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봄을 알리는 ‘프로듀서스’
` 영화 ‘프로듀서스’ 뮤지컬로 태어나다
2006년 1월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브로드웨이 최신 흥행대작 뮤지컬 ‘프로듀서스(The Producers)’ 한국공연이 모든 캐스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들어간다. ‘프로듀서스’는 브로드웨이에서 무대와 의상 등 제작전반의 시스템이 공수되며, 크리에이티브 팀과 테크니컬 스탭들이 방한해 오리지널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게 된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는 최신 흥행 뮤지컬이란 점과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대형 뮤지컬 코미디 장르로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극본과 음악, 의상, 안무 그리고 모든 코미디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뮤지컬 코미디의 진수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전혀 새로운 공연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 작품은 코미디 영화의 귀재인 ‘멜 브룩스’가 1968년 자신이 만들었던 영화 ‘프로듀서스’(1968)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으로 지난 200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 최다 노미네이트, 최다 수상 기록
오픈한 그 해 토니상에서 주연과 조연 전 배우를 포함해 작품, 연출, 각본, 음악, 의상, 안무 등 모든 스탭들이 노미네이트되는 이변을 낳는가 하면, 12개 부문을 수상하여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다 노미네이트,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 작품의 등장으로 그동안 브로드웨이의 모든 수상기록이 새롭게 교체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총 15명이 후보로 올라 전부문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이는 1970년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Company)’가 14명의 후보에 올랐던 기록을 30년 만에 경신하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프로듀서스’의 진기록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남녀 공동주연을 맡은 작품이어야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토니상 외에도 ‘프로듀서스’는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 11개 부문 등 30여 개의 주요 상을 석권하는 연이은 기록을 세웠다.
‘프로듀서스’는 전통적인 코미디 양식으로 완벽한 극본과 연출, 웃음을 더욱 절묘하게 만드는 안무와 의상 등 각 요소들이 어우러져 더 큰 웃음을 만들어 낸다. 게이문화, 인종, 정치 등 브로드웨이에서 절대 흥행할 수 없다는 불문율 같던 소재가 모두 담겨 있음에도, 오히려 그러한 소재들이 상상을 초월한 재미와 웃음을 배가 시키고 있다. 또한,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는 코미디 장르만이 가지는 힘이 뮤지컬로도 얼마나 기가 막히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프로듀서스’로 뉴욕뿐 아니라 공연되는 나라마다 흥행 기록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듀서스’는 코미디 뮤지컬의 최고작으로 한국 뮤지컬 시장의 확대에 또 다른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프로듀서스’는 다시 영화로 리메이크 되어 미국에서 오는 12월말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인 맥스 역의 ‘나단 레인’과 레오 역의 ‘매튜 브로데릭’이 주연을 맡고, 울라 역을 ‘우마 서먼’이 연기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한국공연은 영국, 호주, 일본에 이어 4번째로 공연되는 무대로 브로드웨이의 흥행작이 시간차를 두지 않고 국내에 소개된다는 점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과거와 현재의 완벽한 앙상블
‘프로듀서스’는 전통적인 뮤지컬 코미디 스타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150년 역사에서 황금기라 불리던 194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타일은 과거의 것을 충실히 따르지만 그 안에 담긴 직설적인 가사와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는 매우 현대적으로 한 순간도 관객의 예상대로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
캐릭터의 뛰어난 입체감, 절묘한 대사, 화려한 무대로 무장한 웃음의 진수.
한때는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몰락한 브로드웨이 제작자 맥스와 프로듀서를 꿈꾸는 소심한 회계사 레오의 망하는 공연을 올린 후 투자금을 챙기려는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브로드웨이 제작자 맥스는 야심작 ‘퍼니 보이’를 내놓지만 최악의 평가 속에 하루만에 막을 내린다. 실의에 빠져있던 맥스는 결산장부를 정리하던 회계사 레오에게서 투자금을 모아 하루만에 공연을 망하게 하면 오히려 거액을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맥스는 레오를 꼬셔 200만 달러를 모은 후 브로드웨이의 가장 형편없는 공연을 만들어 망하게 하는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밤을 세워가며 최악의 대본을 찾아내고 실력 없는 게이 연출가, 가장 뻣뻣하고 형편없는 배우들을 찾아 공연을 계획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히틀러의 봄날’. 하지만 두 제작자의 기대와 달리 히틀러에 대한 완전한 재해석이라는 평가 속에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일이 꼬이게 된다.
화려한 쇼 형식의 브로드웨이 전통 뮤지컬 형식에 현실 비판의 풍자 짙은 코미디가 버무려진 ‘프로듀서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 위트 넘치는 대사로 뮤지컬이 줄 수 있는 온갖 시청각적 즐거움을 주며 관객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스펙터클한 무대장치, 화려한 안무와 의상의 극중극인 ‘히틀러의 봄날’과 최악의 배우를 뽑기 위한 오디션 장면, 우스꽝스러운 히틀러의 모습 등 극은 매 장면마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배꼽 잡는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유태인 할머니들의 보행 보조장치인 워커, 실물 크기의 나치 병정 인형, 후면의 거울 등을 활용한 입체적인 연출과 안무는 상상을 초월한 재미를 준다.
` 상상력의 극치, 한국에서도 다시 한번
한국판 ‘맥스’와 ‘레오’ 역에는 뮤지컬계의 대배우 송용태와 최근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 받고 있는 김다현이 낙점됐다.
독특한 억양의 글래머로 브로드웨이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울라’ 역은 섹시미와 노련미를 겸비한 최정원과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스테파니’ 역으로 주목 받은 바 있는 진수현이 더블 캐스팅됐으며, 게이 연출가로 남성미와 게이의 특성을 모두 표현해야 하는 ‘로저’ 역에는 탁월한 연기와 가창력을 소유한 이희정에게 돌아갔다.
장대한 기골과 험악한 인상을 지닌 엉뚱한 나찌스트 ‘프란츠’ 역에는 최병광이 캐스팅 됐고, 게이 연출가 ‘로저’의 충실한 비서이자 파트너인 ‘카멘’ 역에는 신예 뮤지컬 배우 함승현이 맡아 게이의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줄 예정이다.
브로드웨이의 ‘나단 레인’과 ‘매튜 브로데릭’이 각각 맥스와 레오 역으로 환상 호흡을 선보였던 것처럼 노련한 송용태와 곱상한 외모의 김다현의 한국판 맥스, 레오 콤비가 얼마나 환상적인 궁합으로 요절복통 사기 행각을 벌이며 관객들을 즐겁게 할지 기대를 모으게 한다.
미국 뮤지컬의 역사를 단숨에 새로 쓴 최고의 흥행작으로 새로운 장을 연 ‘프로듀서스’ 한국에선 그 상상력의 극치가 어떤 힘을 발휘할지 기대된다. 이보다 더한 뮤지컬 코미디의 걸작이 또 나올 수 있을까란 의구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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