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와 관련, “단순히 통상협상 차원에서 타결된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에 새로운 모멘텀이 만들어졌다고 하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미국 측이 결단을 내려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같이 말하고 협상결과에 대해 “우리로서는 상당히 기대이상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추가협상) 마지막 고비에 대통령의 담화 발표도 미국 측에는 상당한 압박요인이 됐다고 한다”면서 “더 이상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한국정부와의 신뢰는 물론 한미동맹의 미래에도 훼손이 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19일 미국 측이 우리가 요구한 세 가지 안을 받아들이기로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일각에서는 지난번 담화 발표를 전후해서 ‘전략부재’라는 표현까지 나왔지만 실제로 청와대에서는 6월6일 시점에 5단계 시나리오를 준비했었다”며 협상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는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통해 한국민의 우려와 불안을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추가협상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한미정상 간 통화는 7일 이뤄졌다.
두 번째 단계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으로 추가협상이라는 개념으로 규정한 뒤 9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정부 대표단, 한나라당 대표단을 파견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백악관 등과 협의를 통해 백업을 하고, 정부 대표와 한나라당 대표단은 미 농무부와 상하원에 추가협의의 당위성을 설명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단계는 김병국 수석이 건너가서 미 백악관 및 행정부와 물밑협상을 벌여 밑그림을 그리며 진전이 있으면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파견해 USTR과 공식적인 협상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물밑협상에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김종훈 본부장이 13일 미국에 가게 됐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네 번째 단계는 USTR과 협상은 정부 간의 협상이고 더욱이 USTR은 한국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와 통상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만큼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면 청와대-백악관 라인을 가동해서 백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때 그때 한국에 확고한 입장을 전달하고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 달라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추가협상의 최종고비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담화나 특별 기자회견 형식으로 합의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이 대변인은 “이런 전략 아래 김병국 전 외교안보수석이 미국에 가서 백악관 쪽을 설득한 가장 큰 무기는 ‘쇠고기가 더 이상 검역이나 위생문제가 아니라 한미관계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 쪽도 이것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접근하고 다뤄가야 한다’고 설득한 것"이라며 "이런 물밑 작업이 이뤄진 후 13일에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가서 공식협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국 전 외교안보수석 등은 10일, 12일 현지에 머물면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데니스 와일더 NSC아시아담당 국장, 제프리 제임스 부보좌관 등 여러 사람들을 면담했다. 그 외에도 찰스 그래슬리 상원 재무위 간사, 찰스 랑겔 하원세입 위원장, 척 헤이글 상원의원 등을 만나 추가협상의 필요성을 미국 측에 강력히 전달했다.
이 대변인은 “당시 김병국 전 수석은 물밑협상을 통해 ▲쇠고기 추가협상은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FTA 비준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미 대선 기간에 부상할 수 있는 업계나 의회반발 그리고 통상마찰의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다른 나라와 벌이고 있는 쇠고기 협상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등의 4가지 원칙에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사실 이번에 타결된 세 가지 원칙, 즉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입을 금지한다, 30개월 미만이라 하더라도 뇌, 눈 등 일부 SRM수입을 차단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미국 도축장에 대한 조사 및 처분권을 갖는다 하는 것은 모두 처음부터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협상안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요구 때문에 미 무역대표부(USTR)과 우리측 통상교섭본부 간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엄청난 난관에 부닥쳤었다.
이 대변인은 “USTR은 다른 나라와도 협상해야 되는데 이것이 전례가 되면 유사한 전례에 따라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안이었다”면서 “통상교섭본부장이 교섭을 중단하고 중간에 귀국할 뻔 했다. 벼랑 끝 전술이라고 했는데 그 때 서로 얼굴을 붉히고 험한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고 당시 협상의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그래서 그 뒤에 외교안보수석도 귀국 일정을 조금 늦추면서 14, 16일, 돌아와서는 17일, 19일, 20일 이렇게 계속 미국 측과 막후협상을 한 것”이라며 “정부와 청와대가 처음부터 매우 치밀한 전략 아래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고 미국 쪽에서도 한미 동맹의 미래를 생각한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