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현대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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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현대그룹·현대百, 각종 구설수에

현대차, 좋은 실적 뒤에 연비 ‘과장’으로 집단소송

대북 관계 교두보 역할 현대아산 ‘갑질’ 논란

현대百, 의류·신발 품질 하자 50%로 이미지 ‘먹칠’

범현대가(家)가 오너는 다르지만 최근 들어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형을 대신해 ‘현대가’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의 현대·기아차그룹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대를 이어오다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남편의 뒤를 잇고 있는 현대그룹, 의류나 신발 등 섬유제품에 대한 품질 심의에서 품질 하자가 절반이나 돼 신뢰도가 추락한 현대백화점그룹까지 정지선 회장까지 그룹명은 달라도 모두 ‘현대’가 포함돼 있는 일가다.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한창인 가운데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브레이크등이 켜진 현대가를 살펴본다.

▲ 현대자동차 싼타페 소유자 1517명은 현대차를 상대로 15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가 소송에서 져도 손해배상을 할 의무는 없지만 자칫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자동차 연비 재검증 추진경과 및 결과 브리핑에서 정동희 국무조정실 산업통상미래정책관이 자동차 연비 중복 규제 해소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차, 연비 과장·리콜에 현대엔지니어링 송사까지

최근 현대자동차는 사방팔방에서 터지는 문제를 막느라 정신이 없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는 연비 과장 이른바 ‘뻥연비’다.

지난 7일 법무법인 예율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현대차 ‘싼타페DM’과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 등에 구입한 1785명을 대신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연비 과장으로 인해 초과 발생할 10년 치 기름값을 보상해 달라며 각각 65만~300만 원이다.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추가적으로 집단 소송이 예고돼 있어 현대차로서는 소송에서 패할 경우 배상해야 할 금액도 만만치 않아 경제적인 부담도 떠안을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자칫 ‘국내 자동차업계 1위’란 명예가 실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 연비와 관련해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소송 진행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이미 이 같은 과장 연비 소송을 미국에서 진행한 바 있다. 2년 전 미국 현지에서 현대·기아차의 차량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들이 연비가 과장됐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소송 결과 현대차는 95만 명에게 총 4191억 원을 보상한 바 있다.

이 같은 선례가 있기 때문에 현대차로서는 이번 소송을 최대한 방어할 것으로 예견된다. 자칫 향후 다른 이유에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집단소송을 잘 이끌고 가려면 학습효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령 현대차가 이번 집단소송에 지더라도 경제적인 타격은 입지 않을 수 있다. 현형 국내법에서는 과장 연비로 인해 정부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의무가 없어 패소하더라도 버티면 그만이다.

다만 소송에서 졌으면서도 손해배상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 등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현대차로서는 이 부분까지도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골칫거리는 집단소송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외에서 리콜 사태가 이어지면서 브랜드에 많은 타격을 입었다.

최근 현대차 북미 시장에서 판매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투어링 5만8600대에 대해 리콜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3만5000대, 2만3600대 판매된 엘란트라에 대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교통사고 시 차량에 장착된 ‘사이드 커튼 에어백(Side Curtain airbag)’이 부풀어 오르면서 순간적으로 에어백 부품의 일부인 ‘헤드라이너(head Liner)’의 ‘서포트 브래킷(Support bracket)’이 떨어져 나가며 탑승자에게 열상을 입힐 우려가 있다며 리콜을 결정했다.

투어링 차량 외에도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엘란트라 세단 모델 20만 대도 리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지난 5월에는 에어백 결함으로 미국서 투산ix 14만 대에 대한 리콜을 진행하기로 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리콜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과 함께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

정몽구 회장이 ‘품질 경영’을 통해 글로벌 톱클래스 자동차 메이커들과 어깨를 겨루겠다는 포부도 연이은 리콜로 인해 한낱 ‘허황된 꿈’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현대차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엔지니어링도 SPC그룹의 파리크라상과 공장 건설 도중 발생한 붕괴사고로 분쟁을 치르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지난 2011년 성남 제4공장을 건설 중이던 현대엔지니어링이 흙막이 구조물을 세우기도 전에 굴착을 진행해 지지력을 잃은 지반이 붕괴돼 1~3공장과 맞닿은 공장과 3공장의 구조물이 함께 무너져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크라상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고에 따른 생산 차질과 공사 중단에 따른 손해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파리크라상 측은 다음 해 7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상대로 50억2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사고 후 공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파리크라상 측이 공사를 거부해 지금에 이르렀다며 공사대금 113억 원을 지급하라고 반소했다.

흙막이 공사 전문업체 관계자는 “굴착을 위해서는 흙막이 공사가 선행돼야 한다. 지반이 암반으로 돼 있다고 해도 흙막이 공사를 하지 않고 진행할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현대엔지니어링처럼 수많은 경험이 있는 대형건설사에서 흙막이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굴착을 진행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사고가 난 지 3년이 됐지만 파리크라상 제4공장 건설현장은 당시 그대로인 채 비닐포장으로 덮혀있을 뿐이다.

▲ 현대아산의 하도급업체인 Q사 직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 강남사업단 앞에서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수영 기자

현대그룹, 현대아산 ‘갑질’에 설상가상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휴전 이후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통일소’를 몰고 방북하면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후 정 명예회장의 뜻은 고스란히 현대아산이 물려받았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사업을 이끌어 왔다. 지난달 30일에도 현대아산 직원들은 금강산 현지의 시설물 안전점검을 위해 방북했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언제 속개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현대아산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많은 국민들은 현대아산이 남과 북을 잇는 매개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금강산관광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현대아산은 꼭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대아산은 잘 알려지지 않은 건설 사업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공사를 맡은 하도급업체가 현대아산에 공사대금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대아산 측은 7월 말 정도에 추가 작업 산정 결과가 나온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남보금자리지구 A4블록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현대아산의 하도급업체인 Q사는 현대아산의 요구에 따라 추가 작업을 실시했다. 이 부분은 현대아산과 시행사인 LH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 Q사의 주장이다.

