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물류대란, 결국 현실화
우려했던 물류대란, 결국 현실화
  • 황선아
  • 승인 2006.03.02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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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중재결정으로 불법파업, 정부 강경하게 대응
철도노조가 결국 예정했던 대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신흥 중앙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3월 1일 새벽 한시부터 총파업을 강행, 불법 파업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 총파업으로 인해 당장 1일부터 수송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TX와 화물열차, 지하철 운행이 대폭 감소되며, 특히 컨테이너 수송량이 2620여 TEU에 40%를 차지하는 철도화물수송은 수출입물량 수송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져 침체된 건설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노동부와 법무부, 건교부 등은 철도 노조파업 후 즉각 담화문을 발표 철도노조측의 불법파업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는 담화문에서 “철도노조의 요구는 대부분 교섭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파업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검찰과 경찰은 파업 즉시 철도노조 간부 검거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노조원과의 물리적 충돌 또한 우려된다. 시작부터 험난한 철도노조의 총파업, 과연 문제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주요 쟁점은 과연 무엇? 철도 노사 갈등의 쟁점을 요약하면 해고자 67명의 전원복직, 직권중재 철폐, 철도상업화 반대, 비정규직 법안 철회 등으로 지난 해부터 공사측과의 10번 이상의 교섭이 있어왔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리고 이번 교섭에서도 노조측과 공사측의 대립의 긴장이 팽팽해 화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노조측 주장의 해고자 67명에 대한 복직에 관해 공사측 입장은 11명까지만 복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철도 공공성 강화에 대한 부분은 공사차원에서 추진중이라 밝혔으며 철도 안전을 위한 인원충력에 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서울 지하철 공사도 마찬가지다. 철도노조가 주장한 인력 충원의 부분은 2003년 4월 철도 노사 합의에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신년 회견에서 철도공사 부채를 언급할 정도로 재정이 심각한 상황에서 인력충원은 여론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철도노조는 이에 대해 인력충원은 시민 안전에 관한 문제이므로 철도 부채와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서울 지하철 노조는 2% 임금인상과 주5일제를 위한 적정 근무인원 및 근무형태 조정에 대해 주장했지만 6월까지 단협을 통해 재논의키로 하자는 등의 내용에 사측과 합의하면서 당초 새벽 4시부터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다. 그러나 철도노사는 정부의 직권중재를 거부하고 파업으로 정면 도전함으로써 노정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동계가 춘투를 앞두고 정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초강수로 맞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한 것이 철도노조의 파업 강행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상수 노동부 장관 취임 이후 추진돼온 노사정 대화 복원도 일정기간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도 노동계의 반발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화된 물류대란 이번 파업으로 수도권 전철과 일반철도, 화물열차 등의 운행률이 평상시의 30% 수준으로 떨어져 승객 불편과 화물수송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진다. 철도공사측은 비상 수송반을 설치하고 전현직 승무원과 부기관사급 군인 등을 투입했지만 KTX는 평상시의 34%, 일반 열차는 16.7% 운행에 그쳐 교통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KTX는 서울발 부산행 첫차가 평소 5시 25분에 출발하던 것이 1일에는 6시에 첫차가 운행됐고, 부산발 서울행 열차도 평소 5시에 출발하던 것이 이날은 5시 25분에 출발 운행됐다. 운행 횟수도 대폭 줄어들어, KTX 경부선은 이날 평소 100회 운행되던 열차가 38회로 줄어들고, 호남선은 36회에서 8회로 운행횟수가 줄어든다. 새마을호는 평소 164회이던 것이 8회로 줄어드는 등 장거리 여객운송에 차질이 불가피 해 보인다. 특히 화물 열차 운행은 평소 18% 수준에 불과해 수출입 화물 운송과 각종 산업자재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철도가 수송하는 화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멘트 수송은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때에 따라 철도가 나르는 화물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멘트 업계는 물류기지 재고 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부산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 의정부와 서울 청량리 역을 잇는 수도권 국철 운행도 평소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시민들의 불편이 커 항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승강장에서 떨며 오지 않는 열차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 승객은 “시민 볼모로 하는 파업은 절대 있을 수가 없다”며 “출퇴근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와 공사간의 적절한 합의가 시급하다 보여진다. ▶파업에 대한 정부대책 한국철도공사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여야는 한 목소리로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노조는 불법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직장으로 복귀하라"면서 "파업을 계속 강행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처리할 것을 관계 당국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 진수희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철도 노사 모두 한발 양보하는 자세로 성실히 협상에 임해 파업 사태가 조기에 끝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한데 이어 민주노동당은 이번 파업이 정부와 철도공사의 책임이라면서 양측이 국민의 안전과 편익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8일 오후 잇달아 대책회의를 열고 부기관사 자격증이 있는 군인 등 대체인력을 철도 운행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파행 운행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 노동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날 노조의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공동담화문을 발표하며 합동특별 교통 대책본부를 설치하여 철도공사에서 일하는 비노조원과 군인 등 대체인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내부 인력 423명, 군인력 106명, 철도 운전기술협회 89명, 서울메트로 43명 등 모두 661명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검찰 경찰은 선로 점거, 출차 방해, 주요 시설 점거 및 손괴 등 철도나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엄단하고 파업 참여 노조원들을 해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 대해 “직권중재는 악법”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윤영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중노의 직권중재 회부결정 후 “추후 발생하는 파업사태의 책임은 직권중재에 회부한 중노위에 있다”고 말했다. ▶파업명분은 타당한가 지하철 노조측이 주장하는 안건들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공공의 이익, 정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이슈들을 다양하게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슈의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요구사항으로 파업까지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우선 KTX 장애인 요금할인 축소 폐지는 파업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노조가 공공성으로 포장한 대표적인 요구사항이라고 주장한다. 철도공사는 장애인 요금할인축소 폐지가 보건복지부에서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노조가 철도공사 측에 요구할 내용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사는 또한 비정규직인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화를 중요 요구사항을 내세우는 것도 이번 파업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장치로 이해하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쟁점 ‘포장’ 주장에 대해 “장애인이나 KTX 여승무원들이야 말로 사회적 약자들이며 이들의 복지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공사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주요 쟁점인 KTX 부채 해결과 공사민영화 반대에 대해선 사측과 노측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파업을 통해 노사 공동의 이익을 쟁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들도 제기돼 왔다. 2005년 말 기준으로 KTX의 건설부채는 4조5,000억원이고 시설부채는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렇듯 천문학적인 수치의 부채는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35%만 정부의 빚으로 남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공사에게 떠넘겨졌다. 이 부채는 2020년이면 30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어서 공사나 노조 모두 하루빨리 털어버려야 할 짐이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철도는 사회 인프라이기 때문에 부채의 대부분을 공사가 떠맡는 것은 옳지 않다” 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노조와 사용자가 목소리를 함께 한다고 해서 파업의 이면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은 억측”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부채를 이관하는 문제는 경영진이 정부와 협상할 일이기 때문에 공사는 노조가 파업쟁점으로 이를 내세운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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