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황태자를 사랑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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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신혼의 단꿈...다투는 일도 많아

지난 7월21일 [시사신문]은 이제 갓 두 달 남짓 한 신혼의 단꿈을 뒤로하고 연극에 매진하고 있는 탤런트 이현경(39)을 만났다.
23기 MBC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이현경은 현재까지 TV와 스크린, 연극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는 실력파 배우다.
KBS드라마 ‘다함께 차차차’ 이후로 연기활동이 한동안 뜸했던 이현경이 연극 ‘여보 고마워’(권호성 연출, 고혜정 작가)를 통해 결혼 이후, 첫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차분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로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현경. 그녀는 지금 신혼의 단꿈에 푹빠져 있을 틈도 없이 연극이라는 새로운 연기세계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혼과 연극무대를 통해서 한층 성숙된 배우로 다가오고 있는 이현경을 만나보았다.

이현경이 출연 중인 ‘여보 고마워’는 연극 ‘친정엄마’로 유명한 고혜정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6년 차 전업주부인 철부지 남편, 슈퍼맘이 되어버린 아내, 그리고 아빠가 이상형인 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그린 작품이다. 사실 이 연극은 이현경이 2008년 출연했던 작품이다. 당시에는 이현경이 결혼 전이었다면 지금은 결혼 이후라는 게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일까. 이현경은 같은 작품에 두 번째 출연하지만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솔직히 결혼 전과 후의 연기가 많이 달라요. 초연 때는 워낙 대사 자체가 생활 대사이다보니 그때 그때 공감을 하고 그냥 받아들인 면이 있었는데 막상 남편이라는 대상이 현실에서도 저한테 생기게 되니까 상대배우를 바라보면 확실히 감정이 달라요. 그 전에는 남편과의 싸우는 장면에서도 이게 이렇게까지 화가 나나 했는데 이제는 왜 화가 나는지에 대해 조금 공감이 돼요.”

결혼 후 연기
느낌 달라졌어요

연극에서 이현경은 장수 고시생이자 전업주부로만 6년을 보내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가장으로써 슈퍼맘 역할을 해내는 교수로 나온다.
경험해 보지 못한 슈퍼맘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 이현경은 “배우라는 직업은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내가 결혼을 하든 안하든 기본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어요. 문제는 교수라는 캐릭터 특징은 잘 표현이 됐는데 시댁과의 갈등 같은 경우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죠”라며 “초연 때는 시댁과 친정엄마의 갈등이 그 다지 보여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친정엄마랑 시어머니의 성격이 아주 극단적으로 표현 되서 재밌어요. 이번에 연출 선생님이 바뀌면서 몇몇 신이 추가 되고 대사 몇 마디가 바뀌었을 뿐인데 느낌이 달라졌어요. 배우입장에서 보면 감정을 억지로 표현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출해 낼 수 있게끔 만들어주셔서 좋죠”라고 흡족해 했다.
이어 그녀는 “공연 첫날 저의 시부모님이 공연을 보셨어요. 아들 공연만 보셨는데 이제는 며느리 연기도 볼 수 있어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 주셨어요. 저의 시어머님은 연극보시고 웃으시며 ‘나는 극중 시어머니처럼은 하지 않을 꺼야’라고 하셨는데 두고봐야죠(웃음)”라고 했다.
뮤지컬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뮤지컬 스타 민영기와의 결혼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만약 실제 남편이 연극에서처럼 백수라면 어떨지 궁금했다.
이현경은 “극에서는 임신한 아내가 백수인 남편 옷을 사와 격려해주고 힘을 불어 넣어주기도 하지만 정말 6~7년 동안 그런 상황이라면 극에서처럼 마냥 격려 해줄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라며 “사실 결혼하기 전에는 연기하면서 ‘이거 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하던 부분이 결혼 후에는 ‘충분이 그럴 수 있겠다’라고 공감이 가더군요. 그렇지만 아직은 신혼이라 상상만 하는 부분이예요”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극중에서 이현경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서범석은 실제 남편인 민영기와 뮤지컬 ‘모짜르트’에서 함께 연기한 절친한 사이다.
이현경은 “사실 초연 때가 더 범석 오빠랑 편했어요. 범석 오빠는 모차르트 공연장에서 만났는데 남편이랑 잘 알던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다시 연기하기가 어색해졌어요. 지금은 다시 편해졌는데 솔직히 초연 때보다 어색했어요. 무대에서는 모든 걸 잊고 연기에 몰입하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신경이 쓰였나봐요. 더구나 첫 공연 때 남편이 와있어서 더 신경이 쓰였어요.”
연극은 초반에는 즐겁고 코믹한 분위기로 흐르다가 후반에는 눈물과 감동으로 끝난다. 특히 부부 캐릭터가 더블캐스팅 되면서 극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이현경은 “두 남편의 캐릭터 자체가 완전히 달라서 준규 오빠는 초반에 유쾌한 연기를 보이고 범석 오빠는 조금 더 진중한 연기를 보여줘요. 두 부부의 느낌이 달라서 두 공연 다 봐도 좋을 듯 해요”라며 “연출도 바뀌고 해서 극의 색깔이나 느낌이 많이 달라졌어요. 초연 때는 콘서트 드라마 형식이라서 특이하고 버라이어티 했다면 이번에는 드라마적으로 힘이 더해져서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이 더 좋아요”라고 이번 앙코르 공연 소감을 밝혔다.

