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부상, 7.14전대 3강구도 재편
이인제 부상, 7.14전대 3강구도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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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변수 ‘1인 2표제-토론․연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서청원 vs 김무성 양강구도로 진행돼오던 새누리당 7.14전당대회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이인제 의원이 다크호스로 부상하며 3강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과 각 후보 캠프를 통해 알려진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이인제 의원은 막판 추격에 불을 놓으며 서청원-김무성 두 사람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인제 의원도 기세를 몰아 막판 지지세를 총력 결집하며 결전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합동토론회나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인제 의원이 제시하고 있는 비전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선거인단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전투구하며 전당대회 선거판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는 양강, 서청원 후보와 김무성 후보와는 또 다르다는 평가를 얻으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새누리당 7.14전당대회가 당초 서청원 vs 김무성 두 후보 간 양강구도에서 종반에 접어들며 이인제 후보의 부상으로 3강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오는 14일 실시되는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서는 향후 2년을 책임질 당 지도부를 선출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부는 차기 총선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총선을 이끌게 된다함은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의미이며, 나아가서는 차기 대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 새누리당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친이계와 친박계의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이른바 ‘친박 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친박 인사들에 대한 공천 배제가 극심했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레임덕에 빠져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치러졌던 19대 총선에서는 다시 친박계가 공천권을 주도해 선거를 치르게 됐다.

그렇게 반복된 당내 역학구도 변화 속에서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두 전․현직 대통령의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인물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포스트 박근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전처럼 당내 분열과 계파 갈등이 존속돼서는 더 이상 차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지도부는 계파를 초월한 화합형-통합형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유력한 두 당권주자인 서청원 후보와 김무성 후보는 끊임없이 이전투구를 하며 당내 친박 주류와 비주류 구도를 더욱 고착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염증을 느낀 당원들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상민 의원이 “김무성 대표가 되든 서청원 대표가 되든 새누리당의 미래는 없고, 혁신도 없다”고 거듭 부르짖는 목소리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목받는 초계파-탈권위
그러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이인제 후보다. 친박이나 비박 어느 쪽으로도 분류되지 않으며 계파색이 옅은 이 의원은 거듭 계파청산의 중요성과 박근혜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그가 내놓는 공약과 비전은 지금 새누리당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고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공천권이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하겠다’는 그의 강력한 의지는 현 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전 중 하나다. 7.30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공천 문제로 당내 이런저런 잡음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대안 제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 7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을 당원과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국민의 정당으로 확 바꾸겠다”면서 “온갖 비리와 파행으로 정치 불신을 초래한 ‘공천권’이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새누리당부터 현대적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국가개조가 가능하다”며 “제가 대표가 된다면 세대와 직능을 구분하지 않고 초원에 바람이 불듯이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스마트한 정당을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엘리트가 좌지우지하는 정당, 대통령 얼굴이나 바라보는 대장간 수준의 정당에서 모든 정치적 과제를 다 녹여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포항제철 용광로 같은 과학적 정책정당으로 당을 개조하겠다”고 당내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청와대와의 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쓴 소리하고 할 말 다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정치의 큰 목표와 방향을 주도하며 새누리당과 함께 목표를 추구해 가는, 땀을 흘리며 정치적 난제를 함께 푸는 역동적 관계가 돼야 한다”고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이날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박근혜 정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보수의 가치, 보수의 전통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더불어 새누리당의 혁신 지향점은 통일 한국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인제 후보의 최대 경쟁력은 토론과 연설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차기 지도부에 화합형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도 계파가 없는 이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양강구도 아니다”
이 의원 스스로도 이미 양강구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던 바 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TBS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전당대회가 서청원 vs 김무성 양강구도로 형성됐다’는 분석에 대해 “과거에 전통적인 기준을 가지고 얘기한 것”이라며 “저는 양강구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어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과거 전당대회와 달라서 전당대회 주제는 혁신”이라며 “새누리당이 개조되지 않고서는 국가개조는 불가능하다. 혁명적으로 당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그런 기준으로 우리 당원, 대의원들이 판단을 하시게 될 것이고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하지 않느냐는 평가에 대해서는 “과거 기준으로 보면 줄 세우기라든지 이런 점에서는 그분들하고 저는 차원이 다르다”며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청원, 김무성 의원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의원은 “지금 우리 당원이나 대의원들 마음은 일반 국민의 마음하고 거의 같다”며 “위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줄 세운다고 마음이 줄설 리 없다”고 줄 세우기나 계파가 아니더라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 의원은 당내 특정 계파에 소속된 정치를 하고 않지 않음에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서청원 의원이나 김무성 의원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더 좋은 성적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대목도 바로 이 점에 있다. 여론조사는 1명만을 선택하도록 돼 있는 반면, 실제 전당대회는 1인 2표제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지금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성적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유력 당권주자들은 모두 자신의 2표가 경쟁상대에게 가지 않기 위해 자기표 단속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김무성 후보의 경우 2표가 최대 경쟁 상대인 서청원 후보에게 가는 것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반대로 서청원 후보 역시 2표가 김무성 후보에게 가는 것을 막을수록 유리해진다. 그렇게 서로에게 2표가 가지 않도록 자기 지지층을 단속하면서 타 후보들과 합종연횡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2표는 어디로 갈 것인가의 문제에서 이인제 의원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신진 후보들에게 2표가 갈 가능성도 있지만, 차기 지도부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2표를 사표나 모험으로 던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김무성 후보 지지층의 2표와 서청원 후보 지지층의 2표가 이인제 후보에게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인제 후보가 실제 전당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도 새누리당 7.14전당대회를 더 이상 양강구도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노컷뉴스>는 이번 전당대회를 ‘3강 3중 구도’로 분석하며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이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김무성, 서청원, 이인제 후보는 각종여론조사에서 후보자간 10% 안팎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막판 후보자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가 판세를 뒤집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설명했다.

토론과 연설 능력을 이미 검증받은 이인제 후보가 계속되는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 등을 거치며 후반으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배경이다. 결국, 남은 관건은 2표의 향배와 전당대회 당일 정견발표 등 현장에서의 분위기에 달려 있다. 7.14전당대회를 통해 누가 차기 새누리당을 이끌게 될지, 막판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인제 후보의 변수는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점점 더 흥미진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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