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인천 공항에서 잠비아 리빙스톤 공항까지 28시간이 걸렸다. 한숨 돌리려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뭐, 캠프는 짐바브웨까지 들어가야 있다고?’ 캠프까지 가는 길도 만만찮았다. 입국허가서 직업란에 기자라고 기재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들은 나를 불러 “목적이 뭐야?”라고 거듭 물었고, 난 그때마다 “여행을 즐기고 좋은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캠프에 도착했다. 캠프는 좋았냐고? 말을 말자. 도난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라고 했다. 날이 어두워져 다른 곳에 갈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쟁이’의 열정이 감내하게 만든 시간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이 되고 캠프에서 부랴부랴 나왔다. 빅토리아 폭포와 마주하는 날 늑장을 부릴 수는 없었다. 헬기에 올라탄 것이 실감났을 때쯤 가슴도 쿵쾅거렸다. ‘빅토리아 폭포의 절경을 꼭 담아내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듯 비가 내렸다. 운도 지지리 없지…. 그나마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아서 예정대로 이륙은 가능했다. 웅장하고 광활한 광경을 마주한 카메라는 쉴 새 없었다. 환호를 연발하며 사진에 담아내기 위해 애썼다. 이후 빅토리아 공원으로 향했다. 108m의 낙차가 만들어 뿜어내는 물보라는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대지를 적셨다. 놓칠 수 없는 황홀한 광경이었다. 우의를 입고 카메라를 비닐로 싼 채 폭포에 다가갔다. 아, 무슨 말로 이 감동을 전달할 수 있겠나. ‘아름답다’는 이 말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