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7.30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공천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6.4지방선거에서 여야가 승패를 가르지 못한 만큼 미니총선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좀처럼 당 안팎의 굵직한 인사들이 움직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해, 일부 인지도 높은 공천 신청자들 중에서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현 친박 주류 지도부가 특정 인사들에 대해 공천을 배제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까지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파 공천도 아닌 ‘감정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큰 선거를 앞두고 내홍조짐까지 엿보여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이번 재보궐선거에 여야 거물급 원외 인사들이 대거 출마함으로써 별들의 전쟁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여야 양당이 자체적으로 공천 후보자 공모를 마감한 결과, 기대에 못 미치는 후보 등록 상황을 보였다. 특히 관심이 집중됐던 김문수·나경원·오세훈·김황식 등 여권의 간판급 인사들 모두 공천을 신청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당의 출마 요청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직접 후보자 공모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당의 전략공천 여부에 따라 출마 가능성이 있는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라는 얘기다. 실제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당에서 삼고초려하며 출마를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최대한 훌륭한 분들을 모셔서 7.30에서 우리가 선전할 수 있도록 유력한 분들을 모시는 자세로 당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가능한 훌륭한 분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분들, 그런 분들을 모셔 당력을 총 집중해 7.30선거에 대비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진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전략공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당내 비주류 거물들은 전략공천 형태로 격전지에 내몰고, 비교적 당선이 안정적인 지역에는 주류 인사들과 가까운 측근들을 공천하려 한다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 핵심이면서도 경선룰에 불만을 품고 공천 신청을 철회한 이혜훈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이 최고위원 사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박 내부적으로도 또 다시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문수, 십고초려에도…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이자,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돼 오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다양한 거취 관측이 나왔었다. 김 전 지사의 측근들도 그가 퇴임 후 7.14새누리당 전당대회와 7.30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꾸준히 흘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날이었던 지난달 30일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지사가 ‘임기가 끝나면 그동안 3선 의원과 재선 지사를 하는 동안 쉼 없이 일했기 때문에 스스로 돌아보고 쇄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최근 상황을 보면 당이나 정부가 국민과 괴리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나 자신도 그런 게 있지 않겠느냐는 게 김 지사의 생각”이라며 “공직을 정리하고 쌓였던 때를 스스로 벗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덧붙여 전했다.
아울러, 김문수 전 지사의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 및 재보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지사로서 직분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정치 분야에 대해 얘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 측근은 이날 CBS와의 통화에서도 “김 지사는 7.14전당대회에 나갈 마음이 없고, 재보선 역시 지금으로써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의 출마요청이 있는 경우 재검토할 수 있냐’는 질문에도 “가정을 전제로 답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런 대응(출마 재검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사실상 불출마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했다.
김 전 지사가 이처럼 불출마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누리당의 7.30재보선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당은 김 전 지사에게 거듭해서 출마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어려운 지역인 서울 동작을에서 야당 후보에 맞설 경쟁력 있는 후보는 김 전 지사가 거의 유일한 상황”이라며 “김 전 지사에게 출마를 거듭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 공천관리위 관계자 역시 “공천위원들 사이에서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김 전 지사를 동작을 후보로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당의 이 같은 삼고초려에 김 전 지사가 마음을 움직일지 아직은 미지수다. 만일, 김 전 지사가 출마로 뜻을 선회할 경우 7.30재보선 판이 크게 변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당도 김 전 지사에 대적할 만한 거물급 인사를 전략공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7.30재보선 공천 초반 다소 김이 빠지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아직 별들의 전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이번 재보선에 나서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측근들에게 “지금 내가 할 일은 자기 쇄신과 혁신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며 당의 출마 제안을 명확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김 전 지사는 당분간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크게 보면서 2017년 대선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태희, 평택에서 수원으로
