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대두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일부에선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 2위와의 격차가 크게 난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대세론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뚜렷한 대항마 카드가 없는 야권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들어가면서 대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여권과 야권 내 잠재적 대선주자들도 조금씩 몸을 풀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행보와 독주 상황
신년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 지지율은 30%대를 기록했고, MBC 조사에선 42.3%를 기록했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독주라고 평가할 만큼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두고 ‘박근혜 대세론’을 언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부정적인 견해로 보는 시각도 많다. 대세론은 곧 필패론으로 연결되는 과거의 법칙을 예로 들며 박 전 대표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 역시 “한 사람만 독주하는 것은 그분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여러 사람들이 경쟁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는 것을 언급하며 독주체제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대선까지 남은 2년 동안 박 전 대표가 아무 소리 없이 현재의 지지세를 유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를 당선시킬 힘은 없지만 어렵게 할 힘은 있다”면서 여권 내 분열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대세론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대선징크스의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기 때문이다.
일단 2위 주자와의 지지율 격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데다가 박 전 대표에 대항할 인물이 야권에 부재하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배종창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6일 “역대 대선을 보면 1~2위 주자 간 지지율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며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2위와의 격차가 엄청나 대선징크스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박 전 대표의 경우 지난 대선 때부터 스스로 지지율을 조금씩 쌓아올렸다는 점에서, 과거 대세론에서 무너진 박찬종 전 의원이나 고건 전 총리에 비해 지지도가 훨씬 견고하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과 여론조사의 허상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박 전 대표 지지율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역선택도 담겨 있어 지지율 30~40%가 모두 박 전 대표 지지층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박 전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20~30대, 서울 수도권, 고학력, 화이트칼라 층에서의 ‘확장성 부족’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외연확대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야권의 인물이 없기 때문에 독주를 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여야 대결이 없다는 것도 불안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대선주자 조사가 여야의 차기 주자들을 전부 언급하는 만큼 야권의 지지층은 분산되고 무응답층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대세론이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인지도 조사 성격이 강하다.
아는 사람이 박 전 대표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대선까지 2년이 남은 상황에서 장기간 여론조사 1위를 하면 참신함이 떨어지고, 국민들의 도덕적 기준도 점점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朴 독주에 野 반응?
박 전 대표의 독주에 야권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나를 포함한 야권 리더들의 총체적 무능 때문”이라고 말하며 야권을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현재 야권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자기의 소속 당을 이롭게 하는 데만 골몰해 있다”며 “이렇게 되면 망하지 않을 당이 없는데 안타깝게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유 전 장관은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가 3달 전 야권연대기구를 제안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다”며 민주당을 비판하고서 “여기에는 나를 포함한 야당지도자의 책임이 있다. 국민이 보기에는 야권이 무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 전 장관은 야권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원인에 대해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별 효과가 없다”며 “야권 정치인이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차기 대선 출마와 관련, “국민에게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란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으로서 당의 싱크탱크 역할에 충실하고 총선 공약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박 전 대표의 독주에 대해 ‘대세론’을 일축하며 대권 주자로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손 대표는 모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지지율은 정권교체에서 단순한 하나의 조건일 뿐”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시대적인 흐름, 즉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내년 4월과 12월, 그때 세상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가가 대권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출될 때처럼 그 욕구가 경제성장으로 간다면 한나라당이 이길 것이고, 평화와 복지로 간다면 우리가 이긴다”며 “그런데 후자가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가진 지지의 확장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며 외연을 넓힌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표의 확장성을 생각했을 때 박 전 대표와의 1대 1 대결구도는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손 대표는 승리 가능성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복지를 테마로 행보를 하고 있지만 복지는 우리 진보·개혁 세력에 절대 유리한 영역이기 때문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 통합으로 맞선다
이처럼 야권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의 비전과 상황을 판단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 상황에서 단순히 개인적 비전과 역량으로만 박 전 대표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야권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인식한 듯 지난해 12월 ‘야권 연대·연합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은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으로 수순은 ‘연대 후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 공조는 당장이라도 가능하지만 통합은 사실상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정치·정책 연대를 통해 선거연합이 가능한지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상 현 시점에서 야권연대 외에는 뚜렷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에게 강력하게 대항할 수 있는 대항마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의 대선주자들 모두 한자리수의 지지율을 답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의 단점을 채워줄 수 있는 야권 연대는 분명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카드이다. 여권 내에서도 야권의 연대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인 이경재 의원은 “최후의 결론은 정치의 불가침성과 변화 가능성 등으로 봐야 한다”며 “최후에 야당 통합이 이뤄진다고 할 때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야권 연대를 위한 공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을 위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고 대통합을 위한 절차 구성도 어려운 분위기다.
저마다 당이 가지고 있는 노선도 정리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야권 연대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야권 통합 전망과 관련해 “왼쪽(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으로는 열려 있고, 오른쪽(민주당)으로는 닫혀 있다”고 평가하며 군소 야당과 민주당과의 입장 차이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연대의 향후 성공여부에 대해 이번 4·27 김해을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김해을 선거에서 얼마만큼의 양보와 협조가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진행에 탄력을 받을 수도 어려움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배제한 군소 야당들이 연합에 성공해 배경을 키운다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야당 차원 외에도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진행하는 ‘백만송이 민란 프로젝트’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야권 연대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