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부리는 투자사기 ‘주의 요망’
기승부리는 투자사기 ‘주의 요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청주 지역 중심으로 빈발

한동안 잠잠했던 투자사기 사건이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충북 청주·청원·오창에서 유독 투자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터진 수십억 원 대의 투자사기 사건을 알아본다.

신축 원룸 투자 미끼로 사기, 사기범은 ‘해외도주’ 중
전세금 털어 투자했건만 남는 건 빚뿐인 잔혹한 현실
고수익 유혹으로 지인들의 수억 원대 돈 가로채기도

▲ 경찰에 따르면 공인중개업을 하던 조 씨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최근까지 “최근에 신축한 원룸주택에 투자하면 전세금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뒤 투자금을 가로채 홍콩으로 달아났다ⓒ뉴시스

충북 청원군에서 30대 공인중개사가 수억 원 대에 이르는 원룸 투자사기를 벌인 후 해외로 도피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한 상황이라 사건 해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부유층 행세하며 서민에게 투자금 가로채기도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 4월 4일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위치한 빌라촌 일대에서 공인중개사업을 벌이던 조모(37)씨에게 투자사기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여러 건 들어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난 4월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인중개업을 하던 조 씨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최근까지 “최근에 신축한 원룸주택에 투자하면 전세금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뒤 투자금을 가로채 홍콩으로 달아났다.

이렇게 “조 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 접수된 것만 해도 여섯 건에 이른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사기당한 금액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모두 합쳐 4억5,000만 원이나 되고 추가 피해도 더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조 씨의 사기행각은 투자금을 가로챈 것에 그치지 않는다. 조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오창읍 소재 30여개의 원룸 관리를 맡아 운영하면서 동업자 B(37·여)씨와 함께 “건물주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며 세입자들을 끌어 모은 다음 약 25억 원이나 되는 전세보증금을 횡령해 도망간 혐의도 받고 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서둘러 조 씨의 행적을 확인했지만, 조사 결과 현재 조 씨는 지난 달 30일 무렵 홍콩으로 도피한 상태로 드러났다. 같이 범죄 행각을 벌인 동업자 B씨 역시 잠적한 상태다.
현재 경찰은 조 씨에 대해 수배를 내린 상황이며 수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 씨는 물론 B씨의 소재 또한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밖에도 최근 충북 청주·청원 지역에서는 유독 부동산 투자 및 전세금 사기가 연달아 터지는 바람에 주민들이 큰 충격에 빠진 상황이다. 이곳 일대에서는 “무슨 액운이 낀 것 아니냐”며 흉흉한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어느 60대 주부가 청주 일대에서 부유한 재산가 행세를 하는 것은 물론 고위층과의 두터운 친분을 내세워 서민들에게 환심을 산 뒤 고수익을 빌미로 피해자에게 투자를 권유해 억대에 이르는 돈을 챙겨 달아났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되어 수사가 진행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파렴치한 사기행각의 주인공은 A씨(65·여). A씨는 청주 시내에 위치한 목욕탕에 단골로 드나들며 이곳에서 목욕관리사로 일하는 B씨(60·여)에게 접근했다. A씨는 B씨와 상당한 친분을 쌓은 다음 고수익을 미끼로 내걸어 1억2,000만 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뒤 달아나버렸다.

2년 연속, 투자사기 사건 터진 충북 청주

순식간에 평생 피땀 흘려 모은 거액의 재산을 잃은 B씨는 망연자실했다. A씨의 사기술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설마 자신이 피해를 볼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내 남편이 퇴역한 공군 고위 간부이며 고위층과 친분이 두텁다”고 당당하게 밝혀 이 말에 의심을 품을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A씨의 과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A씨는 자신의 첫째 아들은 경기도 소재 한 유명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차남은 삼성그룹 연구원이라고 했다. 또한 첫째 며느리는 초등학교 교사, 둘째 며느리는 모 공기업에 재직 중이라고도 했다.
또한 자신은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에 위치한 10억 원이 넘는 주택에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B씨는 물론 다른 피해자들은 평소 A씨의 씀씀이가 워낙 큰 편이라 추호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고 한다.

