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간의 연애」달콤쌉싸름한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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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기몰이

▲ 김두용의 소심한 연기와 탁성은의 탁탁 튀는 말괄량이 연기 사이에 사랑의 산파 역할을 하는 송재룡. 세 사람의 자연스런 연기 조화가 유쾌한 소극을 만들어 내놓았다.
15년 동안 당신은 사랑으로 인해 불면(不眠)을 꽃피웠다. 당신은 모르고 있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님도 당신을 간절히 그리워했음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좋아하는 연인 앞에 서면 마음이란 것은 한없이 나약해져 사랑의 고백은 혹여 거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고뇌로 장장 15년 동안 고백은 미뤄져 왔던 것이다. 자기감정을 속이고 다른 이성의 품에서 사랑의 번뇌의 불길에 당신은 서서히 타들어갔던 것이다.

첫만남의 아우라, 그 신비로움은 ‘날카로운 첫키스’처럼 기억에 각인돼 아마도 저 무덤까지 같이 가리라. 영화 관람 같은 것, 또는 상대의 옷차림의 어떤 색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움직이는 공간과 시간들, 낮은 밤으로 밤은 낮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어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질 때는 사랑하는 이의 눈 속으로 빠져들 때이다. 그때 우리는 ‘시간 없는 시간’을 느끼며 영원을 느낀다.

‘널 사랑해’라는 말하기의 어려움은 번민, 달콤하기 그지없는 번민이다. 연인을 상상하는 마음은 바싹바싹 타들어가며 묘한 슬픔에 휩싸인다. 계절은 언제나 가을이며, 빈 술잔의 공허가 차오르며, 음악 안 나오는 LP판이다.

진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행위조차 미안해할 때 당신은 당신도 짐작할 수 없는 깊이에서 소심하기 짝이 없는 러브홀릭에 빠진 것이다.

<투비컴퍼니>와 <㈜이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70분간의 연애』가 시즌2를 맞아서도 꾸준한 관객의 사랑을 받는 까닭은 첫사랑의 달콤하고 쓰라린 쾌락의 추억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감성적 급소를 정확히 겨냥한 차근호 작가와 김동연 연출의 『70분간의 연애』는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유쾌한 소품이다.

▲ 사랑, 이것은 가히 치명적인 삶에의 중독이며, 피타는 고뇌의 꽃이다.
15년 동안 사랑의 고백을 못하고 딴 남자와 마음에도 없는 연애를 하거나 선을 봤다 하면 연거푸 차거나 차이는 탁성은에게 위로와 애정을 아끼지 않는 무명작가 김두용. 소심하고 수다스런 순정남 두용을 좋아하는 말괄량이 사법고시 합격생 탁성은. 두 사람은 어느날 우연히-과연 우연일까?-동침하게 되고 그 ‘사고’를 놓고 누가 과연 더 많은 과실을 범했느냐 라는 문제로 토론을 벌이다가 서로 숨겨놓은 마음의 은은한 향기와 빛을 발하는 원광석을 캐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삶 자체가 된 사랑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외 이 연극에서 진짜 속마음을 공개해주는 ‘언어통역기’, 두 사람을 대역(代役)하는 ‘테디베어’, 그리고 카페 벽면을 가득 채운 ‘포스트 잇’, 그리고 제빵자격증을 따려고 묵언공부에 들어간 카페 주인(송재룡)이 말썽 많은 이 커플의 사랑싸움에 어우러지며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이인극(二人劇)에 탄력적인 리듬을 부여한다.

따스하고 정겨운 연극『70분간의 연애』는 오는 3월9일까지 상상화이트 소극장에서 연애의 달콤씁쓸함을 알고 있거나 알고 싶은 연인들과 데이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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