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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영화 한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미 ‘하루키 월드’라 불리는 견고한 세계를 구축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토니 타키타니'가 그것. 하루키는 풍부한 구성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편뿐 아니라 기발하고 감각적인 내용의 단편으로도 수많은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이번에 그의 단편을 최초로 영화화한 '토니 타키타니'는 도대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이다.
고독이 일상처럼 자연스러웠던 한 남자와 그의 삶에 불현듯 다가온 참한 쇼퍼홀릭 여성, 그리고 또 다른 한 여자… ‘뭔가 항상 현실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부유하는듯한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어투가 영상으로 옮겨진다면 어떨까, 과연 옮겨질 수는 있을까?’하는 것이 그를 아는 팬들의 우려일 터. 하지만 8년 동안이나 토니 타키타니의 영화화를 구상했다던 CF 감독 출신의 이치카와 준 감독은 내레이터의 사용,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여백 두기, 프린트 탈색을 통한 채도 낮추기, 남녀 주인공의 1인 2역 등 이제껏 시도하지 않았던 기법들을 이용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뿐만 아니라 새롭고 신선한 영화를 기다렸던 모든 관객들의 욕구를 100% 이상 충족시켜줄 낯선 질감의 영화를 탄생시켰다.
영화의 실험성을 중시하는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는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이 영화에 심사위원 특별상, 국제 비평가 연맹상, 영 심사위원상 등 3개의 상을 수여했다.(2004년)
올 가을, 높다란 하늘 아래 청아한 상실의 기억을 다룬 영화 <토니 타키타니>,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9월 23일, 시네코아 단독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