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건설 인수 후 자금난으로 흑자기업 내놔
인수후보 사모펀드 및 국내 대기업 꼽혀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내놨다. 웅진코웨이가 웅진의 핵심계열사인 동시에 그간 흑자를 이어온 터라 웅진의 이러한 결정은 파격적이란 평이다. 이에 웅진코웨이를 차지할 새로운 주인에 대한 관심도 최고조에 달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잠재 인수후보는 사모펀드와 국내외 대기업들이다. 웅진은 “M&A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26일 웅진코웨이의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에서 인수 후보기업들에 티저레터를 보낸 것이 알려졌다. 티저레터는 잠재투자자에게 매각물건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 관심을 유도하는 투자안내문이다. 골드만삭스는 4월 중순 인수의향서를 접수해 인수후보에 투자안내서(IM)를 제공하고, 6월 중으로 매각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매각작업
지난 2월7일 웅진홀딩스(이하 웅진)는 자회사인 웅진코웨이 지분매각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매각대상 지분은 웅진홀딩스 지분 28.37%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 2.53%를 합쳐 총 30.9%(2,383만주)이며 8,865억원(28일 기준)에 달한다.
웅진의 이러한 결정에 당시 놀라움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웅진코웨이가 웅진의 주요 수입창출원인 동시에 안정적인 수입창출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웅진코웨이는 15%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고, 자본 및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하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였다. 이런 웅진코웨이가 시장에 나오자 인수를 희망하는 곳들이 많을 것이란 관측도 쏟아졌다.
웅진의 웅진코웨이 지분매각 결정은 ‘그룹 역량집중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웅진이 태양광사업에 진출하고, 극동건설과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외부차입에 의존, 초래된 결과란 지적이다.
웅진은 웅진코웨이 지분매각을 통해 얻는 자금으로 현 재무위험을 타파하고 난 뒤,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인수 후보기업은?
골드만삭스의 티저레터를 받은 곳은 MBK파트너스,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PEF)와 교원그룹, 롯데, 신세계 등 국내 기업 그리고 하이얼 등 외국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사모펀드가 웅진코웨이 인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에게 모은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로, 대개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올리고 재매각한 뒤 이익을 얻는다. 이에 웅진코웨이의 안정적인 수익률이 사모펀드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재매각을 통한 차익이 사모펀드가 이익을 획득하는 주된 방법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웅진코웨이가 적합한 투자대상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도 웅진코웨이 매각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뚜렷이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으나 웅진코웨이가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환경 업계 1위이기 때문에 웅진코웨이를 얻으면 업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을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또 흑자사업이라는 점에서 가치는 더 부각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교원그룹이다. 교원은 정수기 시장에서 웅진코웨이와 경쟁관계다. 2011년 웅진코웨이 공시에 따르면, 정수기 시장 점유율은 웅진코웨이가 56.9%, 교원이 5% 내외의 점유율을 각각 차지했다. 따라서 만약 교원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선두 그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교원그룹 측은 “말하기 조심스러운 사안”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전하기는 어려우나 사내에 그런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도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하이마트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인 롯데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비리 혐의를 받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매각이 연기되자 웅진코웨이 인수전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에 롯데그룹 측은 “티저레터를 받기는 했지만 검토는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항간에 떠돌던 소문을 부인했다.
웅진코웨이 인수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웅진코웨이 인수에 대기업들의 관심이 예상 외로 뜨겁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히려 캐시카우(cash cow)란 점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브랜드의 시장가치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인수가를 상쇄할 만한 이익 발생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다. 현재 전문가들은 매각금액만 1조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웅진코웨이의 이익기반이 아직 국내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방판사업을 주로하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의 사업성격과는 맞지 않다는 점 등이 웅진코웨이 인수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웅진에서는 “웅진코웨이의 비즈니스 자체가 독특하기 때문에 M&A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원래 M&A가 진행되면 잡음이 나오기 마련인데 높은 관심으로 그런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독특한 행보 ‘눈길’
한편, M&A를 앞둔 웅진코웨이가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하면서 이에 대한 이목도 집중된 상태다. 지난 28일 웅진코웨이는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을 선보였다.
앞서 지난해에는 ‘방문판매 조직을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 시작을 본격화하면서 사업 확장을 꾀했다. 4월1일부터 시작하는 SK텔레콤 ‘휴대전화 판매 중개사업’도 이 사업의 일환이며, 지난해 시작한 ‘매트리스 렌탈 서비스’도 방판사업이란 점에서 그 맥을 같이한다. 하반기에는 제습기까지 출시할 예정임을 밝히면서, 웅진코웨이가 M&A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간담회에서 “매각 전에는 대부분 몸을 낮추는데 웅진은 너무 공격적이라는 기사를 봤다”며 “어려워서 팔리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누가 인수하더라고 비즈니스는 바뀌지 않고 계속 발전할 것이다. 움츠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생산공장 근로자 대표단이 성공적인 M&A를 위해 올해 임금협상안을 회사에 백지로 일임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웅진코웨이의 이번 지분매각의 향방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