신혼의 단 꿈

지난 5월3일 민영기(38)와 결혼한 이현경의 신혼생활은 어떨까.
“이거 대답을 잘해야 되요. 결혼하고 몇 번 인터뷰를 했는데 신랑이 기사를 다 읽었더라고요. 솔직하게 말했더니 조금 서운해 하는 눈치더라고요. 그렇다고 없는 말을 지어서 하는 건 아니지만 진짜 행복해요”라며 밝게 웃었다.
또 그녀는 잘나가는 연하남과 결혼해 능력 있는 여성이라는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에 이현경은 “오히려 남편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능력 있다고, 결혼 한지 2개월 반 정도 지났는데 감사하게도 결혼하고 한 달 정도를 거의 24시간 같이 있게 됐어요. 그 동안에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죠”라고 신혼생활을 공개했다.
아직은 신혼의 단꿈을 누리고 있지만 오랫동안 싱글이었던 사람들이 만난 만큼 티격태격 다투는 일도 많다고한다.
이현경은 “물론 서운한 게 없지는 않지만 사소한 말다툼을 했을 때 신랑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어지는 성격인데 저는 꼭 얘기를 해야 풀어지는 성격이에요. 한 번은 제가 너무 힘들 때였는데 저를 풀어주다가 남편이 오히려 삐친 거예요. 워낙 성격이 좋아서 삐쳐도 반나절은 안 갔는데 그때는 남편도 침체기였나봐요. (삐친 게) 이틀이 간거예요. (남편이) 광주지방공연을 내려가는데 그렇게 보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잠깐 얘기좀 하고가’라고 말해서 풀어졌죠. 아직은 극중에서처럼 언성은 높여 본적은 없고 신경전이 전부예요”라고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전했다.
“둘 다 배우라서 동시에 공연을 하게 되면 (남편하고 저하고) 예민해 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특히 배우들은 감정의 업다운 폭이 일반사람보다 더 커요. 그래야 연극을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여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가 나를 많이 사랑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눈 녹듯이 없어지잖아요,”
아내는 베테랑 연기자, 남편은 뮤지컬 스타인데 서로의 연기에 대해 모니터를 하는지 물었다.
이현경은 “남편 같은 경우는 그동안 했던 공연이 담긴 CD를 제게 보여줬어요. 저는 안보여 주려다가 어느 날 한번 보여주게 됐는데 제가 몰랐던 버릇을 남편이 딱 꼬집어 내더라구요. 대본 외울 때 맞춰주기도 하고, 또 제가 연기선배지만 무대연기는 드라마와 많이 다르니까 무대에 설 때는 고개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제스쳐를 코치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며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살짝 내비췄다.
이현경은 이번 앙코르 공연과 관련한 일화도 공개했다.
“남편이 연극공연을 보면서 ‘왜 거기에서 감정을 그렇게 해’라고 지적했던 부분을 보면서 '다시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연극 ‘여보 고마워’ 초연 때 같이 했던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온 거예요. 너무 신기했어요. 2010년 공연 다시 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신랑도 너무 신기하다고 했어요.”

결혼 이후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세를 빨리 가지고 싶다고 했던 이현경에게 2세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현경은 “솔직히 남편이 연예기간동안 지방공연도 많고 해서 서로 같이 있을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진한 연애다운 연애를 못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신혼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주변에선 결혼 하자마자 2세 계획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더군요. 생기면 바로 낳을 생각이예요. 그래도 아직 시댁에서는 제가 부담 느낄까봐 그런 말은 한마디도 안하세요”라고 출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현경은 출연 중인 연극 ‘여보 고마워’ 이외에도 TV드라마 출연을 계획 중이다.
“미팅 중에 있는 드라마가 액션이 있어서 고민중이예요. 아이를 가지려면 힘이 들지 않을까... 고민 중이예요. 근데 무엇이든 미리 준비하면 잘 안돼요. 제가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잘 될 것 같아요. 이번 연극공연을 한 번 더 할 것 같고 지방공연도 해야 하지만 도중에 드라마 한 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사이 건강을 잘 챙길 수밖에요.”
노래를 배우다가 만난 남편 민영기에게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는 이현경. 그녀는 나중에 뮤지컬 도전도 꼭 해보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밝혔다.
“뮤지컬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데렐라’라는 작품에 출연했던 것이 전부예요. 그때도 노래는 조금 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에게 노래 배우면서 참 부끄러워졌어요. 남편에게 ‘당신처럼 노래 못하는 사람 못봤다’는 냉정한 평가를 들었죠. 그래도 언젠가는 남편이 이정도면 됐다라고 할 만큼 노력해 뮤지컬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취재/ 조은위 기자

사진/ 원명국 기자

akali8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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