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선라인, 실체 드러나나?
靑 비선라인, 실체 드러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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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권력, 김기춘도 7인회도 아닌 정 씨는 누구?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라인을 두고 국정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비선라인이란 정부나 청와대의 공식 기관이 아닌 대통령 개인 친분 등으로 이뤄진 비공식적 인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벌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최근 잇따라 낙마한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까지 비선라인에서 추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선라인 의혹이 김 실장 책임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 박근혜 대통령 배후에 비선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도 추천했었다는 얘기가 돌면서 ‘비선조직’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라인 의혹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박관용(76) 전 국회의장에 의해서다. 박 전 의장은 지난 2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인사 참사’와 관련한 질문에 “박 대통령 인사는 ‘저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인가’에서 시작 된다”고 운을 뗐다.

◆김기춘, 사실은 실세가 아니다?
박 전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그의 아버지는 최측근에게 총을 맞았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가까이서 자신을 모셨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심지어 아버지 추모식조차 제대로 못했다”며 “혼자 사는 여자의 가슴에 깊은 한이 맺혀 있다. 그것이 ‘수첩인사’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박 전 의장은 이어, “박 대통령이 사심을 갖고 인사를 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내가 믿는 사람, 아는 사람만 찾는 경향이 있다”며 “잘 모르는 사람까지 포함해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이 훌륭한 인사라고 보면 문제가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친박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와 관련해 “7인회는 언론이 만든 용어일 뿐이다. 사실 아무 역할도 안 한다”며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이 가깝게 의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말하냐’는 질문에 박 전 의장은 “구체적으로 말하긴 좀 그렇다”며 “공식 채널이 아닌 소규모 비선라인을 통해 상당히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처음으로 박 대통령에게 ‘비선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박 전 의장은 이 같은 비선라인에 대해 “역대 대통령 모두 장관이나 비서실장, 수석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사람들과 의논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공식적인 의사결정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김기춘 비서실장 역할과 관련해서도 “아무래도 대통령 성격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혼자 있는 여자라는 측면도 있지만 성격도 있고, 자기 신념도 강하고 해서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의 ‘기춘대원군’ 비판론과는 사뭇 다른 셈이다.

실제로, 박 전 의장은 ‘대통령 뒤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비서실장이란 얘기가 파다하다’는 질문에도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지만 유능하다는 것과 남을 설득하고, 충언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김기춘 실장이 인사까지 개입할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박 전 의장은 ‘그렇다면 비선 라인이 그 역할(충언)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런 그룹에서 하는 조언이란 것은 대통령 뜻을 받든다는 전제 위에서 하는 조언”이라며 결국 박 대통령은 누구로부터도 진실 된 조언이나 충고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

