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첫 장관급 전략대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인정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9일 워싱턴에서 양국 간 제1차 ‘한,미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대화’를 갖고 양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에 관해 ‘양해’를 포함한 한,미동맹 동반자 관계 발전 방향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고 밝혔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과 관련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지난 1년간 양국 관계자들 간에 12차례에 걸친 공식, 비공식 논의를 거친 끝에 결실을 맺은 것으로, 지난해 3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의 공군사관학교 연설에서 밝힌 “우리의 의지에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9.11사태 이후 미국이 추진 중인 군사전략으로 비상사태 발생시 해외 주둔 미군을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조직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한,미동맹 질적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
한,미 간의 여러 동맹 현안 중 최대의 난제인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관해 양국이 공통의 이해에 도달한 것은 21세기 국제환경에 맞게 한·미동맹관계를 질적으로 한 단계 높이는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되며,
양국정부는 앞으로 동맹정신과 상호방위라는 기본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면서, 다양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략적 유연성문제에 관한 기본적인 형태만을 확인한데 대해 김숙 북미국장은 “모든 규정을 포함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양국은 기본 입장을 천명하고 구체적인 사안이 발생할 때에는 상황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양국 장관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상호 양해사항 확인 이외에, 양국 사회가 갖고 있는 저력을 모으고 지역 및 범세계적으로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정례적인 장관급 회담과 이를 보완하는 차관급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장관이 전략대화에서 설정한 의제는 전 세계에 민주적인 제도와 인권을 증진시키는 노력,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협력강화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협력, 초국가적 전염병 퇴치에 관한 국제적 전략 개발 노력, 동북아 평화안정 및 지역다자 안보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한·미동맹 관계유지 노력, 위기 대응 및 재해관리에 관한 협력 강화 등이다.
김 국장은 “이번 전략대화를 통해 한,미 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나아가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게 됐으며, 외교 채널을 다양화함으로써 상호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포괄적, 역동적, 호혜적인 한·미관계의 발전에 중요한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반기문 장관과 라이스 장관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 6자회담에 북한이 조건 없이 조속히 복귀하도록 촉구하고, 향후 논의는 9.19 공동성명의 구체적인 이행에 집중돼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으며,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이 북한의 개혁 개방에 도움이 되고, 6자회담의 긍정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장관은 또한 한,미통상관계에 관한 최근의 진전을 환영하고 양자 경제협력 관계를 심화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관해서도 논의했음을 암시했다.
양국은 유명환 외교통상부차관과 니콜라스 번즈 미 국무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차관급 대화를 4월쯤 서울에서 열어 이번 양국 장관이 설정한 의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올 하반기 제2차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고 후속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다른 지역 분쟁에 투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이처럼 개연성이 극히 낮은 특정 상황에 대해 구체화할 필요는 없다”며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한국 의지에 따라 동북아 지역 분쟁 개입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지원할 경우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고 반대로 이를 거부하면 미국으로부터 포기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우리의 딜레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으며, 과연 미국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이 발생할때 한국의 의견을 듣고 행동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으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가 현재 진행 중인 우리 군의 ‘한국 방위의 한국화’ 노력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우리 군이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임무 등 10대 임무를 순조롭게 이양받는 중이고,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외 지역까지 확대되면 우리 군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더 커질 것이란 의견이다.
모호한 한,미 장관의 공동 성명으로 앞으로 논란이 커질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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