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 골드미스가 넘쳐난다. 대학원 선배들만 봐도 반 백살 가까운 나이에 멋지게 싱글라이프를 즐긴다. 숙달된 화장법과 자신의 체형을 파악해 단점을 커버하는 패션을 구사하는 골드미스들은 이십대 풋풋한 여성에겐 없는 성숙미가 있다.
그래서일까. 골드미스는 결혼에 목을 매지 않는다. 결혼보다는 ‘일’이 우선이고 직장에서의 확고한 입지 굳히기를 더욱 선호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의 변화가 크다보니 선뜻 자신이 누리던 자유를 버리고 임신, 출산, 육아라는 아득한 고지를 향해 나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성들의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단 하나의 원인을 선뜻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 사회는 ‘결혼’과 관련한 무수한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 뿌리 깊게 박힌 유교사상은 결혼하는 순간 여성이 자신의 삶이 끝난 것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유교사회 속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온 인생을 객관적으로 지켜본 ‘관찰자’로서의 여성은 어머니 같은 인생을 결코 꿈꾸지 않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201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들의 인식 변화를 보다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1995년 25.3세였던 여성의 초혼 연령은 현재 29.6세로 서른 살에 가까워졌다. 이같은 초혼 나이의 증가 추세는 여성의 사회지위가 높아지고 고등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여성들이 일과 자기 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결혼보다 중시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여성들의 이혼율도 높아졌다. 20년 전보다 크게 늘어 2013년 이혼 건수는 총 11만5300건으로 1990년 대비 약 2.5배나 증가했다. 못 배우고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불행한 가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남성에게 의지해 참고 살던 모습은 현대여성에게 찾아볼 수 없다.
공지영을 한국의 대표 페미니스트로 만들어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희생을 덕목처럼 강요당해오던 여성들에게 새로운 자각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 질문하는 계기를 주기도 했다.
이렇듯 여성들의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가부장적인 사회 인식이 만연한 한국사회에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저마다 삶의 가치가 다르겠지만 똑 부러지는 잘난 여성보다 ‘어머니’가 위대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숭고한 희생을 선택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싶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