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소재 한 사립 특성화고 교사가 여학생 수십 명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투서가 접수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심상치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이처럼 최근 학교 내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빈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인천시교육청에 익명의 학부모가 “인천시 부평구에 소재한 모 사립 특성화고 교사로 근무 중인 A모씨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학급 여학생 십여 명을 상습적으로 성희롱·성추행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지난 6월 12일 교육청으로 보냈다.

여학생 십여 명 성추행 당해 ‘일파만파’
이 학부모는 투서에서 “피해를 입은 해당 학생의 부모가 학교에 항의한 뒤 신고하려 했으나 학교와 A교사가 거액의 돈을 써가며 무마했다”며 “또한 A교사가 학생들에게 과자를 사 주면서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설문조사 및 경찰 조사에서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부모는 투서에서 “인천시교육청도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6월 12일 이 같은 내용의 투서를 접수한 뒤 다음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투서가 익명 형태로 접수됐지만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지난 13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해당 학교에 장학관을 파견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황이 걷잡을 수없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해당 학교 측은 “십여 명의 학생이 성추행을 당한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며 투서 내용 또한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난 5월 23일 A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부모인 B씨가 찾아와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관계자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A교사가 내 딸에게 기분 나쁘게 신체접촉을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교육부가 마련한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에 따라 ‘학교폭력 사건을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에 통보한다’는 지침을 어떤 이유에서인지 준수하지 않아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해당 학교 측은 “학부모가 찾아와 면담을 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인 5월 26일에야 비로소 원스톱지원센터에 신고하려 했지만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요구해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지난 5월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여학생의 학부모가 찾아와 항의를 한 사실은 있지만 다소간의 오해가 있어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에 오해를 풀고 자체적으로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일단 학부모 B씨가 ‘신고하지 말라’고 해서 못한 것이며 교육청에 알아보고 막상 신고하려니 학부모의 주민번호 등 인적사항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런데 학부모 B씨가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또한 학부모가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고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굳이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연이은 ‘성추행 투서’로 바람 잘 날 없는 인천시교육청
이렇게 성추행·성희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이처럼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파문은 수그러지지 않은 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인천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사건을 접수한 뒤, 지난 6월 16일 성추행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학교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이 설문 조사는 수업이 끝난 뒤 시교육청 장학사와 경찰 등의 설명에 따라 해당 학교 여교사가 진행했다. 설문지 문항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전수 조사한 결과 A교사의 성추행을 저질러왔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여러 건이나 나온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을 둘러싼 파장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설문 조사를 통해 경찰은 학부모가 보냈던 투서에 적혀있는 피해 사례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일부 학생들의 진술을 상당수 확보했다. 경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추가 사실에 대한 확인 작업에 나설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해당 학교 졸업생들도 학교를 다닐 당시 A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증언하고 있는 상황이라 A교사는 상당히 오랜 기간 이런 행동을 상습적으로 저질러 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 학교를 졸업한 모 양의 경우 “담임선생님 팔꿈치가 가슴 쪽에 닿아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같은 행동이 자꾸만 반복됐다”며 “다른 친구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해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이 학교를 졸업한 또 다른 졸업생도 “A선생님이 등 부분을 자주 쓰다듬으며 브래지어 끈을 건드린다거나 심지어 어깨와 손을 주무르는 바람에 성추행을 당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증언했다.
한편 해당 학교 측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어 있는 A교사를 학급 담임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아울러 A교사에게 연가를 신청할 것을 권유했으며 해당 교사도 이를 받아들여 현재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최근 인천 지역에서 성추행 관련 투서가 또 전달되는 바람에 인천시교육청이 사실 확인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6월 17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천시의회로 익명의 투서가 전달됐다. 투서 제목은 ‘인천 모 초등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너무나 부조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해당 학교 교사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투서의 내용을 보면 “인천시 서구 소재의 한 초등학교 학교장과 교감이 지난 2012년 첫 친목행사 겸 환영식 회식에서 여교사 C씨와 D씨를 지명해 이른바 ‘블루스 춤’을 함께 추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투서를 보면 “교장의 지명을 받은 해당 교사 C씨는 원치 않았으나 주위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자리에 나와 함께 춤을 추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어 “이를 지켜보던 교감도 블루스를 추길 원해 D교사를 불러 같이 춤을 추었다. 여교사 모두 불쾌했지만 전체 분위기를 위해 억지로 웃으며 넘어갔다”고 거듭 주장했다.

‘비리 및 성추행’ 일삼은 교장에 솜방망이 징계
게다가 투서에는 “이러한 내용을 인천시교육청에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조사나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인천시교육청은 시의회로부터 투서를 전달받은 뒤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월에도 동일한 내용의 투서가 들어왔지만 당시에는 실명은커녕 학교 명칭조차 기재되어 있지 않는 바람에 본격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접수 대장에만 적어놓고 문서 원본은 파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투서를 통해 문제가 일어난 곳이 어느 학교인지 확실히 알게 됐기 때문에 현재 사실 여부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파문 대해 해당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 2012년 여교사 투서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당시 아무런 문제도 나오지 않았다”며 “투서의 내용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 일반식당에서 누가 블루스를 추겠느냐”고 항변했다.
투서에 불미스런 일로 함께 등장한 교감 역시 “친목 행사나 환영식 행사를 한 적도 없으며 여교사에게 블루스 춤을 추자고 하지도 않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면밀한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연이은 성추행 시비로 분위기가 흉흉해진 가운데, 최근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초 여교사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논란을 빚은 한 고등학교 교장에 대해 정직 3개월을 명령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이 교장은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어 징계가 아닌 사실상 ‘말년휴가’나 다름없는 솜방망이 조치라는 비판도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6월 13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5월 31일 시 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여교사 여섯 명을 성추행하고 업무 추진비를 횡령하는 등 상당한 비위를 저지른 혐의로 의결이 된 인천시 남동구에 소재한 고등학교 교장 B(62)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인천시 교육청은 올해 2월 “B씨가 회식 자리에서 여교사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접수하고 조사를 실시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3월 3일부터 10일까지 B씨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B교장은 여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추행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 내용에 따르면 B씨는 ▲업무추진비 횡령(중징계 의결) ▲근무시간 중 음주(중징계 의결) ▲폭언 등 품위 유지 의무 위반(중징계 의결) ▲부당지시(주의) ▲특혜의 배제 위반(경고)등의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B씨는 이번 6월 12일부터 정직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B씨의 교장직 임기가 오는 8월 31일까지라 인천시교육청이 내린 중징계의 의미는 사실상 상당히 퇴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