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만취 범죄’
갈수록 늘어나는 ‘만취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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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폭행·살인 등 잇달아...공무원도 연루

만취 운전기사 승객들 불안에 ‘벌벌’

술 먹으면 ‘공무원’ 술 깨면 ‘민간인’

청소년 ‘주취자’ 사회적 문제로 대두

최근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술을 잔뜩 마신 이른바 ‘만취’ 상태에서 온갖 범죄에 연루되는 사건·사고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에 대한 실태를 알아본다.

지난 7월 9일 용인시에서는 경남여객 소속 50대 버스기사가 술에 만취된 채 승객 삼십여 명이 탄 시외버스를 몰다가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는 아찔한 사건이 일어났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자칫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

▲ 최근 음주운전 사고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다. 더욱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7일 0시경 서울 동작구 노들길 노량진수산시장 앞 도로에서 SUV 차량이 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뉴시스

만취 상태에서 시외버스를 몬 운전기사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오후 8시 50분경 용인동부서 소속 경찰관들이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명지대학교 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김모(51) 씨가 몰던 시외버스를 멈춰 세웠다. 이 시외버스는 경기도 용인에서 고양 화정터미널까지 70㎞ 구간을 운행하는 시외 노선이다.

경찰이 이 시외버스를 멈춰 서게 했던 이유는 당시 이 버스에 탑승한 어느 승객이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을 이상하게 한다”며 “가까이 가서 보니 술 냄새가 난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김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무려 0.234%나 되는 만취상태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렇게 만취한 상태에서 시외버스를 용인공용터미널에서 명지대사거리까지 1㎞가량이나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혈중알코올 농도가 0.2% 이상으로 나타나면 당연히 운전면허 취소는 물론 징역 1년 이상~3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 원 이상~1000만 원 이하의 중형에 처해진다. 아울러 버스 노선 상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경찰에 적발되었기에, 하마터면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김 씨는 “오후에 아내와 소주 두 병을 함께 나눠 마신 뒤 이전 근무자에게 대신 운전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경찰은 버스회사 관계자를 불러 운전기사 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한 뒤에 김 씨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남여객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버스기사가 운행하기 전 음주측정을 하고 있는데 해당 기사가 교대 시간에 급하다보니 바로 교대가 이뤄지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며 “해당 기사는 물론 교대 기사를 면직처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해당 버스 회사인 경남여객에 대해 관리 소홀은 물론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 상황이다. 1959년에 창립한 경남여객은 공항버스와 경기권 직행버스를 비롯해 경기권외 고속·직행버스·직행좌석버스·시내버스 등 약 450여 대를 보유한 유서 깊은 종합버스운송업체다. 경남여객은 현재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친동생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음주운전 사고는 이제 시내버스·택시·고속버스 등 공공교통수단을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까지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공공교통 음주 운전자로 인해 수많은 승객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뉴시스

만류하는 경찰에게도 폭언 서슴지 않아

술과 관련된 대중교통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8일 새벽 0시 25분 경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에서 김모(34) 씨가 선로로 뛰어들어 지하철 선로를 따라 교대역까지 1구간을 걸어가던 도중 역무원에게 붙잡히는 실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노포동 방향의 도시철도 1호선이 약 8분가량 지연되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회식 자리에 참석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귀갓길에 올라 열차를 기다리던 중 문득 어렸을 때 기찻길을 걷던 추억이 떠올라 선로에 들어간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를 업무방해 및 무단침입 혐의로 입건,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또한 지난 7월 4일 오전 4시 경에는 대구시 남구 건들바위 네거리에서 백모(18) 군이 만취 상태에서 몰던 마티즈 차량이 도시철도 3호선 교각 아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약 교각과 직접적으로 부딪쳤다면 자칫 붕괴 위험도 일어났을 아찔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백 군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며 차량 옆 부분이 일부 파손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백 군은 혈중 알코올농도 0.137%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사고 차량은 도시철도 3호선 레일빔을 지탱하고 있는 교각과는 직접 충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고한 인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음주 운전 사고도 빈발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오후 11시 50분 경 전남 영암군 영암읍 동무리 모 빌라 앞 도로에서 영암군청 소속 공무원 이모(40) 씨가 도로에 누워 있던 군청 다른 부서 소속 공무원 A(35) 씨를 차로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6%로 만취 상태였으며 A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에도 이 사실을 모른 채 약 580m 더 주행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사고현장 주변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가 만취 상태에서 차를 직접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와 평소 같은 군청에서 근무했지만 얼굴만 아는 사이로 “술을 함께 마신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이 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A씨가 당시 도로에 누워 있던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만취 상태에 빠진 공무원이 사고를 일으킨 사례는 더 있다. 지난 6월 27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서울시교육청 7급 공무원 김모(43)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는 만취 상태에서 길에 세워진 차량을 발로 차는 등 파손행위를 저지르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거친 욕설을 한 혐의(재물손괴 및 모욕)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전날 오후 9시 20분경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 인근 술집에서 친구들과 소주 서너 병을 나눠 마시고 귀가하던 중 “이 xx, 내가 누군지 아냐?”라고 소리치며 별다른 이유 없이 일방통행로에 정차해 있던 송모(33) 씨 소유의 쏘나타 차량 뒷문을 발로 걷어차 찌그러뜨려버렸다.

