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홈플러스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유통법 개정안이 조례로 시행되면 대형마트들은 시간적인 제약은 물론 24시간 운영되는 대형마트 점포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24시간 영업 점포(70개)와 익스프레스 등 전체 점포수의 36%가 넘는 홈플러스가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홈플러스가 유통법 개정안에 대비해 이미 “편의점 진출을 서둘러 오픈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유통법 개정안을 앞두고 편의점 사업에 제동이 걸린 홈플러스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 편의점 형태의 ‘365플러스’ 1호점인 서울 대치점에 이어 서초점을 오픈하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이처럼 홈플러스의 편의점 사업 진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통법에 따라 규제된 SSM 사업 진출과 가로막힌 24시간 영업에 따라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정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지난해 말 국회는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새해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1~2회 의무 휴업을 도입토록 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홈플러스는 24시간 운영을 중단할 시 입을 손실규모에 대해 해법을 찾느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진출 왜?
이승환 홈플러스 회장과 설도원 부사장의 공동명의로 돼있는 홈플러스 브랜드는 ‘365플러스 편의점’이다. 지난해 11월 말 홈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편의점 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 등록을 완료했다. 공정위 정보공개서는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가 가맹점 모집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제도다.
홈플러스는 편의점 진출을 위해 지난달 말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에는 여느 편의점처럼 365일 24시간 영업안내판과 현금지급기 등이 설치돼 있고 가격도 저렴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중소상인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SSM 출점방식과 다를 게 없다”며 “편의점으로 둔갑한 SSM이 아니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사실 ‘365플러스 편의점’에는 기존 편의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신선식품들이 많고, 높은 할인율을 거치고 있어 SSM의 전형적인 축소판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여타의 대형마트사 중 SSM 확장사업에 대한 미련을 쉽게 접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홈플러스가 유통법과 상생법(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에 따라 SSM진출이 가로막히자 편의점 사업으로 우회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전국에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대형마트는 홈플러스 70개, 이마트 10개로 약 80개가 있다.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도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들은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51%를 넘는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안의 심야영업 제한대상에서 제외됐다. 본 개정안은 본 회의 통과 후 15일 내에 공포하도록 돼 있어 대형마트와 SSM은 이달 중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홈플러스 홍보팀 관계자는 “SSM 문제를 피하기 위해 변종형으로 편의점 진출을 시도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홈플러스 ‘24시간 영업금지’에 긴장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전체 점포수의 36%가 24시간 영업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24시간 운영을 중단할 시 입을 손실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업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통법 개정안에 대비해 홈플러스가 미리 편의점 진출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오던 것이다. 유통법과 상생법에 따라 내놓은 구제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과 관련한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상품을 구입하는 자기결정권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홈플러스 이승환 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유통법 개정안을 무효화하기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승환 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다고 해서 협회에 압력을 가하거나 건의를 한 것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다”며 “협회에서 따로 준비하는 사항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편의점 진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수개월 전부터 편의점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테스코포스팀(TF)을 설치해 외부 컨설팅을 받아 왔고 기존 편의점 업체들의 상품기획(MD)에서부터 영업, 회계 담당 경력직원을 다수 채용해 편의점 사업에 대한 기반을 사전에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상인 반발 여전
업계는 갑자기 홈플러스가 입장을 바꾸게 된 것은 상생법 등으로 슈퍼마켓 점포수를 늘리기가 어렵게 됐고 24시간 영업 금지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택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최근 베이비 붐 세대들이 은퇴할 시기다. 그들의 정년도 연장하고 고용창출 측면에서 다양한 기회를 주고자 기획된 것이다”며 “홈플러스는 많은 부분에서 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며 세간에 떠도는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은 “대형업체로부터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유통법과 상생법을 교묘하게 피해 영세기업들이 설 자리를 뺏는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홍보팀 관계자는 “중소상인들 입장에서는 일단 반발할 수 있다. 여러 문제가 생길수도 있을 것이다”면서 “지금은 시험하는 단계고 차후에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생각이다. 상생 협력토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가 성장의 정체기를 맞이하면서 홈플러스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편의점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이 뿐만이 아니라 지난해 8월에는 홈플러스 가상스토어 문을 열었다. 가상스토어는 지하철 광고판에 제품의 사진과 바코드, QR코드를 부탁해 소비자들이 마음에 드는 상품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홈플러스 쇼핑몰 사이트로 이동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소위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원하는 곳(Anyplace)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3A 쇼핑’을 강조했다.
브랜드 인지도 활용
통신사업 진출 모색
최근에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통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MVNO는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홈플러스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이동통신 사업을 개척하고자 시도하는 것으로 이르면 올 상반기 중에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홈플러스는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현지에서 MVNO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 올 계획이다. MVNO가 실행된다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저가 휴대전화 기기를 도입할 가능성도 커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홈플러스는 MVNO 시장진입을 위해 이통사와 합작사 설립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MVNO를 합작사로 설립하는 것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이 사업에 대해서는 검토중이다. 이통사와의 합작문제는 아직 거론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특히 지난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가 MVNO 사업에 진출하고자 했지만 독자적인 MVNO 사업자들과의 공정 경쟁을 해칠 가능성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업을 막은 바 있다.
한편 홈플러스는 편의점 사업 확대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라는 난관을 극복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새로운 영역에 손을 뻗으며 도약하는 홈플러스지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홈플러스의 도전이 무모한 도전이 될지 무한도전이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