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연제구 이위준 구청장이 김씨로부터 거액이 든 가방을 받은 시기는 지난 6월30일이다. 김씨는 연제구의 한 일식집에서 이 구청장과 점심식사를 함께 한 뒤 헤어질 때쯤 식당 입구에서 서류가방보다 조금 더 큰 검은색 여행용 가방을 건냈다.
이 구청장은 가방을 열어보지는 않았으나 직감적으로 현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무게로 볼 때 거액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김씨와 연락이 안 되는 바람에 이틀 뒤인 7월2일 김씨를 구청으로 불러 돈 가방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돈을 받은 당일 사업 얘기나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시 연제구는 김씨가 자신이 실소유주인 (주)일신건설(이하 (주)일건)을 내세워 재향군인회와 P건설 등을 끌어들인 뒤 수천억원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켜 재개발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추진한 곳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의혹의 핵심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이 구청장은 그 동안 김씨와 수차례 만났고 김씨에게 돈 가방을 건네받기 하루 전인 6월29일 김씨 소유의 (주)일건이 연산8동 16만7000㎡ 부지에 1천4백4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부산시에 제출한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의혹의 눈길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시 연제구청은 (주)일건이 당초 제안한 용적률 291.85%에 근접한 285%로 제시했고 층수제한과 관련해서도 (주)일건의 당초안인 37층과 비슷한 35층으로 소폭 조정해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 구청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김씨의 전방위 로비의혹이 속속 드러나면서 은행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PF는 4~5년전부터 은행권에서 주력하고 있는 대출로 수익이 예상되는 ‘아이디어’에 은행권이 돈을 빌려주는 제도로 김씨는 지금까지 PF를 통해 3개 은행에서 총 3천3백30억원을 대출받았다. ‘아이디어’ 사업에 돈을 대는 PF의 특성상 특혜시비는 항상 잠복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PF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부산은행에서 6백80억원 대출을 약정 받은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월드’의 경우, 부지도 땅이 좋은 편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땅을 노리고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사람 들 중 김씨가 PF사업자로 선정돼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3년 이후 집중적으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린 김씨의 관련회사들은 경영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실적도 없고 신용등급이 낮은 곳에 집중적으로 대출이 이뤄졌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