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직원은 일을 배운다는 명목 하에 소소한 업무를 떠맡기 일쑤다.
소위 목욕탕 수건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얼굴을 닦는 수건과 발을 닦는 수건을 구분하여 사용하지만 공중목욕탕은 어떠한가? 물론 깨끗이 세탁되었지만 다른 이가 발을 닦을 때 썼던 수건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닦았을지 모를 일이다.
자신이 맡은 업무 이외의 소소한 잡일들을 떠안아 할 때면 ‘공중목욕탕 수건’이 겹쳐 떠오른다. 나의 노동력이 이리저리 마구 휘둘려 정해진 규칙 없이 소모되어버리니 말이다.
어쩌면 돈백 버는 인턴의 가혹한 운명일지 모르나 인턴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목욕탕 수건처럼 전문성 없이 휘둘리고자 회사에 입사한 것이 아니란 소리다.
어느 대형 백화점의 상사가 신입직원에게 자신의 마누라가 급히 차를 쓸 일이 있다고 집까지 운전해서 마누라에게 차를 주고 오란 심부름을 시켰다.
그 신입직원은 심부름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다시 백화점으로 돌아오는 길이 마치 천리 길 같았다고 한다. 상사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했어도 그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니 말이다.
갑이 아닌 이상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 ‘을’의 운명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잡일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리고 적어도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시킬 때는 정중한 요청 혹은 부탁의 말이라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갑의 당당함을 넘어선 뻔뻔한 강압적인 태도는 을의 반발을 산다. 도와달란 말이 어려운 말이었던가. 인격적인 존중 없는 마구잡이식의 업무지시는 퍽퍽한 월급으로 먹고 사는 소시민 인턴의 인상을 팍팍 쓰게 만드는 법이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