▲ A씨는 “내 조카가 세종시장”이라며 “현재 세종시에 지하 5층, 지상 7층의 건물을 짓고 있는데 투자를 더해보라 권했다”고 B씨를 꼬드겼다ⓒ뉴시스

A씨는 이렇게 본인의 부유한 가정환경을 수시로 과시해 환심을 산 뒤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A씨는 자신이 “청주 지역 룸살롱 마담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받고 있다”며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이 말을 들은 B씨가 순순히 수백만 원을 투자하자 A씨는 보다 대담한 사기행각을 이어나갔다. A씨는 “내 조카가 세종시장”이라며 “현재 세종시에 지하 5층, 지상 7층의 건물을 짓고 있는데 투자를 더해보라 권했다”고 B씨를 꼬드겼다.
결국 B씨는 1억2,000만 원을 투자했으며, 이 거액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고스란히 사라지고 말았다. A씨가 그만 거액을 챙긴 뒤 잠적해버리고 만 것이다. B씨 등은 A씨로부터 받은 차용증에 표기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전부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보다 큰 문제는 A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B씨 외에도 10여 명 정도 더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계자는 “A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대부분 목욕관리사, 영세상인 등 주로 서민층이 많다”며 “이들의 전 재산을 가로챈 것만으로 보아도 A씨의 범행 수법이 상당히 악질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3월 5일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는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호텔 투자를 미끼로 동창생을 꾀어 수억 원을 가로챈 D씨(43)씨를 사기 혐의로 검거하는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D씨는 지난 2011년 5월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만난 B씨(43·여)에게 접근해 “내가 운영하는 호텔에 투자하면 달마다 2,500만원을 챙겨주겠다”고 유혹한 뒤 같은 해 12월까지 모두 2억7,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D씨는 “경매에 넘어간 호텔을 다시 찾으면 다른 경영인에게 운영을 맡겨 고수익을 보장하겠다. 일단 낙찰 비용을 빌려달라”며 B씨에게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지난 2013년에도 청주에서는 ▲경기단체회장 188억 원 투자사기 ▲유명약사 150억 원 투자사기 ▲30대 여성 보험왕 출신 여성의 10억대 사기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분위기가 무척 뒤숭숭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대형 사기사건 때문에 청주 지역 주민들은 “소액도 아니고 몇 억 원 대의 사기사건이 2년 연속으로 터지고 있으니 읻게 도대체 무슨 마가 낀 건지 모르겠다”며 “공연히 청주에 대한 대외 이미지만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한숨만 쉬는 분위기다.

명문대 재학생 투자사기 혐의 받기도

물론 청주 이외의 지역에서도 투자사기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의 대학생 투자동아리 회장이 고수익을 미끼로 수억 원을 가로챘다는 고소장이 접수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4월 9일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박모(29)씨가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대학생 20여명으로부터 투자금 5억 원을 받은 뒤 약속한 수익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대부업자와 주식 투자 회사를 함께 차린 다음 지난해부터 주식투자 동아리 후배 20여명에게 “주식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며 제2금융권 대출을 알선해 투자금 명목으로 5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투자금을 준 후배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수익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지만 이후 투자금을 모두 날리는 바람에 지난 3월부터 돈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박 씨가 애초에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선물 옵션에 투자하는 바람에 투자금을 모두 날려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박 씨에게 투자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투자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피해 대학생들은 박 씨가 주식 등에 투자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사기죄가 과연 성립하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경찰은 동아리 회장인 박 씨를 비롯한 다섯 명을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4월 3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면 고이율을 보장하겠다”고 유혹해 수십억 원을 챙긴 뒤 달아난 혐의(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서모(45·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 경찰은 용의주도하게 자취를 감춘 서 씨를 추적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었지만 실시간 전화위치 추적 등 광범위하고 집요한 추적 끝에 결국 지난 3월 31일 경기도 성남 인근에서 서 씨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뉴시스

경찰 조사 결과 서 씨는 지난 2009년 7월 경 주변인에게 “상가를 매입하려고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원금은 물론 높은 이익배당금도 주겠다”고 속여 모두 네 명으로부터 총 14억여 원을 챙겨 달아났다.
서 씨는 이른바 ‘떴다방(무등록 부동산중개업소)’ 활동을 통해 “사업 수완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서 씨는 이 같은 평판을 바탕으로 점차 과감한 사기행각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서 씨는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피해자를 만난 다음 투자금을 챙긴 뒤 다시 이 투자금을 통해 또 다른 피해자로부터 돈을 끌어 모으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을 즐겨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2010년 무렵부터 서 씨는 투자자들과의 연락을 두절시키며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결국 서 씨는 아예 잠적해버렸고, 이에 격분한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찰은 용의주도하게 자취를 감춘 서 씨를 추적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었지만 실시간 전화위치 추적 등 광범위하고 집요한 추적 끝에 결국 지난 3월 31일 경기도 성남 인근에서 서 씨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