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증권, 보험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불고 있는 희망퇴직 칼바람에 많은 이들이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고 있다. 입사 20년 이상의 중견 간부 이상에서 입사한 지 1년이 갓 넘은 아직은 신입사원 티를 벗지 못한 이들을 포함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고비용 저효율’의 간부급 사원들을 정리하고 능력 있는 후배들을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지만 결과는 이와 반대되는 모습이어서 퇴직을 하겠다는 이들의 사직서를 반려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접수 결과 78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지만 회사는 이 중 130명의 사직서를 반려했다.
사직서가 반려된 이들은 대부분 한참 일을 해야 할 대리·과장직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측은 당황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원했던 것은 36개월에서 최대 60개월 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다른 회사 내지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씨티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으로 전체 직원의 15%가 회사를 떠나게 됐다.
우리아비바생명의 희망퇴직은 씨티은행보다 더 가혹하다.
우리아비바생명은 다음 달 4일까지 입사 1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거의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아비바생명 측은 근속 연수에 따라 15개월 치에서 많게는 25개월 치의 평균 임금 임금을 줄 계획이다. 여기에 500만~3000만 원까지 생활안정자금도 지급키로 결정했다.
우리아비바생명으로서는 NH농협생명과 합병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해 많은 이들이 둥지를 떠났다. 최악의 경기를 맞고 있는 증권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거의 모든 직원들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이는 국내 증권사뿐만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증권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일할 만한 이들마저 떠나다보니 일하기가 힘들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영업직으로라도 남고 이들도 갈 곳이 없는 것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떠나겠구나”라는 불안감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증권경기가 언제쯤 살아날지 예측할 수 없어 증권가에는 자리를 잃은 빈자리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50대의 한 증권사 직원은 “나는 그나마 회사의 수익과 관계되는 부서가 아니라서 이번 칼바람을 피하기는 했지만 수익률이 계속해서 떨어진다면 구조조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만두고 나면 뭘 할지 매일 고민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