김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송 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남태령 지구대 인모 경위와 이모 경사에게도 “나는 서울시교육청 공무원이다. 내가 누군지 알고 조사하는 것이냐”며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설을 퍼붓는 등 동행을 거부하고 행패를 부렸다.

▲ 많은 이들은 음주 후에도 운전을 하려 하는 것은 습관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음주운전에 자신과 다른 이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만취 공무원 행패도 급격히 증가

김 씨의 행패는 무려 네 시간 가까이 이어졌으며, 경찰서로 인계되어 조사를 받을 때까지도 줄곧 계속 됐다. 김 씨는 경찰서에서 술이 어느 정도 깨자 “나는 공무원이 아니다”라며 시치미를 떼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흉악한 조직 폭력배라도 경찰서에 와서는 김 씨처럼 이렇게까지 앞뒤 가리지 않고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는 거의 보기 힘들다”며 김 씨의 술주정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또한 벌건 대낮에 낮술을 마시고 만취한 형사들이 수원의 한 대로변에서 난투극을 벌인 사건도 일어났다. 지난 6월 25일 오후 4시 20분 경 경기도 수원 팔달구 인계동 사거리에서 수원남부경찰서 강력팀 소속 A(29) 경장과 B(33) 경장이 술에 취해 30여분 동안 서로 난투극을 벌였다.

이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로 전날 당직을 마친 뒤 비번을 맞아 낮술을 마시다 사소한 시비가 번져 거친 난투극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B 경장이 이마 등 얼굴을 다쳐 피를 흘리는 등 부상을 입었다.

이러한 몸싸움으로 A 경장과 B 경장은 타박상을 입기는 했지만 경찰 근무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민의 신고를 받은 인근 파출소 순찰차가 도착했을 때에도 술에 취해 출동한 경찰관의 몸을 밀치는 등 행패를 부리는 만행을 저질러 경찰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한편 경찰은 A 경장과 B 경장에 대해 지인 간에 일어난 폭행 사건이고 부상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등을 감안하여 “형사사건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두 형사를 현장에서 귀가조치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만취 상태에서 저지르는 공무원의 추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10일에는 경주시 도시건설과 7급 공무원인 P씨가 경주시 성건동 부근에서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출동한 경찰관까지 폭행해 구속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P씨는 성건동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앞서가는 여성 운전자와 시비를 벌였다. P씨의 행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출동한 경찰관을 상대로 폭행까지 저질렀다. 또한 P씨는 파출소에 연행된 이후에도 계속 난동을 부리고 집기를 부수는 등 폭력 행위를 그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지난 6월 12일 P씨를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구속조치 했다. 이와 아울러 경주시 감사과는 P씨를 직위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취 때문에 직장도 잃고 수감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도 만취 상태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바람에 구속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흉기를 휘두르며 다른 일행과 싸움을 벌이다 이를 말리던 여자 친구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고교생 A(17) 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군은 지난 6월 21일 오전 5시 30분경 밤새워 술을 마신 뒤 부산 민락동 수변공원에서 다른 10대 청소년 일행과 어깨를 부딪쳐 시비가 붙은 끝에 싸움을 벌였다. A 군은 근처 횟집에서 가지고 나온 칼을 휘두르다가 이를 말리던 친구인 여고생 A(17·여) 양을 찔러 결국 숨지게 하고 말았다.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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