◆7인회도 아니었다!
박관용 전 의장의 말처럼, 7인회는 이번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과정에서 추천을 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7인회 멤버 중 한 명인 김용갑 전 의원은 지난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 7인회에서 추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지적에 “우리는 김기춘 실장에게도 ‘누가 좋더라’ 소리를 안 한다. 괜히 이야기하면 부담 가질 수 있으니까, 일절 이야기를 안 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 전 의원은 “종편을 보니까, 사회자가 ‘어디서 추천했는지 확실히 안다’며 서울고와 7인회를 이야기 하더라. 그래서 내가 (서울고 출신인) 안병훈(같은 7인회 멤버, 전 조선일보 부사장)에게 전화했다”며 “‘여보, 당신이 했다고 이야기 나오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거냐.’ 고등학교가 같다고 턱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이제 끝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조언할 수가 없다’고 했다”며 “나는 모든 걸 다 놔버렸다. (대통령이) 여러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7인회가 어떤 조언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용갑 전 의원의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이후, 야권에서는 ‘비선조직’ 의혹을 조금씩 갖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용갑 전 의원이 공개적으로 7인회의 문창극 후보 추천설을 부인한 것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라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까지도 멤버에 들어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7인회마저 문창극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면 문창극 후보를 추천한 쪽은 누구냐”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항간에 떠도는 소문대로 박근혜 대통령 주변의 숨은 인맥인 ‘비선’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박 대통령의 ‘수첩’인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있을 때마다 떠도는 이 같은 소문은 투명한 국정운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를 공적인 인사시스템에 의한 추천과 검증 없이 인선했다면, 그것은 사천에 불과하다”며 “차제에 이번 인사참극의 작동과정에 대한 면밀한 규명을 촉구한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 ‘만만회’라는 이름의 박근혜 대통령 비선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중 한 명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는 최근 박 대통령과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윤회라는 인물을 비선라인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만-박지만-정윤회 ‘만만회’
그리고 지난 25일, 박지원 의원이 보다 구체적인 ‘비선라인’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파문은 확산되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안대희, 문창극 또 지금 청문보고서를 보내온 장관과 국정원장 등의 내용을 보더라도 도저히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추천도 비선라인에서 했다, 이것으로 비서실장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비선라인을 작동하게 한 것도 잘못이지만, 검증의 책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 난국을 푸는 데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중심에 서서 사퇴를 해야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비선라인이 국정을 그렇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청와대 비서실장이면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비서실장의 역할”이라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께서도 단정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밝혔지만, 비선라인이 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언론과 국민들, 정치권에서 의혹을 가지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은 “‘만만회’라는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비선조직 이름이 ‘만만회’라는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만만회’의 실체에 대해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 박 대통령의 옛 보좌관인 정윤회 씨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즉, 이재만 비서관의 ‘만’과 박지만 씨의 ‘만’, 그리고 정윤회 씨의 ‘회’ 이름 끝 자를 모아 ‘만만회’로 불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어처구니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26일 이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문 전 후보자의 낙마 등 최근 인사 실패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변수’로 일어났다”며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었고, 다 잘해보려다 일어난 일인데 비선라인 운운은 소설 중에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에 즉각적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만만회! 4인방! 청와대의 공공연한 비밀? 청와대선 소설 같은 얘기라지만 소설도 소설 나름”이라며 “무조건 낙마 책임 전가 마시고 좋은 총리감 선임하라”고 다시 응수했다.

◆박지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런 가운데, <노컷뉴스>가 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씨는 최근 박 대통령과 만나거나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근 박지만 씨를 만났다는 한 인사는 “박지만 씨가 대통령을 만나지도,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낸다”며 “‘동생인 내가 사찰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박지만 씨를 잘 아는 또 다른 인사도 “박지만 회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누님인 대통령을 만나기는커녕 전화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며 “인사에 일체 관여하지도 않고 관여할 생각조차 없다”고 인사 개입설을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박지만 회장은 해외에 나갈 때 일반인처럼 귀빈실을 이용하지도 않을뿐더러, 5년 내내 손해보고 살겠다는 말을 하고 있고 지금 그 어떤 잡음도 없지 않느냐”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앞서 박지만 씨가 기무사령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박지만 회장과 중앙고 동문인 것은 맞지만 친하지도 않을뿐더러 박 회장이 기무사령관을 추천했다면 아마 탈락했을 것”이라며 인사개입설을 일축했다. 박지만 씨 주변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했을 때, 그가 문창극 총리후보자 추천에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청와대 움직임을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노컷뉴스>에 “3인방과 4인방 등이 박 대통령을 움직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최상화 춘추관장 등을 가리킨다고 하기도 하고,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에 배후 인물 한 명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덧붙여 “문고리 권력 3인방에 이른바 궐 밖 실세라는 정윤회(별칭 삼성동 정 실장) 씨가 박근혜 정권의 최고 실세라는 말이 여권 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만만회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이지만 문제는 3인방이며, 이들 뒤에는 정윤회 씨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시중에서는 박지만 씨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정윤회의 4인방”이라며 “박지만 씨가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박지만 씨는 인수위원회 시절 박 대통령을 만나 3인방과 4인방을 내치지 않으면 나중에 성공하지 못한다”며 “여러 차례 진언했으며, 그 뒤로부터 대통령과 멀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윤회 씨가 박지만 씨를 사찰한 것은 세상이 다 알지 않느냐”면서 “정윤회 씨는 박지만 씨의 사무실을 찾아와 눈물까지 흘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이 김기춘 실장을 자르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3인방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며 “여의도 정가에는 김기춘 실장도 이들의 ‘방패막이’, ‘총알받이’ 역할을 할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3인방, 4인방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김 실장이 물러나면 이들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주시의 대상이 돼 언젠가 청와대를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권력의 생리란 원래가 그런 것이고 역대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거의 모두 그런 전철을 밟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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