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에 따르면 1일 금융감독원은 국민주택기금 위조·횡령과 관련해 국민은행 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 30~40명 중징계를 통보했다.
다만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마침 이날은 국민은행이 일부 업무에 대한 영업정지가 해제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10~2013년 국민은행 일부 직원은 주택기금 위탁업무에 관리가 소홀한 점을 이용, 국민주택채권 112억 원을 횡령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KB금융에 대해 강도 높은 정밀 점검에 나섰다. 횡령 외에도 KB금융은 고객 개인정보 유출, 금융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불거졌던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의 갈등 등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으로서는 모른 척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금융당국은 우선 국민주택채권 횡령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민은행에 대해 3개월간 청약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의 신규 가입자 모집과 함께 국민주택채권 신규 판매를 금지했다.
KB금융은 연이어 터지는 불미스런 일로 인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크게 잃었다. 리딩뱅크로서의 위치도 흔들렸고, 일부 고객들은 국민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다른 은행으로 거래선을 옮기기도 했다.
전산시스템 교체로 인한 갈등으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아직까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KB금융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이날 이 행장은 고객신뢰 회복과 스토리 금융을 강조했다.
이 행장은 7월 정기 조회사를 통해 “올해 경영목표가 재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은 아니”라며 “영업실적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성과는 원칙과 절차에 따라 윤리적이고 적법한 업무추진 과정을 통해 창출되는 성과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힘들었던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이 행장이 ‘원칙’과 ‘절차’를 강조한 것은 그동안 발생했던 일련의 문제들이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직원들 뇌리에 심어주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전산시스템 교체 논의 과정에서 보고서가 조작된 정황이 포착된 것 또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것이므로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 측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행장은 “소매금융과 중소기업금융 분야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리테일 중심의 성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토리가 있는 금융의 철학을 국민은행 기업문화로 정착시켜야 할 사명이 있다”며 자신이 취임 시 밝혔던 ‘스토리 금융’을 지속할 것을 재천명했다.
외부에서는 KB금융이 그간 발생했던 문제점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계획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이번 달 안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KB금융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확정 지을 경우 자칫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경우를 맞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소나기를 피하기는 했지만 뒤이어 오는 태풍을 만날 수 있어 경계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