전후해 임원 20명이 회사를 떠났다. 게다가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전 대우건설 박세흠 사장을 고문직에 위촉했지만 박 전 사장은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의문(?)을 낳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지난달 경질된 전 주택공사 한행수 사장에 이어 주택공사 사장에 공모를 한 상태며 유력한 후보로 알려지고 있다.

금호의 로고(CI) ‘날쌘 기역자 모양’ 아름다운 비상과 진취적인 기상을 나타낸다. 이 로고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회장은 “깨끗하고 간결하다. 깔끔하지 않으냐”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미래로 비상하는 아름다운 기업이 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로고의 비극(?)

오대양ㆍ 육대주를 의미하는 대우건설의 로고(CI). 33년간 사용했던 것이 금호의 날개로 바뀌었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건설회사의 로고(CI)는 직각과 수평, 좌우대칭이 맞는 게 기본인데 비대칭인 새 심벌은 불안정한 모습이라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국내 1위 건설업체이 대우건설과 국내 10위권업체인 금호건설과는 다르다는 자존심이 아직도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진정한 통합이 안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 대우건설 사장은 박창규 사장이다. 지난달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전 대우건설 사장 박세흠 사장의 뒤를 이어 대우건설 사장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박세흠 사장을 대신할 인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는데 협조한 공로가 있고 현 사장의 유임으로 대우 내부의 분위기를 추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신할 인물을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것도 그의 유임설에 무게를 두었었다. 아울러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올린 박세흠 사장이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사장으로 박창규 토목ㆍ공공부문 부사장을 승진 임명했다. 거취가 주목됐던 박세흠 사장은 비상근 고문으로 경영일선에 한발 물러났다. 현재 박 전 사장은 대한주택공사에 사장에 공모한 상태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박세흠 사장을 비롯해 여러명이 물망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 중 가장 합리적인 인사를 했다. 또한 박창규 사장 임명에 대해서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그 당시 합리적인 인사라 평했다”고 전했다.
인수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그래서 이러한 잡음을 잠재우기 위해 박삼구회장은 대우건설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서 “대우건설은 영남지역에 강점이 있고 금호건설은 호남쪽에 사업이 많은 만큼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말했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장 오남수 사장은“금호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의 기업문화가 많이 다른 만큼 대우건설 사장은 내부에서 발탁한다는 방침이 정해져 있다”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건설부문 신훈 부회장 밑에 금호건설 사장과 대우건설 사장체제가 이루어진다”고 밝혔었다. 또 금호아시아나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인 금호산업 건설사업부를 합병하지 않고 별도 법인으로 유지하여 2개 건설회사 체제로 운영한다고 했다.”
또한 이질적인 문화의 대우건설 끌어안기를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임원 110여명 대우건설연구소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또 용인시의 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전체 계열사 임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전략경영 세미나를 가졌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금호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의 화합은 멀기만 하다.
한 여론에 의하면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긴 김안석 본부장은 신규사업 수주와 자금집행의 핵심업무를 장악해 이른바 금호式 업무스타일을 시작했지만 내부적이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100원 단위까지 신경을 쓰고 회사 집기품 몇 개까지 챙기는 박삼구式 경영스타일이 굵직굵직한 위주의 일을 처리하는 건설회사 업무스타일과는 차이가 많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을 이끌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인물은 신훈 금호아시아나 그룹 건설부문 부회장과 김안석 대우건설 전략기획본부장이다. 이들은 오남수 사장과 더불어 대우건설 인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핵심 3인방으로 꼽힌다.
신훈 금호아시아나 부문 부회장은 최고정보화책임자(CIO)로는 드물게 건설사의 CEO를 맡았다. 대한항공, 삼환기업, 한국신용평가등의 전산분야에서 근무했으며 주로 정보화를 책임졌다. 88년 아시아나항공의 전산담당상무로 영입되어 그룹 전산시스템 총괄 부사장과 아시아나항공의 기획 및 정보통신 부사장을 지냈다.
오남수 금호아시아나 전략본부장은 서울신탁은행 출신으로 아시아나 재무담당 상무를 거쳤다. 치밀한 재무 지식에 친화력까지 겸비했다.
김안석 현 대우건설 전략기획본부장은 뉴욕대학교대학원 경영학 박사 출신이며 박삼구회장의 젊은 씽크탱크로 오남수사장과 함께 M&A팀을 이끌면서 대우건설 인수하는데 실무를 총괄했었다.
금호아시아나의 건설부문을 이끌고 있는 금호라인은 숫자에 강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수자와 친하지 않은 대우건설과 마찰은 불가피한 것이다.
박회장과 금호는 금호-대우건설의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극복해야한다. 박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사람을 사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 “나는 대우건설의 그 좋은 인재들을 사서 열심히 대우건설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갈등은 단시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후 인수 자금에 부담을 털기 위해서 재무,경영라인 강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무와 경영에 능한, 김안석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기획부문 부사장을 대우건설로 보낸 것도 그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해방군 금호(?)

숫자를 중시하는 데이터중심의 금호아시아나, 미시적인 것보다는 거시적인 것을 중시하는 대우건설, 이들회사가 화합이 어려운 것은 태생적인 것이다. 화장품에는 물과 기름성분이 섞여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계면활성제이다. 금호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의 계면을 누가 활성화 할 것인가? 이것이 점령군이 아닌 해방군으로 가고 싶은 금호아시아나의 고민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