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가 2011년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후보자로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출한 가운데, 학내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선거 전 치러진 평가 점수에서는 1위를 한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에 뒤이어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와 성 교수가 공동 2위였다. 하지만, 무기명 투표 결과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이사회 재적이사 15명의 과반인 8표를 얻어 제26대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앞서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수차례의 평가로 정한 (후보) 순위를 이사회가 단 한 번의 평가로 뒤집은 것은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힘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사회는 후순위 후보를 최종 후보자로 정한 절차와 근거, 이유를 설명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전원 사퇴한 후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 교수들도 30일 오전 11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순위 후보를 총장 최종후보자로 선출한 서울대 이사회의 결정은 법인화법이 악법임을 입증한 것"이라는 비판을 이어나갔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번 이사회 결정은 법인화법이 날치기로 통과될 때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학 자율화'와 '학내 구성원의 의견 반영'이라는 점을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라며 "기존에 정부가 서울대를 통제했다면 이제는 이사회라는 몇몇 사람에 의해 통제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도 "특히 비민주적이며 책임성이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총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 정부의 입김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국민의 대학 서울대'를 대표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서울대 교직원 대표 기구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서울대 노조 등도 서울대 구성원의 목소리를 무시했다며 반발하는 등 학내 갈등이 확산일로에 있다.
한편, 서울대 이사회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오연천 현 서울대 총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등으로 짜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