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 노동조합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자살과 관련해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 측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서울시에서 도시철도공사의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정모(43)씨가 경기 양주시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올해에만 3명의 기관사가 자살했으며, 노조 측은 기관사들의 연이은 자살에 대한 원인진단과 대책마련을 위해 구성된 서울시 산하 최적근무위원회에서 지하철 노동자의 건강과 근무환경 등 관련, 권고사항을 제시했으나 박원순 시장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철도공사는 만성적인 죽음의 사업장이 됐다. 지난 1년간 자살을 떠올린 '자살사고군' 기관사는 33명에 이르고 일반인에 비해 5.6배 높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율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도시철도의 강압적인 조직문화와 관리자들의 행패가 기관사 자살의 주요 원인이다. 기관사 3명의 잇따른 죽음 앞에서도 서울도시철도공사 김기춘 사장 등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천만 서울 시민의 발이 되어 일하고 있는 승무노동자들은 아파도 아프다고 이야기할 수조차 없다"며 "책임자 처벌과 제도 개선 없이는 도시철도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고 누구라도 아플 때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자살한 故 정재규 기관사의 미망인 A씨는 "오늘은 남편과 나의 결혼기념일"이라며 "불규칙한 스케줄과 과도한 업무에도 본인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남편의 죽음 앞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회사에 맞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남편의 명예를 찾아주는 일"이라며 참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