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난닝구(?)’면, 너희는 ‘빽바지(?)’
우리가 ‘난닝구(?)’면, 너희는 ‘빽바지(?)’
  • 민철
  • 승인 2005.05.1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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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개혁파, 실용파간 '비하 용어' 감정대립 가열 조짐
최근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실용파와 개혁파간 갈등이 ‘난닝구’와 ‘빽바지’라는 논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난닝구’는 일본식 속어로 남성용 속옷 상의를 가르키며, 개혁파 유시민 의원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통합을 주장하는 여당내 실용파를 빗대서 하는 말이다. 이에 실용파 지지자들은 이러한 개혁파의 ‘난닝구’ 공격에 유 의원 지지자들을 겨냥해 ‘빽바지’라로 반격에 나섰다. 이는 유 의원이 지난 2003년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국회 본회의장에 흰색 면바지를 입고 나타난 것을 비꼰 것. ‘난닝구’와 ‘빽바지’라는 논쟁의 시발점은 지난 여당 4.2 전당대회부터이다. 유 의원 측 개혁파가 당권도전을 시도했지만 실용파 후보들이 민주당 출신 당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실패했다. 전당대회 직후 유 의원 지지자들은 “난닝구들 때문에 당권 도전에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에 반해 실용파는 개혁파를 향해 “개혁 우월주의에 취해 우리를 난닝구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너희를 주저 없이 빽바지로 불러 주겠다”며 공격에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논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당 천정배 의원이 12일 유시민 의원 등 당내 개혁파를 겨냥해 “탈당한들 붙잡지도 않겠다”며 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는 것. 이러한 여당의 모습에 한나라당은 11일 “책임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은 ‘난닝구’와 ‘빽바지’끼리 집안싸움으로 날을 지샌다”라며 비판했고, 이에 앞서 민주당은 9일 “난닝구라는 말에는 유시민 의원식 지역 우월주의와 민주당에 대한 비하가 포함됐다”면서 ‘난닝구’ 용어 사용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난닝구 vs 빽바지' 논쟁 가열 열린우리당 내에서 ‘난닝구’와 ‘빽바지’라는 용어로 실용파와 개혁파 사이, 서로를 비하하는 이러한 용어로 논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당내 개혁파들이 민주당 통합을 주장하는 당내 실용파에게 ‘난닝구’라는 비난을 펴자, 실용파들은 이에 질세라 ‘빽바지’라고 반격에 나선 것. 백(白)바지를 의미하는 ‘빽바지’는 당내 개혁파인 유시민 의원이 지난 2003년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후 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흰색 면바지를 입고 단상에 선 것을 빗댄 것으로 실용파 측에서 당내 개혁파를 비난할 때 종종 사용하는 용어이다. 반면 러닝셔츠의 일본식 표현인 ‘난닝구’는 당내 개혁파가 실용파에 대한 비난용(用) 용어로 이 용어가 표면에 등장한 것은 4·2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시민 의원의 지지자들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문희상 염동연 의원 등을 공격하면서다. 유 의원 지지자들은 “난닝구들은 민주당으로 돌아가라”며 공세를 폈다. 이들은 여당이 4·30 재보선에서 전패한 것은 개혁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들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실용노선을 펴는 당 지도부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측에 대해 ‘난닝구’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난닝구’의 어원을 개혁파들은 2003년 말 민주당 분당과정에서 분당에 반대하는 한 여성 당원이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흔들었을 때, 분당 반대파의 한 남성당원이 러닝셔츠 차림으로 당무회의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당내 개혁파와 실용파간 논쟁은 가뜩이나 ‘4·30 재·보선’ 참패 원인을 놓고서도 마찰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극도의 감정대립 확산 조짐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 “개혁파 탈당하더라도 잡지도 않을 것” 한편, 열린우리당 천정배 전 원내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일고 있는 ‘빽바지’와 ‘난닝구’ 논란에 대해 천박한 논쟁이라고 비난했다. 12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천 의원은 광주전남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과의 오찬에서 “개혁당 세력에서 의장이 나왔다면 당이 쪼개지는 사태가 왔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과의 합당론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도 합당설만 나오면 강성 반대론자가 있다”며 “극소수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을 나가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아마 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천 의원은 “재보선 참패이후 당이 분열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개혁과 실용론이 부딪히면서 급기야 ‘빽바지’와 ‘난닝구’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천박하기 그지없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천 의원의 “개혁당 세력에서 의장이 나왔다면 당이 쪼개지는 사태가 왔을 것”이라는 발언은 사실상 유시민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한나라당, “‘난닝구’vs‘빽바지’ 집안싸움 날 지샌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난닝구' 대 '빽바지'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 실용파와 강경 개혁파 사이의 갈등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난닝구’와 ‘빽바지’끼리 집안싸움으로 날을 지샌다”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11일 "노무현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경고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식당주인들은 다시 제2회 솥단지 던지기 시위를 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수퍼에서는 간장 고추장이 많이 팔린다"면서 "가정에서도 외식은 생각할 수 없고 회사에서 회식도 아예 줄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먼 데까지 북핵관련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바쁜 분들과의‘만남’은 영 수월치 않다. 책임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은 ‘난닝구’와 ‘빽바지’끼리 집안싸움으로 날을 지샌다.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고 책임질 능력도 없는 무늬만 책임다수당이다"라면서 열린우리당을 비판했다. "친노직계파는 이광재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최초의 패가망신을 하게 될 경우 자신들의 권력기반이 흔들릴까만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병풍사기를 앞세워 정권을 잡았으니 거짓말도 죄가 아닌 전략차원인 모양"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란 거짓 브랜드를 폐기하라"고 요구한 전 대변인은 "노무현 정권의 진짜 브랜드는 국민에게 고통만을 안긴 오로지 부도덕한 ‘자기 식구’만을 챙기는‘독선 정권’이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 ‘발끈’... ‘유시민 식 지역우월주의’ 이에 앞서 9일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강경파들이 당내 실용파 의원들을 비난할 때 사용하는 ‘난닝구’란 표현을 놓고 발끈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여당발(發) 민주당 통합론’으로 신경이 날카로운 상황에서 이번에는 민주당을 폄하하는 내용이 담긴 표현을 여당 강경파들이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대해 따지고 든 것이다. 열린당 내 강경파들은 최근 당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며 ‘실용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 등에 대해 ‘난닝구’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런 용어가 열린당내에서 나오는 데 대해 당내 ‘실용노선’의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조차 반발하고 나선 것.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의 냉전시대 '빨갱이'란 말이 모든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서 덧씌워 지칭하는 것처럼, 난닝구는 민주당에 대한 모든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하는 것”이라며 “이런 표현을 즉각 중단해 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이런 용어 사용의 근저에는) ‘유시민식 지역우월주의’가 있다고 본다”며 “특정지역을 비하하는 뜻으로 민주당에 뒤집어 씌우고 있다. 진보와 개혁을 가장한 지역우월자 등이 만들어 냈다”고 열린당 내 강경파들을 강력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또 “열린당 내의 실용파라는 분들이 이런 비하적인 표현까지 받으면서 그 당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동거하고 있는 데 연민의 정을 느낀다”며 “그런 식의 인격모독적인 말을 들으면서 한울타리, 한방에서 동거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인격을 파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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