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어렵다’며 저임금 강요…임원은 연복 수십 억
동반성장 부르짖지만 지수는 ‘꼴찌’로 생색내기 비판
잘못 반성 없이 고객 우롱하다 비판여론 일자 말 바꿔
널찍한 매장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 거기에 각종 시식거리로 허기까지 달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계곡으로 휴가 가지 말고 차라리 이곳에서 즐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격이 착하’다는 노래가 들리는 이곳은 홈플러스다. 이마트와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며
‘이마트보다 비싸면 차액을 쿠폰으로 돌려준다’는 게시물들을 여기저기에 붙여놓고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작 홈플러스는 ‘착한 가격’을 내세우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도 ‘착하게’ 주고 있다. 동종업계도 그렇게 주고 있다며 토를 달지 말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소비자도 건성으로 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홈플러스에서 구매한 냄비가 터지면서 애완견이 화상을 입었지만 ‘감가상각’을 운운하며 기업의 책임을 회피했다.

“10년 일해도 월급 100만 원 안 돼”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지난 8일 전국적으로 동시다발 집회를 열고 홈플러스 사측이 임금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 100만 원 남짓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계약 시간에 따라 60만~70만 원인 경우도 많고, 심지어 10년을 일해도 임금과 노동조건, 그 어느 것 하나 나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는 사정이 어렵다고만 하는데 지난해 임원 4명의 연봉은 1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6일 홈플러스 본사 교육실에서 사측과 8차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조정 신청 등 쟁의행위 준비 절차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김기완 노조위원장은 “지난 한 달여간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임금협약 요구안 10개 항에 대해 회사 측의 의견 제출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하며 한 가지 조항에 대해서도 지금껏 의견 제출을 하지 않았다”며 교섭 결렬 이유를 밝혔다.
현재까지 홈플러스 사측이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지난해 실적을 보면 사측의 볼멘소리가 이해되지 않는다.
홈플러스는 지난해(2013년 3월 1일~2014년 2월 28일) 7조325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도 7조863억 원 대비 3.38% 많은 금액이다. 매출총이익 또한 2조4653억 원으로 전년도 2조3174억 원보다 상승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510억 원으로 전년도 3292억 원보다 782억 원 줄어들었다.
하지만 영업외비용은 전년도 1930억 원에서 1439억 원으로 약 500억 원 줄어들었다. 비용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면 이는 지출을 줄이는 전반적인 경향으로 인해 유통업체들이 마진을 최소화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견해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2067억 원으로 지난해 1964억 원과 비교해 103억 원 늘어난 것이 전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도 다섯 곳을 신규 출점했기 때문에 이 때문에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홈플러스가 노조 측에 얘기하고 있는 ‘회사가 어렵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도성환 사장, 말로만 ‘상생’ 외치나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해 5월 15일 취임했다. 도 사장은 취임사에서 “고객과 임직원, 협력회사,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성장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도 사장은 ‘행복(Happiness)’, ‘함께 더 좋은 것을 만들어 가는 조화(Harmony)’, ‘인간을 존중하는 휴머니즘(Humanism)’,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Hope)’ 등 ‘4H’를 강조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과 협력사는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
‘함께 더 좋은 것을 만들어 가는 조화’를 외치며 ‘상생’ 행보에 나섰지만 홈플러스는 3년째 ‘동반성장지수’에서 가장 낮은 등급에 머물고 있다.
동반성장지수는 최우수-우수-양호-보통으로 분류된다. 지난해까지는 우수-양호-보통-개선이었지만 올해부터 변경됐다.
홈플러스는 올해 대상, 오뚜기, 동원F&B 등과 함께 ‘보통’ 등급을 받았다. 전년도인 ‘2012년 동반성장지수’에서는 코오롱글로벌,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CJ오쇼핑, KCC, LS산전 등과 함께 ‘보통(2012년 당시 ‘개선’)’ 등급에 머물러 있었지만 홈플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양호’ 등급으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하지만 홈플러스만은 여전히 가장 낮은 등급인 ‘보통’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치기는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노력보다는 ‘말만 그럴싸하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점업체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부당노동행위와 함께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지난 7일 홈플러스 대구 성서점의 한 입점업체 판매직원 이모(여·56) 씨는 홈플러스 직원이 욕설과 협박을 비롯해 심지어 냉동창고에 가두는 일까지 자행했다며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 씨는 입점업체 직원이지만 홈플러스 직원 K 씨는 시킨 직영 업무를 다 하지 못할 경우 이 직원이 자신을 수산물을 보관해 놓은 냉동창고로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욕설을 들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들도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이 때문에 입점업체 업무만이 아니라 홈플러스 직원이 시키는 일까지 처리하기 위해 이 씨는 출근 두 시간 전부터 일과를 시작했다.
