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괴담이 親朴계를 향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의 ‘40% 물갈이론’에 이어 불거진 ‘살생부’ 괴담은 ‘총선 의석수 분석 보고서’라는 괴문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기준인 “‘친박 살생부’를 찾아라”는 특명까지 내렸다는 소문과 함께 親朴계 의원들은 ‘親朴살생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이 총장의 ‘물갈이론’의 대상은 한나라당 내 3선 이상, 60대 중반에 해당하는 영남지역 극우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총장은 겉으로는 영남권 의원 공천 탈락 비율을 親朴계보다 親李계가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親朴계 의원 공천 탈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부정비리 연루 의원 공천 원천봉쇄라는 카드도 親朴계 의원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은 “공천 위협을 느꼈다” “살생부에 이름이 오르내린다”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親朴살생부’에는 영남의 A, B, C 의원과 수도권의 D, E 의원 등이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낙천대상으로 거론되는 5명은 3선이 1명, 재선이 1명, 초선이 3명으로 親李계 의원(영남권)도 한 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앉아서 죽을 수 없다”
박 전 대표도 親朴계 인사들을 살리기 위해 집안단속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총선 불출마 및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 위로연에 참석 “앞으로 공천하는데 있어서 과거로 돌아간다든지 또는 조금이라도 잘못해서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강력한 경고장을 내밀었다.
이날 행사에는 해외에 나가 있는 김기춘, 허태열, 김영선, 김태환 의원 등 몇몇을 제외한 親朴계 의원 대부분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참석한 親朴계 31명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무성 김성조 김용갑 김태환 김학송 김학원 박근혜 문희 박종근 서병수 서상기 송영선 심재엽 안명옥 안홍준 엄호성 유기준 유승민 유정복 이경재 이계진 이규택 이인기 이진구 이해봉 이혜훈 정갑윤 주성영, 최경환 한선교 황진하.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는 모든 각오가 다 돼 있다. 공천은 원칙에 따라 불편부당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박근혜와 가깝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가 있어서는 안 되지 않느냐. 공천이 잘못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살생부’를 쥐고 흔드는 이 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무성 최고위원도 “(이명박)주변의 철없는 사람들이 마치 자기가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여러 설들을 늘어놓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는 최고위원 3명과 중진의원을 포함한 살생부 명단이 등장했다”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한나라당 안팎에 떠돌고 있는 각종 괴문서들과 ‘설’들도 ‘짬뽕’처럼 뒤섞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각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및 이른바 ‘親朴’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살생부’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에서 작성했다는 ‘총선 의석수 분석 보고서’까지 나돌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을 경우 한나라당은 243개 지역구 가운데 158석, 48% 득표율로 비례대표 27석 등 총 185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박 전 대표가 탈당해 이회창 전 총재와 연대할 경우 한나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각각 129석과 18석 확보에 그쳐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구꼴통, 원로보수 저리 가!”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의 공천에 따른 입장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강경하다. 4·9총선 공천에 따른 현역 의원 물갈이와 관련, 2가지 철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다. 이 총장의 공천기준은 ▲영남권 의원 교체비율 수도권보다 높인다 ▲親李계 의원 교체비율 親朴계 의원보다 높인다는 것이다.
親朴계 의원 표적…살생부·각종 괴문서·총선 의석수 분석보고서
이방호 총장 40% 물갈이론 ‘핵’…“어항 물 안 갈면 금붕어 죽는다”
이 총장은 이 2가지 원칙을 ‘태풍의 눈’으로 삼아 당내 현역 의원들의 공천 탈락률을 최소 35~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3선 이상, 60대 중반 이상 영남권 수구꼴통 원로보수는 저리 가!’라는 듯한 ‘물갈이론’을 펴고 있는 이 총장은 최근 ‘어항론’까지 펴고 있다. 이른 바 “어항의 물을 한꺼번에 다 갈아도 금붕어가 살기 어렵지만, 물을 안 갈아도 산소 부족으로 금붕어가 죽게 된다. 한번에 최소 35~40%는 가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
한나라당 현역 의원 물갈이는 지난 2000년 4·13총선 공천 때 31%, 2004년 4·15총선 때 36.4%였다. 따라서 이 당선인 측근들과 이 총장은 “정권은 바꿨지만 국회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이 당선자가 소신 있게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없다. 한나라당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공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40% 물갈이론’의 당위성을 펴고 있다.