추가 작업을 진행했지만 현대아산은 공사대금을 곧바로 주지 않았다. Q사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니 만큼 현대아산을 믿고 협력업체들을 시켜 공사를 진행했다. 당장 자신들이 보유한 자금으로 협력업체의 대금을 지급했지만 이내 자금 한도가 턱 밑까지 다다랐다.

Q사는 공사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현장 관리 인원만 제외하고 일을 중단했고, 현대아산 측은 담당자를 보내 추가 작업에 대해 Q사와 함께 물량을 산출했다.

하지만 어찌된 연유에선지 현대아산은 공사대금 지급은커녕 Q사에 계약해지 공문을 보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했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경우 그동안 진행됐던 공사 대금을 신속히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은 이를 차일피일 미뤘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Q사는 일단 현장에 상주했고, 현대아산은 Q사 직원들에게 작업을 지시했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당장 보증보험 금액 10억 원을 내야 하는 Q사였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했다.

완공일 내에 작업을 끝내야 하는 현대아산도 Q사를 대체할 만한 다른 하도급업체를 찾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두 회사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아산 측은 “계약해지가 아닌 공사 이행 촉구를 위한 공문을 발송한 것뿐”이라며 계약해지를 부인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현대아산 측이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보도를 하자 현대아산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계약해지를 선언하고 Q사 직원들의 현장 출입을 막고 있다.

하도급건설업계에서는 현대아산의 이런 행동에 대해 전형적인 ‘갑의 횡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많은 대형 건설사들이 여러 공사현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하도급업체를 옥죄며 이익을 남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대형 건설사 공사현장에서는 하도급업체들이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중 일부 하도급업체들은 다음 공사에서 공사대금을 제대로 쳐주겠다는 대형 건설사의 설득에 넘어가 손해를 보며 다음 공사현장을 기대하는 곳도 있고, 또 다른 일부는 당장 상황이 어렵다며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다가 대형 건설사의 시간끌기로 인해 부도를 맞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한 중견 터파기 전문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공사를 한번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가격에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사정을 한번 봐주면 대형 건설사도 다음에는 조금 가격을 올려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서도 억울함을 참고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이런 갑과 을의 관계는 다른 곳보다 건설현장이 더욱 심하다. 지금으로서는 건설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회사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길인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대아산을 아우르고 있는 현대그룹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그야말로 생명을 유지하며 후일을 도모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부채비율은 540.5%이며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1000%가 훌쩍 넘은 1369.9%나 된다.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LNG 사업을 매각했으며 컨테이너 박스 또한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화물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겠다는 계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주(貨主)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운송가격 인상에 대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이끌어가고 있는 현대상선의 임직원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이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정점을 찍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다.

현대증권은 한 때 ‘Buy Korea’ 선풍을 일으키며 국내 대표 증권사로 입지를 굳혔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대형 증권사들의 공격에 밀려 많이 움츠러든 모습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의 한 간부급 직원은 “이것저것 다 팔고 있다.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이러다가 막상 경기가 좋아질 때 뭘 가지고 경쟁사들과 전쟁을 벌일지 모르겠다. 버티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한 매장에서 천장 마감재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점원 6명이 다쳤다. ⓒ뉴시스

현대백화점, 수준 떨어지는 품질에 건물도 흔들?

현대백화점도 최근에 악재로 인해 곤혹스럽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현대백화점 천호점 맞은편 빌딩 2개 동 주민들이 빌딩의 흔들림을 느꼈다며 원인을 현대백화점을 지목했다.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천장의 마감재가 떨어지면서 직원과 손님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인접한 철골 주차장을 철고하고 해당 공간에 백화점을 수평증축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맞은편 건물 주민들은 현대백화점의 수평증축 공사로 인해 흔들림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었다.

강동구청은 경찰, 소방관과 함께 건물 주변에 대한 수색을 실시했지만 건물 수평증측과 맞은편 빌딩 흔들림 사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한국소비자원은 2011년부터 2014년 4월 말까지 백화점이 한국소비자원 섬유제품심의위원회에 의류나 신발 등의 품질에 대해 심의를 의뢰한 4554건 중 절반 이상(2319건, 50.9%)이 ‘품질 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반증하는 결과다.

백화점별 의뢰 건수에서 현대백화점은 ▲롯데백화점 1568건(34.4%) ▲뉴코아백화점 984건(21.6%)의 뒤를 이어 788건(17.3%)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품질 하자 비중이 높은 백화점은 뉴코아백화점 536건(54.5%)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백화점은 397건(50.4%)으로 811건(51.7%)의 롯데백화점에 이어 세 번째였다.

현대백화점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회장이 19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해서 나와 2000년 현재의 현대백화점그룹으로 출범했다. 현재는 정몽근 명예회장의 장자인 정지선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명품 브랜드를 앞세워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했으며 다양한 커리큘럼의 문화센터는 국내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은 충성심 높은 고객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으로서는 여름 피서철을 앞두고 며칠 사이에 연이어 발생한 악재로 인해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은 지난달 4일에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박원순 후보에 패했다.

그동안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정 전 의원과 현대중공업을 하나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정 전 의원의 선거 패배로 인해 현대중공업도 보이지 않는 타격을 입었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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