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잇단 악재 돌출...칼 가는 야당 `당력 총 집중'
국회 검증능력 '시험대'...정국 핫이슈로 부상
사상 첫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열린다. 신임 국무위원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 이종석 통일부, 정세균 산업자원부, 유시민 보건복지부, 이상수 노동부장관 및 이택순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6일부터 사흘간 각 상임위별로 실시됨에 따라 청문회가 정국 흐름의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청문 대상자들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통과의례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청문회가 여야간 치열한 공방전으로 번지면서 자칫 내정자들에 대한 치명적인 자질 시비로 번질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3일 비상집행위회의에서 "사상 처음 열리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정치공세나 인신공격의 장이 돼서는 안된다"면서도 "여당이라고 봐주기식으로 넘어가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를 비판하고 청문 대상자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의총을 소집해 "이번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당의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미 해당 상임위별로 `저격수'까지 정해 놓고 공세를 준비중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주요 검증 사항을 살펴본다.
◆이종석 통일부 내정자, '사상검증'… '전략적 유연성' 논란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최근 전략적 유연성 논란과 맞물려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내정자가 사실상 노무현 정부 통일외교정책의 밑그림을 그려 온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대북-대미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시절의 업무행위 등이 청문회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 내정자에 대한 '사상 검증'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북한을 체제 내부의 입장에서 먼저 이해하되 보편적 기준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보는 이 내정자의 '내재적-비판적 접근법' 등에 대한 공세가 예정돼 있다. 북한 인권문제, 위폐 문제도 빠지지 않는 공격 메뉴다.
이 내정자와 상임위 질의응답 때마다 불꽃이 튀었던 전여옥 의원이 공격의 선봉. 전 의원은 지난 1월에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이 내정자에 대한 '장외 청문회' 성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 의원은 또 이 내정자가 NSC 사무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불거진 '월권' 논란을 쟁점화하는 동시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 각서 파문과 관련한 NSC의 일처리 방식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대외비 자료가 유출돼 여당 의원을 통해 공개된 점 등이 골자다.
반면 여당 소속인 최재천 의원이 제기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각서 파문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최 의원이 1일과 2일 폭로한 정부 비밀 문건은 모두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던 이 내정자를 겨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관계를 둘러싼 여권내 이견, 청와대 보고체계 문제, 대외비 문건 유출 등 온갖 민감한 사안이 얽혀 있는 이번 각서 파문은 청문회의 핫 이슈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들이 3일 이 내정자와 가진 '인사청문회 대책회의' 후 NSC 문건을 공개한 최재천 의원을 향해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유시민 보건복지 내정자, '서울대 프락치 사건'… '코드 인사' 논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번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유시민 청문회'라고 불릴 만큼 유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치열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왕에 여권내 상당수 의원들로부터 사실상 `비토'를 받은바 있는 그에 대해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직을 잘 해낼지 걱정'이라고 한 발언이 누출되면서 자질 시비의 파고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유 내정자와 관련된 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청문회의 또 다른 복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제도 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 정책 현안은 물론이고 여야를 막론하고 거론했던 자질론, 그리고 '코드 인사' 등을 둘러싼 논란이 폭넓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의료산업화를 주장하는 유 내정자의 시장주의적인 성향과 보건의료에 대한 공공적인 이해의 수준을 집중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다.
◆이택순 경찰청장 내정자, '대통령 사돈 교통사고 개입'주장... 보은인사' 논란
이택순 경찰청장 내정자는 난데없는 노 대통령 사돈의 교통사고 문제가 발목을 잡게됐다. 2003년 노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의 장인이 현직경찰관의 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낸 것이 `음주운전'과 관련됐고, 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해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 제기된 의혹의 내용이다. 당시 사건 관할지의 경찰청장이 바로 이 내정자였다. 한나라당은 이 내정자가 몰랐다면 경찰 보고체계의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았다면 이번 인사는 `보은인사'의 성격이 짙다고 몰아 붙이고 있다.
또한 이 내정자는 위장전입 사실 이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본인이 99년 고교 후배의 아파트로 주소를 옮긴 바 있고, 부인과 둘째 딸도 고교 진학을 목적으로 위장전입 했다가 원상 회복한 바 있다. 특히 불법 폭력시위 대처 방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견해가 주요 쟁점이다.
민노당은 농민대회에서 발생한 잇단 사망사고와 관련해 집회·시위에 관한 경찰청의 대응 방안을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역시 보은인사 시비에 휩싸여 있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와 황우석 교수 비호 및 부동산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우식 과기부총리 내정자의 경우도 해당 상임위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노동부장관 내정자는 2002년대선 당시 32억여원의 불법 대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나 지난 8·15 광복절 때 특별사면 됐다. 이어 10·26 재선거에서 낙선한 그를 두달여만에 장관으로 내정한 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황우석 교수 사태가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김 내정자가 경기 의정부·용인·파주, 강원 동해 등지에 사놓은 땅이 투기 목적이 아닌지를 추궁하겠다는 복안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황교수 파문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도 주장할 방침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고교 1년 선배인데다 개인적 친분이 두텁다는 이력 역시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이다. 상대적으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는 부처 현안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정 내정자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문제삼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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