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이케아 국내 상륙, 가구업계 초비상
공룡 이케아 국내 상륙, 가구업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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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디자인-실용성 우수, 업계 생존전략은?

이른바 ‘가구 공룡’이라 불리는 스웨덴 태생의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어 가구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내 가구업체 상당수가 영세한 중소규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케아의 진출로 국내 가구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케아 매장이 들어설 지역 인근의 가구업체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대형 유통자본이 골목상권을 무너뜨린 것처럼 공룡 이케아가 영세 가구업체들을 모조리 아사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둘러싼 가구업체들의 우려는 무엇인지, 상생을 위한 방안은 없는 것인지 짚어봤다.

▲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 제조업체 이케아가 한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가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점에서 외국계 거대자본의 시장 잠식이 우려 되고 있다. ⓒ이케아 코리아

한해 매출 43조 규모 초대형 자본, 지역경제 위협
유일 생존전략, 디자인 및 품질 경쟁력 향상 시급

194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이케아는 방문 판매로 성냥을 팔던 업체였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3년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의 가구를 필요로 하는 젊은 부부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구업에 진출했고, 이후 이케아는 세계적 규모의 가구제조 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북유럽 특유의 간편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고가의 가구들에 비해 이케아는 20~50%가량 낮은 가격적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완제품이 아닌, 이른바 ‘DIY’(Do It Yourself) 조립 방식이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얻게 된 이케아는 지난해 매출이 무려 43조원이나 됐다. 전 세계 42개국 345개 매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국내 가구시장 규모보다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국내 가구시장 규모가 많게 잡아 한 해 10조원 규모라고 하니,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관련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가구산업 심장부 공략, 상생방안 절실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은 국내 가구업체의 70%가량이 중소업체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경기도에는 전국 가구업 종사자의 47%가 밀집돼 있다. 그런데 이케아는 바로 이런 가구산업의 심장부를 파고들어 한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에 국내 1호점을 올해 말 개장할 예정이며, 지난해 말에는 LH로부터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 5만 1천여㎡ 부지를 매입해 2호점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케아는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서울 강동구 고덕 복합단지 안에도 3호점을 개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광명 1호점의 경우 전체 내부 면적이 25만 6천여㎡나 된다. 이 같은 규모는 아시아 이케아 매장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규모만 이케아의 경쟁력이 아니다. 이케아 측은 매장을 ‘새로운 나들이 장소’라는 콘셉트로 고객 유혹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집처럼 꾸며진 쇼룸에서 직접 인테리어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레스토랑과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갖추고 방문한 고객들이 즐기면서 구매력을 높일 수 있게 했다.

문제는 국내 가구업체들이다. 이케아와 붙어 흔들리지 않을 만큼 명확한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생존권마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업체들은 연일 반발 수위를 높여가며 해당 지자체와 이케아 측에 상생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에는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가구 공룡 이케아, 고양시 원흥지구 부지 매입 철회 촉구 결의안’(대표발의 김영환 의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김영환 의원은 결의안을 통해 “이케아가 본격적 영업을 시작할 경우 광명시의 소상공인은 물론, 부천-안양 등 인근 지역의 중소가구업체에 막대한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고양시 원흥지구에 2호점 부지를 매입한 것과 관련해서도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구공룡’ 이케아가 입점함으로써 전국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3천여 개) 업체의 막대한 손해로 인한 지역경제활성화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에, “경기도와 고양시, 중소기업청은 이케아 및 LH로 하여금 부지매매를 철회하도록 다각적인 행정력을 경주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상권영향평가를 시행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를 촉구한다”며 “관내 가구업체 및 소상공인 등의 피해대책을 이케아와 시급히 협의하고 경기도가 준비하고 있는 가구유통단지 및 가구센터 건립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LH에 대해서도 “이케아의 부지매입에 따라 인근 가구업체 및 소상공인 등의 피해를 감안하여 계약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광명시도 지역 가구업체 보호를 위한 중재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이케아는 지하 1층 주차공간을 지역 업체 제품전시홍보관으로 제공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명시 가구업체들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배려는 못 됐다. 이 때문에 상생방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케아 공습에 국내 가구업체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생 보호 외에도 우리 가구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뉴시스

◆가구업계 생존 전략 있나?
한편, 일각에서는 이처럼 거대한 공룡이 몰려온다 하더라도 가구업체들의 생존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케아는 일본에 진출했다 실패했던 사례를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진출 초기 적자를 기록했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국민 의식과 업계의 경쟁력이 가장 주요했지만, 이케아 가구 판매 시스템이 아시아인들의 정서와 다소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DIY라는 특성이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지금껏 가구를 대해온 우리의 정서와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작고 가벼운 가구들이야 취미생활로도 직접 조립해 쓸 수 있겠지만, 큰 가구들은 얘기가 또 다르다는 것이다. 가구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가구를 고른 후 배송과 설치까지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서비스 받아온 소비자들에게 이케아 시스템은 낯설고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또, 가구업계의 자성적 경쟁력 강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가구 업체들은 글로벌 가구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디자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일부 업체들은 저급 품질의 자재들로 가구를 제작하면서도 고가에 팔아온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케아의 한국 시장 진출은 이미 예견돼 있었던 일”이라며 그동안 대책 마련을 준비하지 못했던 가구업계의 자성론도 제기하고 있다. 이케아의 진출을 계기로 우리 전통가구 고유의 아름다움을 오히려 계승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물론, 영세한 가구업체들이 이 같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이케아와 지자체의 상생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도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거대 자본력을 동원한 유통업계 공룡들이 골목상권을 붕괴시킨 똑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국가와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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