심지어 K 씨는 대놓고 출근 시간 2시간 전인 7시까지 출근해 입점업체 업무를 보고 9시부터는 직영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 K 씨는 이 씨에게 나이를 들먹이며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K 씨는 이 씨를 비롯한 입점업체 직원들에게 패밀리 카드 영업까지 강요했다. 일주일에 2건씩 카드 계약을 따오라고 하고 만약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냉동창고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간혹 단체 가혹행위까지 벌이는 토에 이 씨는 일주일에 50매 계약을 따기도 했다.
이 씨가 몸담고 있던 입점업체가 매장을 철수한 이후에도 홈플러스는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씨가 동네 작은 마트에 재취업 확정을 받았지만 며칠 후 입사가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씨가 재취업하려 했던 마트의 점장이 홈플러스 출신이었다.
이 씨는 이 같은 여러 가지 부당노동행위와 취업방해 등으로 홈플러스를 상대로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진정이 접수된 건 지난 7일이다. 일단 진정이 접수된 이상 진정인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만나볼 계획이다”며 “하지만 법률적인 문제도 검토해야 하고 회사 측을 만나 사실관계도 확인해야 되기 때문에 결론이 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제보자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조사 과정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이에 앞서 올 2월에도 홈플러스는 간부직원의 성희롱 등 내부 비리를 제보한 임대매장 직원을 강제 해고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홈플러스 대구 칠곡점 임대매장에서 1년여간 근무한 C(45·여) 씨는 평소 근무태도로 인해 해고됐다.
하지만 C 씨는 홈플러스 간부직원의 지속적인 성희롱을 참지 못해 이 문제를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보복성으로 강제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C 씨에 따르면 홈플러스 직원 S(43) 과장은 수차례에 걸쳐 C 씨 등 자신이 관할하는 매장의 직원들에게 반말과 욕설뿐 아니라 성희롱 발언을 했다. C 씨를 상대로는 “다리는 20대인데 가슴은 40대”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사연을 전해들은 C 씨의 가족들이 홈플러스 본사에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제보하고 진상조사와 함께 징계 등 조치를 유고했다.
그러나 C 씨의 예상과는 달리 S 과장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C 씨의 신원이 해당 지점에 밝혀지기까지 했다.
이후 C 씨는 회사에서 해고됐다.
한편 취임 1년을 조금 넘긴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의 점장을 지낸 바 있어 올해 들어 발생한 ‘논란’거리들이 모두 대구와 인접 지역에서 발생해 묘한 대조를 이뤘다.

화상 입은 고양이에게 ‘감가상각’?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고양이 사진이 화제가 됐다. 고양이는 앞발 뒷부분에서부터 뒷발 바로 앞부분까지의 몸통에 있는 털이 깎여 있었다.
사진을 게재한 이는 멸치 맛국물(다시 물)을 끓이고 칼질을 하던 중 등 뒤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냄비가 뒤집어 지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확인해 보니 냄비와 손잡이를 연결하는 리벳이 팝콘처럼 벌어지며 폭발을 했다는 글과 함께 폭발해버린 냄비 사진을 게재했다.
냄비가 뒤집어지면서 펄펄 끓는 물이 쏟아지면 아래 있던 고양이가 화상을 입었다. 신속히 화상 입은 부위의 털을 깎였다. 그랬더니 물을 뒤집어 쓴 부위의 털이 우수수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홈플러스 측에서 고양이 치료비를 전액 지급한다고 해서 일단락된 줄 알았다. 그러면서 단 1원의 위로금도 혹은 고양이를 돌보느라 일을 못하게 돼 발생하는 보상도 요구하지 않았고 단지 치료는 확실히 받도록 치료비에 대한 부분만 책임지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회차 치료를 받고 나자 홈플러스 태도가 바뀌었다. 2회차 치료비만 30만 원가량 나오자 치료비는 전액 변상하겠다던 홈플러스는 이미 키우고 있는 중고 고양이인 점을 감안해 감가상각을 적용해 신품 고양이의 70%를 변상할 테니 받으라고 제안했다.
사고 담당자 또한 미안하지만 본사의 방침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놨다.
이에 글쓴이는 본사 책임자와 통화를 요청했지만 본사 책임자가 전화를 해 자신 말고 사고 담당자와는 통화하면서도 고객과는 일일이 통화할 수는 없다며 통화를 거부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글이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자 홈플러스 측은 치료비 전액 지원과 위로금을 지급하고 애묘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또다시 태도를 바꿨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