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만남의 아우라, 그 신비로움은 ‘날카로운 첫키스’처럼 기억에 각인돼 아마도 저 무덤까지 같이 가리라. 영화 관람 같은 것, 또는 상대의 옷차림의 어떤 색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움직이는 공간과 시간들, 낮은 밤으로 밤은 낮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어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질 때는 사랑하는 이의 눈 속으로 빠져들 때이다. 그때 우리는 ‘시간 없는 시간’을 느끼며 영원을 느낀다.
‘널 사랑해’라는 말하기의 어려움은 번민, 달콤하기 그지없는 번민이다. 연인을 상상하는 마음은 바싹바싹 타들어가며 묘한 슬픔에 휩싸인다. 계절은 언제나 가을이며, 빈 술잔의 공허가 차오르며, 음악 안 나오는 LP판이다.
진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행위조차 미안해할 때 당신은 당신도 짐작할 수 없는 깊이에서 소심하기 짝이 없는 러브홀릭에 빠진 것이다.
<투비컴퍼니>와 <㈜이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70분간의 연애』가 시즌2를 맞아서도 꾸준한 관객의 사랑을 받는 까닭은 첫사랑의 달콤하고 쓰라린 쾌락의 추억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감성적 급소를 정확히 겨냥한 차근호 작가와 김동연 연출의 『70분간의 연애』는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유쾌한 소품이다.

그외 이 연극에서 진짜 속마음을 공개해주는 ‘언어통역기’, 두 사람을 대역(代役)하는 ‘테디베어’, 그리고 카페 벽면을 가득 채운 ‘포스트 잇’, 그리고 제빵자격증을 따려고 묵언공부에 들어간 카페 주인(송재룡)이 말썽 많은 이 커플의 사랑싸움에 어우러지며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이인극(二人劇)에 탄력적인 리듬을 부여한다.
따스하고 정겨운 연극『70분간의 연애』는 오는 3월9일까지 상상화이트 소극장에서 연애의 달콤씁쓸함을 알고 있거나 알고 싶은 연인들과 데이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