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메가뱅크’, 현실화되나
한동안 잠잠하던 ‘메가뱅크’,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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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확대 우려와 산은과 우리의 민영화에도 악영향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설이 나오면서, 우리금융이 자체적으로 준비해오던 민영화 방안의 실현 가능성이 사실상 불투명하게 됐다.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을 묶는, 이른바 ‘메가뱅크(초대형은행)’로 갈 경우, 당초 투자자를 모집해 지분을 공동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오던 우리금융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도 산은이 우리금융을 가져가면 정부지분이 80%이상이 되기 때문에 민영화는 더욱 힘들어 진다는 분위기다. 또 이와 관련 금융계 안팎에서는 관치금융확대 우려와 정부가 내세운 우리금융 민영화의 세가지 조건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분(56.97%)을 매각하는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법시행령 개정 여부 관심

특히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시중 금융지주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중인데,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사들여야만 했던 기존 금융지주법시행령을 고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의무 인수 비율을 50% 정도로 낮춰 예외를 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산은 금융지주 등의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지분 57%에다가 경영권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특례조항이 산은금융을 염두에 둔, 미리 짜여진 각본이라고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정부 지분 57% 외에 나머지가 모두 다른 주주에게 분산돼있어, 95% 이상을 사들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1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따지더라도 95%인 11조 2000억 원을 동원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이 정도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은행은 산은 금융과 국민금융 지주뿐인데 어윤대 KB금융 지주회장이 13일 ‘KB금융 공익재단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준비가 안됐다”라며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강만수의 행보에 촉각

이에 반면 산은금융 강만수 회장은 그간 ‘메가뱅크 주창자’로서, 우리금융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은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이미 ‘산은+우리금융’을 합병하는 메가뱅크를 추진한 바 있다. 때문에 지난 3월 산은지주 회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이를 재추진하기 위해 막강한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걸림돌을 돌파했다는 후문까지 돌고 있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조찬강연을 통해 “국내 금융산업의 규모가 국제 수준에 비해 크게 모자라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메가뱅크 육성을 부쩍 강조하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산은 입장에선 전국 912개의 영업점을 가진 우리은행 인수를 통해 강력한 수신기반 체계를 확보하면서 국내 기업 금융시장 점유율을 50%이상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양 지주사가 합병되면 우리금융(346조원)과 산은금융(159조원)이 합쳐지면서 단숨에 세계 50위권의 금융회사로 올라서는 절대강자의 위치에도 오르게 된다.

여기에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결합으로 대형 IB(투자은행)이 탄생하게 됨으로서 산은은 IB분야의 해외 거대투자은행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또 우리금융을 통해 우회상장이라는 혜택까지 얻게 된다.

산은+우리금융 조합, 부작용은?

그러나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두고 애초 목적인 민영화에 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산은은 늦어도 3년 안에 정부 지분 최초 매각이 이뤄져야 하는 민영화 대상 국책은행 그룹인데 민영화 대상이 또 다른 민영화 대상을 삼킬 경우 민간에 돌아갈 지분과 민간에서 정부로 유입될 자금은 거의 없게 된다는 논리다.

또 산은과 우리금융이 합쳐지면 30조원 규모의 대규모 공룡회사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렇게 민영화가 어려워진다면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도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정부 돈을 들여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상황으로까지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17개 주채무계(대기업그룹)의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어, 국책은행인 산은금융과 합병될 경우 17개 그룹에 대해 정부의 특혜성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통상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국책은행이 특정산업에 대해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보조금 지급행위로 간주돼 미국 등 다른 나라와의 통상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도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결합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재정자금을 투입해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이는 민영화가 아닌 국유화 하는 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지주측은 “현재까지 우리금융지주 매각입찰에 참여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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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 2011-05-14 02:20:35
우리금융 매각에 대해 아무리 좋은 소리를 늘어놔 봤자, 결국 산은에게만 유리한 조건으로 산은 및 강만수 재산 불리기 밖에 더 되는가. 산은이 지분을 독점 하지 않고 다른 금융지주사들한테도 적당히 나눠지는게 좋다. 어찌됐건 '돈'이 연관된 부분에서의 독점화는 절대적으로 좋지 않은건 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