親朴측 의원들은 이에 관련 “우리를 걷어내려는 저의가 아니냐”며 이 총장의 ‘40% 물갈이론’에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장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면 가장 쉽게 당선될 수 있는 곳이 전통적으로 영남지역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스스로 공천에서 물갈이를 해야만 참신한 인물들이 등장할 수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親李계도 ‘살생부‘에 긴장
영남권 親李계 의원들도 ‘살생부’ 괴담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큰 공을 세웠다 하더라도 이 총장의 ‘영남권 물갈이론’을 막을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영남권 親李계 살생부’ 괴담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영남지역 물갈이 비율은 42.8%로 수도권 26.5%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대구는 11명의 의원 중 6명을 물갈이 해 54.5%를, 경남은 16명의 의원 중 8명을 교체한 50%였다. 더불어 경북은 의원 16명 중 7명(43.7%), 부산은 16명 중 6명(37.5%)이 ‘새 피’로 바뀌었다. 하지만 수도권은 전체 49명 의원 중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는 13명 정도에 그쳤다.

이 총장은 “경선 때 이 당선자를 밀었던 의원들을 더 많이 교체하겠다는 약속을 하겠다. 이 당선자를 돕고도 공천에서 희생하는 의원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대우를 할 것”이라며 親朴계와 親李계를 동시에 달래고 있다. 지난 경선 때에는 소속의원 128명 가운데 약 60명이 이 당선인 편에 섰고 약 40명가량이 박 전 대표 편에 선 바 있다. 따라서 공천 물갈이를 40%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면 이 당선자를 지지했던 지역구 의원 60명 중 24명을 바꿔야 한다. 더불어 영남지역을 전국 평균 물갈이 비율보다 높인다는 원칙을 적용하면 ‘親李계 의원들도 절반가량 물갈이해야 한다.
한편 영남권 親朴계 의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부산/김무성 김병호(탈당) 서병수 엄호성 허태열 유기준 대구/박근혜 박종근 이해봉 곽성문(탈당) 유승민 주성영 울산/정갑윤 경북/김상조 이인기 김재원 김태환 정희수 최경환 경남/이강두 김기훈 김용갑 김학송 안홍준(현재 22명).
‘제2살생부’ 당규 개정안
4ㆍ9총선 공천을 둘러싼 親朴계와 親李계의 계파 간 갈등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이른 바 ‘부정·비리 연루자 공천을 원천봉쇄한다’는 한나라당 당규 개정안이 ‘제2살생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조항에 따르면 親朴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공천탈락 대상자가 돼 親朴계 진영에 초비상이 걸렸다. 현재 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지난 1996년 5월 공용주파수통신(TRS) 사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로 기소돼 1999년 7월 벌금 1천만원, 추징금 2천만원의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제2살생부’라 불리는 이 당규 개정안은 지난해 7월 2일 이종구 의원(당시 사무1부총장)이 최고위원회의에 낸 ‘공직후보자추천 규정’ 개정안에서 비롯되었다. 이 개정안에는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형이 확정된 비리 연루자의 공천 신청은 받지 않게 되어 있다.
영남권 의원 공천 탈락 비율, “親朴계보다 親李계가 훨씬 더 많다”?
부정비리 연루자 공천 원천봉쇄, ‘제2살생부’ 현역의원 줄줄이 탈락
같은 해 9월11일 당 상임전국위원회에 상정돼 명문화된 이 조항은 3조2항:각급 공천심사위원회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9조: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경우가 그 골자이다.
따라서 2002년 대선 때 12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서청원 전 대표와 지난해 7월 복당한 박성범 의원(서울 중구),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Y씨 등 이 조항에 해당되는 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박 의원은 2006년 1월 한나라당 중구청장 후보 공천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베르토 카발리 밍크코트, 루이13세 양주, 페리가모 넥타이 2점 등 약 824만원 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2007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Y씨는 2002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썬앤문그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이와 관련 “사안별로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벌금형 받은 사람들의 공천도 허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못박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당규 개정안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적들(親朴계)을 제거하기 위한 ‘제2의살생부’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이 당선자 측으로서는 강력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자기 사람’으로 채워진 당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