그런가 하면, 친이계 공천 배제 논란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 중 한 명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공천 심사에서조차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4차 회의를 열고 임 전 실장에 대해 공천심사에서 제외시켰다. 임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한 경기 평택을 지역이 도농복합지역으로, 가급적 지역 일꾼으로 공천심사를 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경선 참여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자 임 전 실장은 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셨기 때문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임 전 실장은 “어제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의 후보자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경선 참여 기회조차 봉쇄하는 결정을 했다”며 “평택 시민들의 역사를 왜곡하고 무시했다. 특정인만 배제하고 경선을 진행하는 것은 ‘너는 절대 안 돼’라는 것이냐”고 강하게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에 “전과자, 부도덕자 등 심대한 결격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인만 배제하고 경선을 실시한 사례가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어, “경선 배제의 이유로 ‘야당 후보와의 여론조사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미래의 표 확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며 “그렇다면 나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는 야당 후보와의 여론조사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고, 미래의 표 확장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또, 임 전 실장은 “어쩌다가 당이 이 지경이 됐냐”면서 “당이 구태와 파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참으로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실장은 “평택 당원과 당을 아끼는 시민 모든 분들과 같이 하고자 한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평택을 지키겠다. 평택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을 해내겠다”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실제로, 임 전 실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당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우선은 당헌-당규에 따라 재심을 요구하겠다”고 즉각적 탈당을 감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은 부랴부랴 임 전 실장에게 수원정(영통) 선거에 전략공천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공천관리위원은 “1일 오전 임 전 실장에게 수원 영통 출마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도 이와 관련해 언론과 통화에서 수원 영통 출마 가능성에 대해 “그동안 경기 평택을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과의 신의를 지켜야 한다”면서도 “당에서 주요직을 맡았었기 때문에 희생이 필요하다면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의 권유를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전 실장은 덧붙여 “수원정(영통)은 공천신청자가 없을 정도로 우리 당에는 선거가 어려운 지역”이라며 “이 때문에 어제 당에서 출마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받고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임 전 실장이 수원 영통 출마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지만,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친이계 배제 논란은 타 지역의 공천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친박이라도 가차 없다?
친박 주류 지도부의 친이계 배제 공천인 듯 하지만, 실상은 친이계 뿐만이 아닌 친박계에 대해서 배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이 “친이도 없고 친박도 없다. 친이라고 해서 배제하지도 않고 친박이라고 해서 선택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친이도, 친박도 특정 계파 공천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거진 것이 ‘감정 공천’ 논란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울산 남구을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불공정 경선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며 공천신청을 철회한 이혜훈 최고위원은 2일 “이번 공천은 계파 공천이 아니고 감정 공천”이라고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100%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자신에게 불리한 경선방식이 적용됐던 이유에 대해 “늘 듣기 좋은 소리만 당에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당과 청와대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온방향으로 늘 가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국민들 보시기에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해드리는 것도 저는 당원의, 국민의 의무라 생각하고 때때로 당이 원치 않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제 하루 종일 수많은 언론들이 그것 때문이라고 보도하는 걸 보고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정부와 당의 인사 문제에 대해 “제도를 아무리 만들어도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공정한 생각을 가지지 않고 본인의 친소관계, 본인의 감정에 따라 누구든 ‘언젠가 나에게 미운 얘길 했지,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얘길 했지’ 하면서 사람을 고르게 되면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무용지물이 된다”며 “결국은 어떤 제도를 만드느냐 보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자리에 가 있는 사람을 어떤 사람을 보낼 것이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특정 인사를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 특정 인사와 관련해 “누구를 짚어서 말씀드리긴 그렇다. 여러 언론들 보니까 제가 그동안 당 주류라고 지금 불리는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얘길 했다고 그러더라”면서 “예를 들면 경제민주화 공약한 건 지켜야 한다든지, 인사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누가 하는지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하는지가 투명해졌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한다든지 이런 부분들 다 거북해 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친이-친박 계파 공천이 아닌, 아무리 친박이라 하더라도 당내 현 주류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공천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