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민주당에 입당을 할지, 아니면 독자출마를 검토할 지 정치권에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후 입당’ 모델도 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안 원장과의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민주당에서 안 원장의 입당을 전제로 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기존의 후보단일화론 뿐만 아니라 후보단일화 경선을 위한 안 원장의 정당창당 등의 이야기도 당사자와 상관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 이야기된 ‘박원순 모델’은 야권 단일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의 환경은 너무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선후 입당, ‘박원순 모델’ 실현가능성 낮아” 주장
후보단일화 경선 위한 ‘안철수 신당론’도 설왕설래
민주, 후보 못내면 선거보조금 날리고 식물정당 전락   
범야권 원로, 결단 촉구…‘시민후보’ 이미지 유지하나

안 원장의 최적의 대선 시나리오는 당선 후 입당을 약속해 소위 ‘시민후보’ 이미지를 유지하며 민주당의 지원을 도모하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을 모델로 시민후보로써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원장이 이같은 모델로 대선에 승리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절박한 민주당

우선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안 원장이 출마를 포기하며 박 시장에게 힘을 보탰고,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경선을 치러 최종 선출돼 야당 지원을 얻어냈다. 또 선거 과정에서 유시민·심상정·노회찬 등 현재 통합진보당도 하나로 묶어냈다. 결국 박 시장은 당선 후 민주당에 입당하는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모해 있다. 민주당 유력 후보인 문재인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킹메이커’ 역할을 강조했다. 박 시장 때처럼 안 원장이 야권 승리를 위해 발판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여기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정당으로서는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만약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서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은 경기도지사·서울시장·대통령 후보를 모두 배출하지 못한 ‘식물정당’으로 불리게되는 처지에 놓인다.

여기다 대선후보를 못 내면 중앙선관위원회 선거보조금 152억 원을 날리는 처참한 상황에도 몰리게 된다. 또한 당시 야권단일후보 박원순에 한 축을 이루었던 진보당의 경우, 당 사정으로 자신들이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보니 딴 곳에 눈을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후보도 뽑기 전에 패배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의 입당 약속을 전제로 한 단일화론은 최근 윤호중 사무총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단독 후보로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안 원장이 입당 문제에 대해 “추석이 지나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날개를 달았다.

민주당 입당 “쉽지 않다”

이와 관련, 박원순 시장은 “유권자들이 기존의 정당에 대해 뭐랄까, 새로운 정치 흐름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 들어가서 경선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일부가 안 원장 측에 결합해 제3의 신당을 만든 뒤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과 합당하는 수순도 나왔다. 이런 상황이 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자력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출마선언도 안 한 사람에게 입당약속을 받으라느니, 실현가능성도 없는 가설정당을 만든다느니 하는 것은 효과도 없고 비판만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당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안 원장이 없다고 해서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저평가 돼있는 후보들의 진면목이 확인되면 민주당 후보만으로도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은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처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안 원장과 본선주자를 뽑는 예선으로 치러질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 원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경선에 핵심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 원장은 장기간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다른 야권 주자들과 달리 유력야권후보로써 확실한 이미지가 여론조사에서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현상’, 역동성 살려라

여기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도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안 원장 쏠림현상이 지지율로 반영된 것으로 관측하며 안 원장이 앞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지지율의 유지는 대선 출마에 대한 안 원장의 최종 결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그 결과의 양상이 민주당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은 자신의 저서인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지지율을 대선 참가의 잣대로 내비쳤으며 정치권에서도 민주당 경선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안 원장이 존재감 유지를 위해서라도 공개석상에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범야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원장이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 승리에 공헌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원탁회의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대선행보에 등장하는 것과 관련, 안 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미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가운데 야권 단일화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안 원장의 출마 선언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안 원장의 대선 출마 방식에 대해 “단일화 유혹이 있겠지만 독자 출마가 옳다”며 무소속 출마를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한 인터뷰를 통해 “어느 세력과도 단절하고 국민을 미래로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자 출마가 옳다고 본다”며 “국민을 치유하려면 지금 어느 한쪽에 서는 것을 가능한 피해야 한다. 정치경험이 없는 사람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 원장의 출마 시기와 관련 “국민 후보로 나서는 분의 경우 9월까지 국민과의 대화를 끝내면 아주 빠른 템포”라면서 “출마를 9월말에 하는 게 다른 당 후보와 비교해도 전혀 늦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마선언 시기는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현실적으로 정당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정당과 거리를 둬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있다”며 “박 시장이 그랬듯 안 원장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 가입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당정 관계가 긴밀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안 원장의 입당 가능성을 희박하게 생각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 출마와 관련 지지율의 지속여부가 관건이며 안 원장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출마선언의 시기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안 원장측의 유민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최근 동정을 전하면서 “그저께 박근혜 전 대표가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이에 대해 문재인 의원이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라고 생각했다. 두 분 다 쉽지 않지만 필요한 일을 했다”는 안 원장의 말을 전했다.

안 원장은 이날 춘천 시니어클럽의 시장형 사업장을 방문해 수익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6, 70대 어르신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정치하면서 싸우지 말라”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유 대변인은 “다양한 분야, 계층, 세대, 지역 분들과 폭넓게 만나고 있다”면서 “안 원장은 삶의 현장에서 절절한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앞으로도 더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범야권 사회 원로들의 출마선언 등 입장표명에 대해서도 안 원장은 “사회 원로들의 말씀도 경청하겠다. 백낙청 교수도 만났다”고 전했다.

김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