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 - 샤갈>전
모든 예술가는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남기게 마련이고, 더군다나 20세기 예술이 남긴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라면, 자신이 어떤 영향권 하에 있는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다 못해, 아예 오마쥬의 형태로써 숭상하는 '트렌드'를 창조해낸 것일테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흔히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는 샤갈은 이런 트렌드에서 멀리 떨어진, 도무지 영향권 자체를 파악할 수 없는 신비스런 존재로 비춰질 수 밖에 없을 듯.
흔히 샤갈을 '굳이' 설명하고자 할 때 주로 끌어들이는 개념이 바로 '야수주의'와 '입체주의'의 화학작용에 의해 탄생한 케이스라는 점일 것이다. 이를테면, '야수주의'에서 강렬한 색채감각을, '입체주의'에서 신공간개념을 끌어와 꼴라쥬시킨 '영향권 아래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바로 그것인데, 사실 샤갈은 이런 오해와 전혀 별개로, 러시아의 민속적 주제와 유대인의 성서에서 그 사상적 모티브를 얻어낸 '오리지널'에 속하며, 초현실주의의 시조라는 식으로도 읽혀지고 있지만,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가 그 어떤 영역, 그 어떤 경향에도 영향받지 않은,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예술가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완벽하게 '사조'에서 벗어나 있다 - 미술사에 있어 샤갈을 '규정' 지으려는 노력만큼 편집증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
현재 폭발적인 화제 속에 전시되고 있는 <색채의 마술사 - 샤갈>전은 바로 이 '가장 독창적인 화가' 샤갈의 1910년부터 1985년 사이, 전 생애에 걸쳐 제작된 유화, 석판화 등 120여점의 주옥같은 작품을 모아놓은 대규모 전시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연인', '상상', '파리', 서커스', '성서이야기', '호메루스의 오디세이', '지중해의 세계'의 7개의 테마로 그의 작품들을 묶어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1920년 모스크바의 유대인 극장 패널화로 제작된 뒤 스탈린 집권으로 인해 철거되고, 50여년 간 창고 신세를 지다 1970년대 말에 새롭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트레티아코프 미술관 소장품 '유대인 극장' 연작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이기도 해 샤갈의 팬이라면 더없는 기쁨과 감동을 선사해줄 수 있을 듯.
이번 전시는 파리 퐁피두센터 샤갈 전시관-파리 그랑팔레 샤갈 회고전-샌프란시스코 근대미술관 샤갈전으로 이어지는 장기 순회 전시에서 이태리 토리노 근대미술관 전시에 이어 서울에 도착한 '세계적' 전시이기도 하다.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일시: 2004.07.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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