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노예계약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서울우유 노예계약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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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 380명 서울우유에 반기 든 사연

서울우유가 존폐위기에 놓였다. 유통회사 차주들의 파업으로 인해 하루 손실액만 1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유제품을 불법유통한 사실까지 적발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벼랑 끝으로 몰린 서울우유지회 조합원 2명이 파업 17일째에 방화까지 기도했다. 이처럼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화물연대 가입 인정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서울우유와 단체협약서가 체결되기 전까지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우유는 요지부동이다. 차주들과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태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사신문>은 이번 서울우유 파업 사태에 대한 쟁점들을 살펴봤다.

차주… 서울우유 종속성 강해 당연한 요구 / 서울우유… 집단행동에 의한 업무방해 행위

▲ 화물연대 소속 서울우유지회 조합원 2백여명은 서울우유 안산공장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서울우유 운송 차주들의 파업은 서울우유에서 지난 2006년부터 암암리에 준비되어온 ‘대형화사업’에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대형화사업의 요지는 집유경비를 줄이기 위해 5톤짜리 집유차량을 8톤 차량으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우유측은 차주들의 부담을 덜고자 대출을 알선하고 그 이자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쟁점 1. 구조조정 칼날 품은 ‘대형화사업’

하지만 차주들의 생각은 서울우유와 다르다. 현재 5톤 차량을 8톤으로 교체 시 차주들의 인원이 감소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이는 곧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 차주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8톤 차량을 재구입할 능력이 안 되는 차주들은 빚더미에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우유지회 한 관계자는 “서울우유 차량은 서울우유 차주들끼리 밖에 매매가 안 되는데 서울우유 방침이 점차적으로 대형화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어느 누가 5톤 차량을 사려고 하겠나. 결국 헐값에 팔고 빚내서 8톤 차량을 구입하라는 뜻이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결국 차주들은 지난해 7월 화물연대에 가입했고 ‘고용보장’을 위해 서울우유와 투쟁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마찰을 빚게 된 서울우유유통회사는 지난해 11월 차주들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서울우유가 올해 다시 대형화사업을 추진하면서 합의서가 백지화가 되자 화물연대 소속 서울우유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0월16일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우유측 관계자는 “대형화사업은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침이었을 뿐 구조조정을 염두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해당 당사자들은 오해를 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차주들의 입장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업을 촉발시킨 대형화사업에 대한 철회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쟁점 2. 서울우유와 차주들의 종속관계 여부

서울우유측은 차주들과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합원들과의 교섭을 거절하고 있다. 파업을 한 차주들은 서울우유 노조가 아닌 화물연대에 가입한 개별 사업자이며 유통회사와 차주들의 고용관계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서울우유는 정부에서도 인정하지 않은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는 서울우유가 수용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차주들의 파업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정한 노동쟁의와는 성격이 다른 집단행동에 의한 업무방해 행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서울우유측의 해명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교육방침은 물론 휴무와 출퇴근까지 모든 사항들에 유통회사가 아닌 서울우유의 업무 지시를 받고 있으며 지시를 받은 문서상에도 유통회사가 아닌 서울우유조합으로 명시돼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화물차 운전기사들에 비해 차량 자체가 유제품 운반을 위한 냉동차여서 다른 품목의 운반이 불가능한데다가 차 외각에도 ‘서울우유’ 로고가 새겨져 있는 등 업무 종속성이 강하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 서울우유지회 조합원들이 제공한 서울우유협동조합 명의의 문서 및 각서.
서울우유지회 한 관계자는 “서울우유의 주장대로라면 운송회사에서 직접 차주들을 관리해야지 왜 서울우유에서 차주들을 관리를 하는지 알고 싶다”며 “업무 지시는 서울우유가 하고 책임은 운송회사 탓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우유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화물연대에서 제공한 서울우유협동조합이라 적힌 문서들은 파업 이전에 차주들이 서울우유 측에 문의한 사항에 대한 답변을 전달한 것”이라며 “이전까지는 서울우유가 아닌 운송회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쟁점 3. 서울우유가 버티기 들어갔다?

조합원들은 파업으로 인해 서울우유가 원활하게 제품을 운송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차주들과의 계약기간이 오는 12월에 만료되기 때문에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우유지회 한 관계자는 “결국 악순환이 되고 있는 셈”이라며 “서울우유의 노예계약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단체 조성 및 가입도 허락이 안 되며 서울우유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법원에서 공중까지 세울 정도라 발목을 잡힌 것과 같다는 것. 정신적인 노예와 다름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이어 “차주들은 서울우유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들을 품목별로 구별하고, 싣고, 운송하는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어 근무시간 개념이 따로 없다”며 “하지만 서울우유에서는 10년째 용역료를 동결시켰다”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용역료 수준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며 “서울우유가 평균시장보다 월등히 높은 용역료를 감당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용역료 외 1인당 평균 유가보조금 수령액이 연간 수백만원에 달하며 제품운송차량의 경우 수천여 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우유지회 관계자는 서울우유의 이 같은 주장에 “서울우유에 들어올 때 산 차량 값은 서울우유를 나갈 때 다른 차주에게 팔면서 투자한 돈을 다시 되돌려 받는 것인데 어떻게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또 “유가보조금은 국가에서 주는 것인데 왜 서울우유가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노예계약에는 서울우유와 유통회사간의 커넥션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우유와 계약을 맺은 유통회사는 총 9곳. 그 중 우청물류의 경우 사장이 부도를 내고 아직까지도 차주들의 임금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서울우유와 유통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우유지회 관계자는 “부도가 난 회사와 어떻게 서울우유와 다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유통회사 중에는 서울우유의 자회사가 있을 정돈데, 유통회사와 서울우유간의 커넥션이 존재한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관계자는 서울우유와 유통회사간의 계약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재 서울우유에선…

▲ 서울우유지회 조합원들이 직접 촬영한 서울우유의 불법운송 사진.
서울우유와 차주들의 힘겨루기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차주들은 서울우유 안산공장을 거점으로 삼고 2백여 명이 천막농성 중에 있으며, 서울우유의 불법운송에 관련한 증거물을 확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우유지회 조합원들이 내놓은 사진과 동영상은 소비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냉동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제품을 운송하는 것도 모자라 원유를 수송하는 과정에서도 청결하지 못한 모습이 드러났던 것이다.

서울우유측은 “파업 첫날에만 있었던 일”이라며 “하루 천만 개가 운송되는 우유다. 천만고객이 마신 셈인데, 문제가 있었다면 클레임이 있었을 테지만 현재까지 클레임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잡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업에 동참했던 차주들이 다시 복귀하자 서울우유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각서를 쓰게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서울우유측은 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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